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을 틀어쥐고 있는 것은
얼마 살지도 못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함께 해온
역사가 깊은 변비다..
처음에는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4~5일은 기본으로 생산을 실패하는 것 같다.
지금도 아랫배가 똥반 가스반으로 부풀어있다..
여름이라 땀도 흘려서 몸이 끈적한데 뱃속에 똥까지 가득 들었으니
이 불쾌감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ㅅㅂ
진짜 너무너무 괴롭다.
전부터 지식인 형들한테 질문도 자주 해보고 그러지만..
결론은 항상 뾰족한 수는 없다는 걸로 나온다.
걍 식습관 고치고 뭐 그런 조언들 뿐이다.
내 식습관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건 솔직히 사실이지만
진짜 식습관이 하루 아침에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노력은 해봤지만 별로 오래가질 못한다.
면 종류, 빵, 과자..이런 걸 하도 좋아해서.
변비약도 먹어봤는데 낫는 것도 그때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아 진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한의원 가보라는 말도 있던데...난...난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또 변비 환자 주제에 화장실은 엄청 가려서
한 5일만에 오는 신호도 밖에 있을 때 오는 거면 답이 없다. 못 간다..
가서 앉아서 아무리 힘을 줘봐도 밖에서는 안 나온다..진짜...아...
불안감 때문인가? 아무튼 맘 놓고 쌀 수가 없다.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더 막막하다.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일주일이든 여행 내내 제대로 된 생산은 전혀 할 수가 없다.
한 5일을 넘어서면 그나마 쪼끔 구슬 같은 그것을 힘겹게 빼내고는 하지만
그거 가지고 장 사정이 나아질 리가 없지 않나..
그리고 남들은 스트레스 받으면 위가 안 좋아진다거나 잠을 잘 못자거나
하여튼 고상한 고통? 을 겪던데 나는 똥을 못 싼다..
괴로워죽겠다.
한 닷새쯤 생산을 못하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뱃가죽 바로 아래까지 다 똥인 기분이다.
똥독이 오르니 피부도 더러워지고 성격도 더러워지고 가끔 두통도 온다.
또 한계에 다다라서 기어이 배출을 하더라도 굵고 긴 형태의 시원한 배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찔끔찔끔 가늘고 길게 내뱉다가 포풍 ㅅㅅ의 형태로 해결되기 때문에...상쾌하지도 않다.
아니, 일단 비워내기는 하니까 시원하긴 한데...그래도 좀 찝찝한 건 찝찝한 거다..
진짜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따.
이 놈의 만성 변비가 나을 수만 있다면 진짜 뭐든 할 것 같다...
앞으로도 평생 똥 컨디션을 봐가며 약속을 잡고 여행 일정을 정하고
중요한 날 앞두고 며칠 전쯤 변비약을 먹어야 적절한 시기에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계산하는 건
정말 생각만해도 괴롭다
언제까지 똥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나?
장 건강한 사람들이 너무너무 부럽다.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변비는 어디 가서 당당히 말하지도 못한다.
만성 두통이 있으면 아 제가 두통이 좀 심해서...할 수 있고
빈혈이 있으면 아 죄송해요. 제가 빈혈이 있어서...할 수도 있지만
자네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나? 물어보는 사람한테
아 제가 요새 똥을 좀 못 싸서...변비가 있거든요. 할 수는 없지 않나...
아 진짜 건강히 잘 싸며 살고 싶다..내 평생 소원이다.
배변의 즐거움이란 사람이건 동물이건 누려야 할 가장 1차원적인 욕구일진대
난 언제까지 배변읠 즐거움을 억눌린 채 살아야 할까? 해방의 날이 오기는 할까?
너무너무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