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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후임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370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러멘디
추천 : 15
조회수 : 1066회
댓글수 : 39개
등록시간 : 2014/01/13 08:49:07
 
내가 상병 말 쯤의 이야기이다.
어느 부대든 그렇듯 문제가 있는 신병이 전입해왔다. 하지만 이 신병의 문제점은 우리들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능력이었다.
하물며 개인의 노력 등으로 고쳐질 수 없는 초자연적인 문제였다. 사람 자체는 착하고 순한 녀석이었지만, 밸런스 패치가 잘못된 듯 치명적인 버그가 하나 발견되었다.
그의 특기는 "떨어뜨리기"였다. 정말 이 능력이 신의 저주인지 악마의 축복인지, 아무래도 그 능력은 군대 내에서만 반응하는 능력같았다.
게다가 자의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그 능력은 타인을 위험에 노출시키고는 했다.
 
 
1. 전입 온 첫 날.
생활관에서 자기소개를 마친 후, 맞선임의 도움을 받아 더블백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침대에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신병의 자리는 불행하게도 내 옆자리였다.
이시오카쨔응이 과연 무사히 도주를 하느냐 마느냐의 긴박한 상황에 집중하고 있던 도중, 내 후두부에 강력한 충격이 발생했다.
쿵! 휙~ 어? 쾅!의 박자로 아우러진 그 충격의 여파는 바로 옆자리에서 발생한 것이다. 짐을 정리하던 도중, 내 관물대를 건드렸고 관물대 위에 위치한 방탄헬멧이 내 뒤통수로 직격한 것이었다.
나는 강력한 충격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고, 신병과 그 맞선임의 얼굴은 점차 그들의 남은 군생활마냥 흙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들은 급격한 상환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폭력적으로 변할까 하는 두려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힘겹게 고개를 들고 상황파악을 하던 도중, 평소 개드립에 능한 내 맞후임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방탄헬멧을 집어들고는, 분명 무거운 내 머리가 이 방탄헬멧을 끌어당긴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주장했다.
나 역시 제법 흥미로운 그 가설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현상을 국방인력의 법칙이라 명명하고 각자 자리로 향해 아무렇지 않은 듯 볼 일을 보았다.
한박자 늦게 죄송하다는 소리가 생활관을 울렸고, 스쳐지나가는 그 신병의 모습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을 구경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그 신병은 자신은 영문과 출신이라며, 그에 어울리는 영어 별명인 '뉴턴'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그 이후 많은 것을 떨어뜨리게 된다. 면회나 외출을 나갈 때면 항상 주말작업이 우리 중대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가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복도에 붙은 게시판이 떨어지는 둥. 이 녀석은 대체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았길래 신의 저주를 받았느냐는 우리의 외침은, 부대 내의 무신론자들을 모두 유신론자로 돌려세우게 되는 기염을 토했다.
 
 
 
2. 뉴턴이 처음 예비군 교육을 혼자 맡게 되었다.
큰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당시 우리 부대 내에서 예비군이라기보단 예능군이라고 이름붙여진 모 기업 직업보호 훈련 기간이었다.
당시 서바이벌 훈련의 조교 중 한명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뉴턴 혼자서 대항군의 역할을 해야 했던 것.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업햄처럼 서바이벌 총 한자루를 꼭 끌어안고 벌벌떠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각 코스별로 훈련이 진행되던 상황. 가건물 위에 뉴턴은 당연히 긴장하고 있었으리라. 임무 자체는 쉬웠다. 교관의 신호에 따라 구호 후에 연습용수류탄을 하나 던지면서 예비군 서바이벌의 두번째 코스가 시작되는 아주 단순한 임무였다.
긴장하고 있던 탓일까,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는 연습용수류탄을 교관에게 몸쪽 꽉찬 돌직구를 던졌고, 흡사 김광현의 아우라가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시즌은 김광현이 부진했던 시즌....따라서 그 연습용 수류탄은 예비군 교관의 발등에 직격했다.
 
재미있는 일거리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예능군들은, 이 빨갱이 북괴군이 우리의 영광스럽고 자애로운 지휘관을 암살했다며 뉴턴에게 페인트탄을 난사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제압되어야 할 임무의 뉴턴은 자신에게 쏠린 어그로에 당황했는지 예비군들에게 페인트탄을 발사했으며, 예능감을 한껏 발산하는 예비군들은 우리의 영도자 동대장님의 원수를 갚겠다며 가건물 위까지 침투해서 뉴턴을 생포하기에 이르렀다.
전례없는 예비군들의 전투력을 본 동대장님은 예비군들의 의욕이 높아져서 훈련의 질이 높아져서 좋다고 하셨지만, 뉴턴의 상황은 달랐다.
 
수류탄을 던질 때는 전방 수류탄이라고 크게 외치는 것을 서든어택에서 선행학습 해오지 않았냐며, 영문과라서 파이어 인 더 홀이라고 외치기라도 해야하지 않았냐며, ak쓰지 않는 부대를 무시하는 것이냐며 선임들에게 갖은 놀림 섞인 구박을 받았고, 그는 당분간 관등성명 대신에 "수류탄 투척!"이라고 외치고 다녀야 했다.
 
 
 
3. 큰 훈련을 마치고 행군을 하던 때였다.
행군 코스 도중 중간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뉴턴 뒤에는 내가 위치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행군이 힘든지 연신 끙끙대며 힘겹게 걷고있는 녀석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 일 이전까지는.
10분간 휴식이라는 말에 우리는 군장을 내려놓고 앉아서 담배 한대씩을 피우거나 쟁여놓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나무그늘 아래에 주저앉은 그 녀석에게 다가가서 담배 한 대와 트윅스 한조각을 건네면서 다독여주었다.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 그 녀석은 군장을 들어올리다가 나무를 강하게 한 대 가격했고, 그와 동시에 아직 방탄을 쓰지 않은 내 머리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직 남아있는 까치밥으로 추정되는 걸쭉한 진홍빛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까치인지 까마귀인지 곧장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들이 내 두피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내 후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조류들은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나보다. 내 밥을 왜 니 피부에 양보해야하냐면서 시위하는 그 새들에게 나는 무력할 뿐이었다.
드디어 뉴턴 이자식이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싶었다. 조류독감에 걸리는건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뉴턴의 광역저주가 강력한건지, 아니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엇는지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개드립에 능한 내 후임은 뉴턴이 드디어 각성하여 드루이드의 칭호를 획득했다고 떠들어댔다.
 
후에 이는 뉴턴이 드루이드냐 비스트마스터냐는 논쟁아닌 논쟁이 있었고, 마법사가 소환술까지 쓰다니 이녀석은 사기캐다. 투기장 쩔좀 해달라는 요청에 그 녀석의 낯빛은 참으로 볼만했었다.
 
공룡을 멸망시킨 녀석이 네놈이로구나! 나의 공룡쨔응을 돌려달라는 놀림도 받았고
그가 스물다섯 마법사로 전직하는 2012년에 네놈이 운석을 떨어뜨려 우리 모두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복학 직후 내 학점이 곧장 떨어졌었고,
몇년 후인 아직까지도 나의 랭크게임 점수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보아하니, 그의 저주가 풀리려면 아직 조금 더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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