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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반달리즘, 증오범죄
게시물ID : sisa_235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카서스
추천 : 10
조회수 : 42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0/14 05:33:57



  며칠 전, 저녁을 먹고 편하게 앉아서 오유를 하려고 들어왔는데 이상하더라고요. 갑자기 베오베에 이상한 글들이 뜨면서 막 도배가 올라왔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일베에서 한 테러더군요. 베오베 구경하려고 기분 좋게 들어왔는데 기분이 팍 상하더라고요. 다른 글 클릭하려고 해도 잘 안 되고 말이죠. 오늘 본 글에서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사건을 벌이고 오유에서 왔다는 식으로 거짓으로 둘러대는 스샷이 있더군요. 

  일베가 오유를 특히나 싫어하고 타겟으로 삼아서 못 살게 구는게 하루이틀이 아니었지만 그건 단순한 비방이나 추천테러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 심하게 테러를 하는 걸 보면서 짜증도 나지만 한편으로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남을 괴롭히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그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굳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못 살게 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딱 떠오른 것이 반달리즘Vandalism이었습니다. 비단 문화예술 부문만이 아니라 공공성 혹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폭력. 또 다른 떠오르는 단어들은 증오범죄hate crime.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치환해서 저지르는 범죄. 이 두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것은 분노를 무고한 다른 사람에게 파괴적인 방법으로 표출한다는 점입니다.
 
  굳이 얻는 것 없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근원적으로 지배 문제control issues가 있다고 봅니다. 본인이 파워를 가지고 있고 조종할 수 있다는 데에서 얻는 희열을 이런 테러에서 얻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이간질을 하고 그 안에서 놀아나고 분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것을 저지른 본인은 그들을 제어하는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와 동일시를 하면서 정서적 만족을 얻고 있는 거죠.

  사회적인 불평등, 해소할 수 없는 갈등, 빈곤, 자기혐오, 증오심 등. 반사회적인 성향, 폭력적인 성향을 부추기는 요인들은 많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유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급변하거나 혹은 변하지 않는 사회 때문이겠죠.

  비슷하게 다수가 또 다른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위의 일들이 격렬하게 일어난 예를 볼까요. 그저 일베는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반달리즘은 작년 영국에서 일어난 폭력시위, 올해 중국에서 일어난 반일시위가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시작합니다만 이후는 걷잡을 수 없는 폭력적인 파괴행위로 끝을 맺죠. 다수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시위와 결합되어 표출된 예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작년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었습니다. 우리가 88만 원 세대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영국은 좌절세대라고 부릅니다. 중국은 어떻습니까. 급변하는 사회와 불평등한 부의 분배 그리고 언제 꺼질지 몰라 초조한 거품성장. 둘 다 어느 사회가 가지고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가장 크게 부각되는 이슈들 입니다.

  청년 실업률은 극에 달하고 자살률 또한 증가했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힘들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풍선을 쥐고 있다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사회 문제가 바로 반달리즘과 증오범죄를 일으키게 만드는 요인인 거죠. 그리고 아직은 소요에 그치지만 이러한 넷상에서의 테러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확대해석 하는 걸까요. 저는 사회학이나 심리학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만 단순히 이게 근거없이 짜맞춘 것에 불과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사회의 희생양과 같은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발전 좋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멈춰서 '이웃'을 돌보는 일인 겁니다. 성장이 아닌 분배의 문제가 이루어지면 해소가 될까요. 단순히 부의 분배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 병들고 약한 부분들에게 호통치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도려내야 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적어도 우리는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어두운 면은 보지 않고 없는 척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마주하고 그 실체를 알고 사실은 그 어둠 안에 말랑하고 연약한 얼굴은 우리와 꼭 닮은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바람이 올해 대선에서 새로운 바람에 실려 조금은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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