몇년전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천안 두정동에 살때 살인사건이 좀 무더기로 난적이 있었죠... 일명 연쇄 토막살인사건. [인터넷에 검색해보시면 아마 나올거예요...] 그때 전 직장을 다녔었구요. 동생은 고등학생이였어요. [제가 고3때부터 일을 다녔거든요..]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도 살인사건이 났었다고 해서 [제가 살았던 건물옆에서요] 경찰들도 많이 왔다갔다하고 했다고 해요. 퇴근하니까 난리가 났었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날엔가 밤에 퇴근하고 나니까 너무 출출한거예요. 동생도 출출하다고 하구요..그때 한참 옆동네에서 값싼 파닭에 맛이 들었던터라 조금 시간이 늦었지만 사러가자고 했어요. 값이 싼대신에 배달을 안하거든요ㅠ 좀 어둡긴 하지만 둘이 같이 가는거니까 사러가자고 하고 옷 챙겨입고 집을 나섰죠. 가는길에 살인사건 났던곳을 지나쳐가야해서 좀...찝찝하긴 하더라구요; 쪽문으로 나가려면 그곳을 꼭 지나쳐야 했거든요.
여튼 순조롭게 걸어서 10~15분쯤? 파닭을 사서 돌아오고 있었죠. 오가는 길에는 한참 술집같은게 많이 생겼어서 사람들도 꽤 있었구요. 집쪽으로 점점 올수록 인적이 뜸해지더라구요. 워낙 늦은시간이라 그랬던거같아요.
그리고 쪽문을 지나서 집쪽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동생이 그런말을 하는거예요.
"이렇게 아무도 없고 조용한데, 뒤에서 누가 쫏아오면 진짜 무섭겠다"
이러면서 뒤를 살짝 돌아보더라구요. 왜 무서운글같은거 읽고나면 뒤 한번씩 돌아보는거 있잖아요.
근데 동생이 뒤를 돌아보더니 막 빨리 가자고 그러는거예요.
그래서 왜그러냐 물어봤더니. 뒤에서 누가 쫏아온다는거죠... 설마...가는길이겠지 하면서 슬쩍 돌아봤는데, 정말 왠 남자가 비틀거리면서 쫏아오는거예요. 그것도 살인사건 났던 바로 그곳에서부터요. 아무리 취객이여도 근처에 아무도 없는데다가 여자만 둘이여서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동생보고 빨리 걷자고...그랬더니 뒤에서 더 빨리 쫏아오더란 말입니다. 취객이라 비틀거렸는데 말이죠.
휴...지금도 쓰면서 너무 손이 떨리는데요... 집에 가면서 떨리는 손으로 동생한테 닭사온걸 쥐어주면서 문 열리면 빨리 먼저 뛰어들어가라고 했죠. 혹시라도 내가 못들어가게되면 바로 문잠그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라구요. 저희집이 1층이거든요. 혹시나 해서 아파트 입구쪽에 유리문을 닫으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열쇠를 찾아서 겨우겨우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고 잠긴문을 열었어요. 그때 유리문 너머로 왠 남자가 들어오는게 보였죠. 불과 저와 동생이 있는곳까지 10발자국 남짓..
그날따라 왜이렇게 열쇠가 안열리던지...정말 눈물이 당장이라도 터져나올거같더라구요..
여튼 겨우 동생을 들여보내고 저도 재빨리 들어가려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들어가면서 문을 확 잡아당겼죠. 그때 닫히는 문 틈사이로 보인 그 사람 모습을...그 느낌을..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현관문을 잡으려고 달려오던 그 남자...그 손...그 표정...그 눈빛....
무심한척 지나가는척 하더니, 들어가려고 하니까 순간적으로 갑자기 확 달려들더라구요. 저희집 문고리를 잡으려고 말이죠. 정말 손가락 한마니 차이로 그 남자가 문고리를 놓치고, 전 문이 닫히자 마자 바로 문을 잠궜습니다.
