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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부려먹는 아버지....
게시물ID : gomin_370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그네Ω
추천 : 16/16
조회수 : 1508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9/05/13 08:37:48
저희 아버지는 굉장히 가부장 적이십니다.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아시자 마자

일단 종교가 같아야 한다고 매일 말씀하셨고

"한 번 데리고 오너라. 밥 한 번 사주고 싶구나"

라고 좋게 말씀하시다가도 결국에는

"삭아지가 있는지 없는지 봐야지. 내가 며느리를 모시고 살 순 없으니..."

이런 식으로 말을 끝내셔서 항상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아버지가 생각하는 여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친척이 아예 없는 여자친구는 명절 때도 항상 놀러 다니기만 하면서

"넌 나중에 내가 명절 때 일 할 거라고 생각하지마. 내가 힘들게 일하면 너도 부엌 들어와서 일 도와야해!"

라는 말을 하며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페미니스트 기질을 갖고 있죠...

그러다 기회가 되서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마침 아버지도 집에 계셨는데 베란다에서 뭘 고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커피좀 타오너라. 숙녀분을 시킬 순 없으니 니가 타와야겠지?"

라며 약간 손발이 오그라들 멘트를 하셨지만 그래도 평소와 조금 다른 아버지께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커피를 거의 먹어본 적이 없어서 커피, 프림, 설탕을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여자친구가 집에 왔으니 커피잔도 신경써서 준비하느라 찾는데 좀 걸렸습니다.

커피를 타고 베란다에 있는 아버지께 커피를 드렸는데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더군요...

'싹아지가 있는지 없는지 봐야지. 내가 며느리를 모시고 살 순 없으니...'

이 말이 머릿속에 맴도는 그 때 제 불길한 걱정은 맞아떨어졌습니다.

"화장실에 있을거야. 내가 뭐 좀 시켰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펜치, 니퍼, 몽키 등 아버지가 쓰시던 공구가 다 분해되어 널려있었고

여자친구는 얼굴이며 옷이며 시커먼 기름이 튀어있었고 그 공구들을 수세미로 닦고 있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미안하다고 말을 했는데 이미 여자친구 표정이 좀 많이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좀 웃길 바라면서 이얘기 저 얘기 해주면서 화장실에서 여러 대화를 나눴습니다.

여자친구 표정이야 억지로 괜찮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정말 많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너는 뭐 옆에서 말만 해? 좀 도와줄 수 없어?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 하는데 왜 보고만 있어?"

이런식으로 몰아 붙이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밖에까지 들릴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그만좀 하라고 미안하다고 하며 여자친구를 돕기 시작했는데

"다 끝났는데 이제와서 뭘 하겠다고!"

라고 말하며 도우려던 저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미안하지만, 난 이런건 해 본적도 없고 사실 너희 집 실망이야. 난 너랑 결혼까지 생각했었는데, 이건 정말 아니야! 다시 생각좀 해봐야 겠어"

밖에까지 다 들릴 정도로 화를 내며 말을 하는데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을 떠 보니 엎드려서 자고 있었고, '아, 꿈이라서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아,  난 여자친구가 없지' 하며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고 비가 와서 어두운 오늘아침, 일찍 일어난 관계로 좀 더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질 않네요...

 
* 퍼온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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