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은 아니지만 저도 강원도 모 사단의 GOP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엄청나게 욕도 먹고 여러모로 힘들어질 후배들이 안쓰러워 한 마디 남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GOP부대의 임무는 경계입니다. 적의 침투를 감시하고 미연에 막아내는거죠.
그래서 각 소초의 경계 지역 내 최적의 장소에 고정초소를 만들어두고 경계병을 세워 감시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고정 초소의 감시구역 안으로 침투해 오는 적은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인원 문제나, 환경, 인간 능력의 한계등으로 인해 감시 사각지대는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작전상 그 취약지역,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 밀조나 순찰조를 돌리게 됩니다.
그 목적은 만약에라도 감시를 피해 사각지대로 침투해오는 적이 있을 경우, 그 흔적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알맞게 대응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뭐 근무 해보신분은 다 아시겠지만 순찰이나 밀조시에 항상 철책 및 철조망을 점검하고 주변 탐색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적 침투를 방지한다기 보단 적이 남긴 침투 흔적을 발견하기 위한 것입니다.
혹시나 적이 사각지대로 침투 했다고 하더라도 순찰을 통해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보고하면 후방부대의 알맞은 작전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작전 규칙에도 여러 상황에 대한 행동요령이 적혀 있습니다.
이번 북한군이 어떤 루트를 통해 넘어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고정초소 감시구역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왔다면 해당 부대의 경계작전은 완전히 실패한것이고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모든 책임을 초병과 해당 소초원들에게 돌리는건 너무 가혹합니다.
감시 사각지역을 완전히 없애고 모든 지역을 육안으로 감시하고 싶다 하면 고정초소 갯수를 더 늘리고 대신 밀조를 없애던지 조정하던지 하여 초병의 피로도를 줄이거나, 혹은 고정초소의 감시능력이 그닥 미덥지 못하다 하면 고정초소를 없애고 대신에 순찰조의 갯수와 빈도를 늘려 섹터 안의 감시 사각지역을 없애는 그런 작전 계획이 필요한겁니다.
저도 근무를 서면서 지금처럼 어정쩡한 갯수의 고정초소와 어정쩡한 시간단위의 순찰조를 돌리는 작전계획으로는 완전 경계작전은 불가능하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세 개의 고정초소를 세워두고 몇 시간 단위로 순찰조를 보내느니 차라리 순찰조 인원 네 팀으로 섹터내를 끊임없이 순찰하게 하여 섹터를 감시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의 정확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아마 담당자들만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만약 북한군이 감시 사각지역으로 침투했고, 밀조가 미처 발견하기 전에 스스로 자수한 그런 케이스라면 사실상 이 경계부대가 작전을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작전 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죠. 경계부대는 작전규칙 그대로 시행하고 있으나, 그 계획에 빈틈이 너무 많아 적이 그 빈 틈을 파고든겁니다.
여건이 열악하다거나, 군기강이 헤이해졌다거나 이런 부가적인 것들은 다 제쳐두고 경계작전 자체에 포커스를 둔다면, 이번 사건은 초병들보단 군의 작계 자체에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이 북한군이 혼자 넘어온건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혹시나 여럿이 넘어와 한 사람만 위장 자수하고 나머지는 더 침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살짝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