그때 혹시나 조금이라도 늦어서 그 사람이 문고리를 잡아서 문을 열었더라면.... 혹시나 집이 1층이 아니라서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너무 아찔하고 무서웠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부터인지 몰라도..계속 따라오고 있었던거죠. 아파트 사람도 아니였고..의도적으로 따라온거예요.
그렇게 문을 잠그고 나서 안심하고 있자니 손이며 다리며 벌벌 떨려서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동생도 겁을 먹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구요.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열쇠로 문을따고 들어가는걸 보고, 그 남자는 저희둘만 산다고 생각을 했던지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하더라구요.
띵동띵동 띵동띵동띵동띵동
초인종을 눌러대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가 왜이렇게 무섭던지... 저와 동생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그저 숨죽인채 아무런 반응도 하질 않고있었습니다. 그때 안방에서 주무시던 아빠와 새엄마가 초인종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나오셨죠. 오밤중에 무슨일이냐고 하시면서...
막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면서 왠 남자가 따라오더니 이렇게 초인종까지 누른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계념없는 새어머니께서는...너네 남자를 집까지 끌어들이냐면서 무슨 창녀취급을 하시더라구요...제 말을 듣긴 들으신건지...혀를 쯧쯧 차시면서 빨리 돌려보내라고 말씀하시는거예요. 저희는 무지 심각하고 무서운데 말이죠..
"저기~~뭘 떨어뜨리셨는데요, 저기 아가씨~"
밖에서는 아직도 초인종을 눌러대면서 말까지 거는거였습니다.
"저기요~~아가씨
아가씨~~문 좀 잠시만 열어주세요~이거 가져가세요~"
이때까지도 이 남자는 저희끼리만 있는줄 알고있었겠죠.
"저기요~~할말이 있어서 그래요~~문 좀 열어달라구요!!!쾅쾅쾅"
아버지께서 참다 못하시고 누구냐고 소리치셨어요. 잠시 밖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횡설수설 뭐라고 그러는거예요. 꼭 술취한사람처럼 말이죠...
"아니..저기 뒷태가 너무 예쁘셔서.... 가면서 따님께서 뭘 흘리셨는데....
..따라왔는데...문을 안열어주셔가지고....
아버님!!따님 한번만 만나게 해주십시오!!
...문 좀 열어주세요..화장실을..."
현관문에 조그맣에 뚫려있는데 있잖아요. 밖에 누구왔나하고 보는 조그만 유리창같은거요.. 거기로 봐도 뭘로 막아놨는지 온통 까맣더라구요... 아버지께서도 아직 심각성을 많이 못느끼셨는지 문을 열어서 한마디 하겠다고 하시는거예요. 저랑 동생이 아버지 팔을 붙잡으면서 절대로 문 열어주면 안된다고 울면서 소리를 쳤죠.
그렇게 한참을 밖에서 초인종까지 눌러대면서 아가씨~~아가씨~듣고있는거 다 알아요 하먼서 불러대는데... 초인종소리가 잠잠해질때까지.. 전 현관문앞에 털썩 주저앉아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멍하니 있었답니다.
저는 요즘도 집에 들어오는길에는 누가 따라오나하고 꼭 뒤를 확인한답니다. 몇년이나 지났어도..집에 들어서면서 문을 닫을때는 늘 무섭습니다. 환한 대낮에도 말이죠... 저쪽 어딘가에서..누군가가 갑자기 잠시만요!하고 달려와서 저희집 문고리를 붙잡을것만 같아요. 그리고 요즘도 어둑어둑 해가 떨어지면 절대로 밖에 안나간답니다. 가끔 늦게 돌아오는 동생 마중정도만 나가구요...
그날은 그렇게 잠잠해지고 나서 불꺼진 주방 창문으로 몰래 갔나하고 지켜보고 있었죠. 그런데 그사람은 저희 아파트 입구에서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있었습니다. 불켜진 제 방쪽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우면서... 거의 3,40분 정도를 통화하는걸 보다가 방으로 돌아와서 불을 꺼놓고 있었어요. 꼭 밖에서 들여다볼거 같았거든요. 그렇게 몇시간후에 다시 내다보니 돌아갔는지 안보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