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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좋아지려고 해서 두렵다
게시물ID : gomin_4380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설탕소금사이
추천 : 3
조회수 : 42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0/14 02:21:01
안녕? 넌 아마 죽을때까지 이 글 못볼거야.
넌 공부 열심히하는 착실한 학생이니까.

자꾸 니가 좋아지려고 해서 두렵다. 넌 내가 바라보기엔 너무 높은 사람이니까. 용감하고 정의롭고 멋지니까. 얼마전 친구랑 얘기하다가 니 얘기가 나왔다. 너의 친구들이 한 친구를 괴롭히는걸, 너가 속한 무리의 애들임에도 불구하고 너희반 아이들 다 있는곳에서 알렸다고 했다. 나라면 절대 못할 행동이다... 그리고나서도 애들이랑 잘 지낸다고 했다. 넌 재밌고 착한 애니까.. 당연하겠지.
넌 공부도 잘한다. 넌 목표가 있고, 착실하고, 언제나 성실하다. 그에 비해 나는 언제나 벼락치기.. 내가 벼락치기 한 얘기를 들으며 웃던 너는 사실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점 외에서도 너는 나와 멀다.

난 내가 부끄럽고 창피하다. 별다른 이유같은 건 없었는데, 최근 이년 사이에 자신감있고 못하는게 뭐냐는 소리를 듣던 난 자신감을 잃었고 할줄 아는게 없어졌다. 작년엔 엄마가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우울증 의심이었거든. 지금은 쉬고있지만, 주말마다 하는 청소년 상담도 다닌다. 내가추측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아마 인간관계가 아니었을까싶다. 고등학교를 올라올무렵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마찰은 없었지만 눈치라는 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며칠 몇주 몇달 밤을 눈물로 지새고 겨우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학기말 수학여행때 친한 친구들마저 날 배신했다. 이유는 홀수가 불편해서. 이해할수없었고 노력도했지만 결국 내가 포기했고.. 포기한 그날 학교 화장실에서 미친듯이 울고, 다 포기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안착한 곳은 지금 내가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다. 착해빠진 아이들. 어떤애들은 찌질이라고 부를지도 모르는 그런 애들. 난 아직도 부끄럽다. 나와 내 친구들을 쳐다보는 그 시선들이. 그리고 친구들을 부끄러워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나. 내가 부끄럽다. 중학생때까지는 소위 논다는 애들하고도 친했고 두루두루 친한 애였는데 왜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이런 나쁜 년이란 걸 들킬까봐 무서웠고 부끄러웠고 죽고싶었다.

넌 내가 학교에서 널 왜 슬슬 피하려는지 왜 인사를 잘 안하는지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답은 간단하다. 내가 부끄러워서. 이런 나랑 인사하는 너한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그리고 내 착각이겠지만 내 친구들과 같이있으면 날 피하는것 같은 너때문에. 그리고 니가 너무 잘나서. 너 주위의 애들과 난 좀다르니까...

니가 자꾸 좋아지려고해서 두렵다.. 과외에서 널어떻게 봐야할지 고민이다. 사실 너도 날 탐탁치 않게  여기는데 과외때문에 인사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있다. 넌 정말 착한애니까 아마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격지심때문에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추석때 너가 과외방에 공부하러온다길래 주말 내내 과외방 갔던 건 아니? 넌 결국 하루도 안왔지만...

어차피 일년뒤면 우린 수능을볼테고... 헤어지겠지. 내년 공부에 지장받지 않기 위해 자꾸 좋아지려 해도 그냥 마음 접을거다. 불가능한거 아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날 사랑해주겠니. 인원수가 좀더 많아지면 분반한다던데, 정말 싫지만, 너랑 다른반 되어야겠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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