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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버려진 저수지에서
게시물ID : bestofbest_3699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onf
추천 : 200
조회수 : 19491회
댓글수 : 2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10/24 14:00:46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0/19 15: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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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벌써 3 주 정도 전이었나 봅니다.
남한강에 캠핑을 끝내고 귀갓길에 좀 멀리 돌아 음성의 계곡지를 찾았습니다.
늦게 출발했더니 몇 군데 돌아 볼 여유도 없이 도착하고 보니, 전체 수면이 개구리밥으로 덮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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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건너 산쪽으론 앉을 자리가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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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는 좌안이고,
저 위 상류쪽에 마름으로 덮힌 곳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마름을 벽으로 삼아 구멍을 내면 개구리밥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겠다 싶어,
마름밭에 앉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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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기 직전까지 마름에 다섯개의 구멍을 내고 찌를 내리는데...
아뿔싸,
족히 2미터를 훌쩍 넘는 수심을 보입니다.
 
 
이미 어두워진 상태에 자리를 옮기기엔 마름과 개구리밥과 씨름한 노력이 아까워 밤을 지새워 보지만,
깔끔하게 꽝 소리를 내고 귀가합니다. ㅎㅎ
 
 
 
그 다음 주,
추석 연휴의 시작 무렵에 청미천을 먼저 찾았군요.
이 날은 동행이 있어 나란히 자리를 했지만, 밤새 잔챙이 성화에 두손 들고 아침이 밝기를 기다려 자리를 옮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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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아무래도 이 긴 연휴에 저수지를 찾는 이들이 많을 것 같아 좀 이상한 결론을 내립니다.
남들이 안가는, 버려진 저수지를 가보자...
 
 
고민은 길었지만 이동은 금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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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로 저수지를 말려 버리고 공사를 한 지 채 일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이 너른 저수지에 한 두 마리 덩어리라도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로 생자리를 파봅니다.
마침 항아리 모양으로 듬성히 줄풀이 나 있는 곳이 눈에 띄어 앞을 가로막은 얇은 벽을 쳐내니 꽤 마음에 드는 자리가 만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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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땅 땀을 쏟고 나서 별 기대도 없이 옥수수 한 알을 끼워 둔 짧은 대의 찌가 벌러덩 자빠지는군요.
???
채비가 수초에 걸렸었나??
멍한 사이에 두 개의 찌가 춤을 춥니다.
 
아니, 물 채운 지 일년도 안됐다는데 이렇게 잔챙이가 많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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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뜻하지 않은 마릿수에 밤새 눈이 즐거운 낚시를 하게 되었군요.
입질이 깔끔하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별 기대 없이 한 두 번 정도의 입질만이라도 괜찮겠다 싶었던 곳에서 이런 케미의 쇼를 보게 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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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50수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금 의아한 건 6~7치가 주종이었다는 거지요.
물 채운 지 1년도 안 된 곳에서 이렇게 붕어들이 자랐다니...
이리저리 찾아 봤던 정보들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하고, 어찌됐던 오랜만에 눈과 몸이 즐거운 낚시였군요.
 
 
그와중에 두어 수는 제법 괜찮았던 것 같아 아침에 자를 꺼내 들어 봅니다.
잘 우기면 월척이라 할 수 있겠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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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좁은 살림망에서 스트레스가 컸을텐데, 이제서야 이렇게 제 자리로 돌려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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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이어 두번째 버려진 저수지를 찾아 가는 낚시로 얻어 낸 의외의 결과에 조금은 뿌듯한 조행길이 되었군요.
 
추석을 본가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다시 들렀지만,
4~5치의 그야말로 1년생이 채 되지 않는 녀석들만 잔뜩 만났네요.
 
마침 지나시던 농부님의 말씀을 들으니 지난 해 물을 빼고 준설을 했다고 하는군요.
내후년 쯤 다시 찾아볼까 합니다.
그 때 까지 지저분한 '꾼'들에게 훼손되지 않고 잘 지켜지길...
 
 
이제 가을 걷이가 한창입니다.
농부님들의 근심도 크다 하니 모쪼록 서로 조심하는 조행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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