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년 채 안됐습니다. 뱃 속의 아기는 6개월이 넘었구요. 남편은 중소기업의 설계팀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온 다음날 바로 출근을 시키는 회사가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근데 결혼하고 보니 이 회사 정말 말도 안되는 회사입니다. 방금 인터넷 기사 중 '이틀에 한번 야근해도 월 110만'이라는 기사를 읽고 왔습니다. 읽으면서 눈물이 나고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저희 남편 회사는 야근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보통 10시 퇴근하면 정말 빠른거고 거의 새벽 1시, 2시를 넘어서야 집에 들어옵니다. 직원들끼리 마치고 술 한잔... 그런거 상상도 못합니다. 오죽하면 회사 가까운 곳으로 이사까지 갔습니다. 조금이라도 남편 편하게 해주려고... 토요일이란 개념없이 평일과 똑같이 일합니다. 빨간 날은 공식적으로는 쉬게 되어있으나 일요일 제외한 공휴일은 모두 출근이고 그나마 일요일도 안 나가면 눈치를 받아 결국 한달에 두번 정도는 나갑니다. 집에 오면 파김치 되서 눈감고 씻고 바로 자고 세네시간 자고나면 다시 일어나 회사가는 남편모습.. 더 이상 보기 힘듭니다. 정말 저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눈물나고 앞에서는 티내지 못해도 정말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도 이제 겨우 길던 입덧이 끝나고 먹고싶은 것도 많고 남편과 시간도 보내고 싶은데 그냥 참습니다. 남편 일주일에 보는 시간 10시간 채 안됩니다... 출장은 얼마나 또 자주가는지 모릅니다. 갈 때의 차 기름값, 식비, 도로비 등 미리 주지 않고 다녀와서 청구하면 월급에 보태줍니다. (회사 임의대로 적정선에 맞춰서... ) 더 어이없는 건 경남에서 서울까지 1박2일 꼬박 달려 출장다녀왔는데 퇴근안시키고 회사로 불러 출장 전 하던 일 마무리 지으라 합니다. 저렇게 일하고 모든 수당 다 합쳐서(휴일수당, 시간외수당, 출장수당-식비,기름값,도로비) 180만입니다. 이제 겨우 33살의 남자입니다. 가장된 지 1년도 안되서 벌써 허리가 휩니다. 신설 회사에 감언이설로 넘어가 정말 같이 크게 만들어보자고 주먹불끈쥐고 들어간 남편인데... 회사는 점점 잘 되서 공장부지도 커지고 사무실도 늘어나는데 직원은 늘지를 않습니다. 월급도 늘지 않습니다. 남편 부서 직원 겨우 3명입니다. 그 많은 설계팀 일 셋이서 밤 새워 일합니다. 저희 와이프들 끼리 동변상련으로 서로 눈물만 짓습니다. 얼마 전 처음으로 토, 일 이어 쉬게 해준대서 왠일인가 했는데 가족 동반 야유회를 간답니다... 야유회 가서 설계팀 동료의 한 와이프가 결국 참다못해 울분을 토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모른다(3살, 5살), 가족이 함께 가본 경조사라고는 사장 아들 결혼식하고 상무 장모님 장례식 밖에 없다. 직원 눈이 뻘겋게 붛고 얼굴빛이 노란거 안보이냐? 나중에 몸 상하면 회사에서 산재처리 해줄것도 아니고 어쩜 이렇게까지 부려먹나? 사장은 배불러 가고 직원은 뼈가 삭아가는 거 모르겠냐?" 그에 대답하는 부사장의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여기만 그런줄 아냐? 그럼 대기업 가거나 아르바이트하지 뭐하러 이 회사 들어왔냐? 지 발로 들어와놓고 힘들다 징징대면 그걸 다 받아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단 말이냐? 싫으면 나가면 된다." 였습니다. 사실이라 더 마음 아팠습니다. 싫으면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을 이렇게 부려먹어도 어차피 갈 곳이 없단걸 알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하고도 불안해 하지 않나봅니다. 오늘도 방금 남편이 전화가 와서 다음주 월,화,수 2박3일 출장을 가야한다고 출장 간 동안 못할 일 미리 하려면 이번 주말 회사에서 좀 오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이번 주도 저희한테는 주말이 없습니다. 집에서 함께 밥 한번 먹어본 적없이 신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회사에 불을 지르고 싶단 생각까지 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중소기업 월급쟁이들의 현실입니다. 30,40대 가장들의 현실이고요. 남편 자는 모습 보고 있으면 눈물 밖에 안납니다. 저희 아이도 나중에 태어나면 아빠얼굴을 모를 것 같아 겁납니다. 정말 살아가기 힘든 대한민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