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28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직장에 다닌지는 8개월 됐구요, 신입은 아닌거 같은데 경력도 얼마 안되네요.
대학은 4년제 국립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평점은 3점대 초반입니다. 성적표를 보면 실습과목위주는 성적이 좋구요. 이론은 거의 바닥을 깁니다.
능동적으로 공부를 잘 못하고 시험이 눈앞에 닥친다거나 어쩔수 없이 해야될때만 하는 편입니다.
흔히 말하는 시켜야 잘하는 타입입니다.
학교다닐때는 막연하게 졸업하면 취업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고,
졸업작품을 내야 되는데 돈주고 사서 제출하고 졸업했습니다.
막상졸업하니 갈데가 없더군요. 그래서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 3개월 다니고 학원에 너무 실망을 크게해서 그만뒀습니다.
그때 아는 분이 일하는 회사에서 공부하면서 개발자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는 학원을 다닌것도 아니고 책한권 놓고 독학으로 바로 실무에 들어섰습니다.
사장님은 개발자가 아니라 저를 도와주지도 못했고, 인터넷 사이트에 질문올리고 답변받고 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했습니다.
정직원도 아니었고 출퇴근도 제 맘대로였고 알바개념으로 정해진 금액없이 용돈받아가면서 일을 8개월 했습니다.
정직원으로 채용해 주신다고 했는데 사장님이 뉴질랜드 영주권을 받아서 이민을 가버리셨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한달정도 알바하면서 보냈는데 어머님 잔소리때문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집은 지방이었고 서울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 서울로 면접을 6군데 정도 봤습니다.
전 그때 제가 참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는걸 알았습니다.
학교다닐때 공부 열씨미 안했냐는 소리도 들어봤습니다. 면접을 볼 수록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면접을 본 회사에서 제 실력정도면 들어와도 괜찮을것 같다고 했는데
그 회사는 원래 경력자들만 뽑던 회사고 신입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말이 부담스러워서 전 실력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사수가 있기 때문에 들어와서 배우면 된다고 했습니다.
혼자 공부하면서 일을했을때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수가 있다는 말이 너무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렇게 바로 콜을 했고 면접보고 1주일만에 서울에 집을 얻고 취직을 하게 됐습니다.
모르는건 사수에게 물어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걸 알고 스터디그룹을 결성해서 주말에는 스터디도 다니고
퇴근후에는 집에서도 공부하고 집근처 도서관도 다니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했고, 보람을 느끼면서 회사를 잘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고, 경력직 직원이 한명 더 들어오게 됐습니다.
저희팀에 저 포함해서 3명이 같은 분야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기획자가 인수인계 없이 그만두게 되어서 기획이 새로 바뀌게 되었고,
거의 새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저는 신입이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제외 되었고, 할 일이 없게 되어서 회사에서 공부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책 보면서 혼자 공부하면서 두달정도를 보내게 되었는데, 뭔가 공부에 부족하다는게 느껴졌고 빨리 프로젝트를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때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오게 되었고, 6월초에 마무리되는 일이어서 시간이 한달정도 남았었습니다.
빨리 해야겠다는 조급함도 있었지만 드디어 일을 하게 된다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배우는게 더 빨리 실력이 늘고 많이 알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컨텐츠 제작과정에서 중지가 되서 아직도 보류 중입니다.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는채로 중지가 된겁니다.
그렇게 저는 또 할 일이 없어지게 되고, 또 공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입사한지 8개월이 됐는데 실제로 일을 한 기간은 4개월정도 밖에 안되는것 같네요.
이 시간이 너무 아깝고, 경력은 쌓여가는데 실력은 없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이 회사에서 오래 일을했을경우 같은 경력을 가진 다른 개발자들 보다 뒤떨어 질거 같다는 생각이 크네요.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이직하고 싶은 이유중 하나고, 다른 하나는 제가 아직도 회사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것 같네요.
