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글은 아니고 걍 추억글임.
우리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좀 특이하신분이라..아까 베스트게시물에서 지역감정 글 보다가 생각났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 아버지 고향은 전라남도임.
어렸을때 시골 외갓집에 내려가서 느낀건... 좀 잘산다 였음.
집도 넓고, 집 근처 논도 다 외갓집꺼였고, 외할아버지께서 이장이라 굉장히 떵떵거리며 살았었음.
그분은..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고집세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었음. 한마디로 좀 같이 이야기하면 피곤하고 힘든분?
어렸을때 서울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좀 잘했다고 알고있고, 공무원을 하시다가 정년에 은퇴하고 땅장사하면서 사셨는데,
서울에서 유학했던 당시에 그쪽에 가입하셨는지 민자당 계열이었음.
민정당 - 민자당 - 신한국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 으로 누려진계보 그쪽..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특이하긴 한거임.. 전라도 한복판에서 민자당이라니.
내가 기억하는 일중에 하나는 16대 대통령 선거임. 다들 아시는 노무현vs이회창 구도.
그 16대 선거날 외갓집에서 잔치를 한거임.
이회창씨 - 외할아버지는 꼭 이회창'씨'라고 불렀음 - 가 당선되니깐 우리집은 잔치해야겠다. 이러면서.
주위반응은 아시다시피 완전 안좋았는데, 또 그분이 외골수고 옹고집이라 사람들이 언쟁 자체를 안함. 그래서 걍 외갓집 보고는 썩은웃음.
근데 이게 왼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거임.
외할아버지 파워 맨붕당하셔서 한 일주일동안 혼자 잔치상앞에서 술드셨다함.. 우리나라는 망했어 이러면서...
그러시던 외할아버지께서..
나중에는 외갓집에서도 안좋은 일이 많아 가세가 많이 기울어졌음.
그래서 전라도 광주에 계시는 외삼촌네서 같이 살게 되셨는데(외삼촌은 총각)
이제는 별 일이 없으시니깐 집에서 티비 보시다가 동네 노인정 왔다갔다 하시고 그러는데
하루는 그집에 놀러갔는데 외삼촌이랑 외할아버지랑 소리지르면서 싸우고 있는거임.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많이 사소한거였는데 ㅋ
외할아버지가 티비에서 나오는 프로레스링을 진짜 싸우는걸로 알고 계셨음.
근데 외삼촌이 저거 다 쑈에요~ 이러다가 리모컨으로 맞은거임.
또 외삼촌도 지기 싫어서 저거 스토리 다 만들고 싸우는 쑈라고, UFC PRIDE 이런게 진짜 싸우는 거라고
외삼촌 본인이 운동해봤으니 안다고 (체대출신) 막 설명하다가 또맞고.. 그랬던 사건이 있었음.
진짜 장난아닌 외골수셨음 ㅋㅋ
외할아버지께서 제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아마 돌아가실때까지 프로레슬링이 진짜인줄 알고 가셨을거임.
좋은 추억은 없지만 걍 생각나서 한번 써봤음.. 마무리가 힘드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