전 비흡연자입니다. 다른 직원들 보면 흡연하러 가서 대화도 하고 그러던데 저희 팀이 원래 다들 말이 별로 없으셔서
점심시간에도 거의 대화없이 밥만 먹고 정말 심할때는 하루에 "안녕하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두마디 할때도 있습니다.
제가 원래 말이 없는 타입은 아니고, 회식자리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윗분들이 좋아하십니다.
처음에는 말도 잘하고 했는데 요즘 우울증도 오고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 이유가 입사하고 4개월 정도 됐을때 회사에서 저에게 다른 업무를 시키려고 하더군요.
개발자라면 한가지만 하는게 아니라 다른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런데 그때 저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 취직을 했는데
오래 된것도 아니고 신입이었고 4개월짼데 처음부터 공부를 하라고 하는것도 아니고
이미 완성되어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유지보수를 하라고 하더군요.
웹 관련된 쪽이 었는데 저는 다뤄본적도 없고 학교다닐때 한학기 잠깐 수업들은게 전부였습니다.
그 일을 하던 직원이 그만두고 맡을 사람이 없어져서 저에게 넘어오게 된건데
'내가 이걸 왜해야 돼?'라는 생각이 많았고, 공부를 해도 잘 모르겠더군요.
소스 분석 자체도 오래걸리니까 하루는 제 사수가 절 부르더니 일하기 힘드냐고 묻더군요.
저보고 회식자리에서 잘하는 사람이 사회생활 잘하는게 아니라고,
그런식으로 일해서 개발자로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전 그 말이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배우려는 자세였고, 공부도 하고 있었고 열씨미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사수가 보기에는 그냥 회식에서만 재밌는 애라고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동안 아무말도 못했고, 사수가 맡은일 할수 있겠냐 못하겠냐 내가 보기엔 너 못할거 같은데 라고 말해서
저도 못할거 같다고 말했고 사수는 저한테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사수와 제 사이에서 대화가 많이 없어졌구요. 모르는건 물어보라는데 물어보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예전에 혼자 공부할때 처럼 인터넷 뒤져가면서 많이 찾아서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 위에 경력직으로 들어온 직원이 한명있는데(편의상 그분이라구 부름),
그분도 비흡연자라 저랑 친해질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대화도 많이 했고 취미도 좀 비슷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분이 안해도 될일을 해서 뻘짓하는 일이 많이 있었고, 윗사람한테는 의견도 말 못하면서 저한테만 뭐라고 하더라구요.
저랑같이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기획부랑 회의를 해야 되서 준비중에 제가 그분한테 이런건 이렇게 가야되는게 아닐까요? 라고 했더니
우리는 그냥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거야 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저는 짬도 안되고 경력도 안되니까 그분 말대로 그냥 회의때 나온것대로 일을 진행시키려고 했고,
그러다가 나중에 문제가 많이 생겨서 완료될시기를 엄청나게 넘겨버리게 됐습니다.
다음 회의때 제가 이런건 이렇게 해야될거 같다, 그렇게 제 의견을 다 말했는데 그게 다 반영이 됐고,
제 의견대로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개발자랑 기획자 사이에는 많은 대화가 오가야 되고 기획자가 윗사람이 아니라는걸 알았습니다.
한 프로젝트를 파트를 나눠서 진행을 했고, 저는 제 사수가 알려준방식대로 했는데 그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니
그 분이 저에게 윗사람이 시킨다고 다하냐, 문제가 생기만 다른방법으로 해야지 시킨대로 하면 어떡하냐고 하더라구요.
그때 속으로 이뭐병... 윗사람말대로 따라라 했다가 하지 말아라 했다가.. 참...
그렇게 지내다가 전 그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그분이 그 프로젝트를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할때 그분이랑 같이 회의를 했고, 저는 새 프로젝트를 맡는게 처음이라서
회의때 어떤걸 질문해야 될지 물어봤는데, 니가 개발할건데 니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군요.
그리고 회의끝나고 나서 저한테 자기는 일이 바쁘니까 너 서포트 못해준다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처음엔 이게 무슨말인지 몰랐는데 질문한번했더니 엄청 귀찮다는 식으로 쳐다도 안보고 말을 하더군요.
마치 저를 일에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더군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듯이 대충 얼버무리고,
제가 알고 있는건 아는게 아니고 자기가 아는게 다 맞는거라는 식으로 말을합니다. 그래놓고 저한테는 이거 찾아봐라 저거 찾아봐라하고
자기는 바쁘니까 못도와준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 물어보지도 않아요. 물어보면 딴소리나하고 저도 빡치니까요.
그렇게 그분이랑도 대화가 없어졌습니다.
제가 왜 그걸 그렇게 해야되는건가요 하고 물어보면 그걸 왜 그렇게 해야되는지 모르겟으면 알때까지 공부하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 분 얘기만해도 3일밤낮을 해도 모자른데, 암튼 그렇게 저는 제 사수랑도 대화가 없고, 제 위로온 경력자랑도 말이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저희팀에서 제가 뭘 하는지도 모릅니다. 노는지 일하는지 공부하는지 관심도 없어요.
말도 한마디도 안하고, 밥먹을때 되면 밥먹으러가서 자기 폰만 들여다 보고 있고.
사회생활이 원래 이런건가 싶네요. 자기 일만 하면되는건가요? 뭔가 좀 더 사람들이랑 커뮤니케이션도 오가고 그럴줄 알았는데
경력자들만 뽑던 회사라 그런지 저를 경력자 취급하는거 같고, 예전에 혼자 공부할때랑 별반 다를게 없네요.
또 한가지 이유는 회사 복지문제입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지고 있는건지, 청소부 아줌마도 짜르고, 식대도 줄이고, 헬스나 운동하게 되면 다달이 지원해주는것도 없어지고,
야근이나 회식하고 전철끊기면 택시비 지원해줬는데 그것도 없어지고..
근 두달동안 직원 6명이 사직했네요.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30분도 넘게 쓰고 있네요.
간략하자면
1. 경력은 쌓여가는데 회사에서 일이 없어서 노는일이 태반이라 경력 높아지면 실력은 바닥일거 같은 걱정(8개월동안 4개월놈)
2. 그 시간에 공부를 하면되는데 알아서 공부하는걸 잘 못하는게 함정.(암기는 잘하는데 이해력이 부족함)
3. 사회 초년생인데 회사 생활에 대해 기대했던것과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오는 회의감.
4. 나름신입이라 선배들의 조언도 받고 싶고 관심도 받고 싶고 많이 배우고 싶은데 나한테 관심이 없음.
5. 회사가 망해가는듯한 불안감. 복지도 점점 줄고 일도 없고..
6. 4년제 대학교 전공자 졸업자 치고 연봉도 적음. 연봉들으면 다들 왜 그렇게 싸게 일하냐고 물어볼 정도의 연봉.
글쓰는 스킬이 부족한것과 글읽는 분들의 시간을 너무 뺐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때문에 많이 생략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직을 하고 싶은데, 신입으로 이직을 해도 지금 받는 연봉보다 더 받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돈은 나중문제고 계속있어도 저한테 크게 도움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혼자 공부는 자신없는데 일이 주어져서 부족한부분 공부를 한다면 정말 열씨미 할 수 있어요.
1년도 안채우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면 끈기가 없다고 보여질까요?
지금 회사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마무리도 안됐는데 새로 다른걸 시작하려고 합니다.
새 프로젝트에 발들이기 전에 그만두는게 맞는거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인간은 간사하고 이기적인 동물이라 자기가 듣고 싶은 입에발린 소리만 듣고 싶어한다는거 잘 압니다.
근데 전 지금 제가 뭔 소리를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쓴소리도 달게 받을테니 선배님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