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고 싶었던 얼굴인데, 그 애가 제 앞을 지나가자마자 도망치듯이 자리를 피했습니다. 왜냐면 남자친구인듯한 분과 같이 있었거든요. 헤어진 후, 거의 1년 가까이 500일의 썸머를 수십번 봐가면서 우린 맞지 않았다고 애써 위로하면서 지냈습니다. 참 많은 것을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해주지 못한 것들만 너무나도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자람보다 넘침이 많았던 것 같아서 무언가를 해주지 못한 아쉬움은 없어야 하는데, 그 아쉬움은 저를 놓기 싫었나 봅니다. 그 애를 떠올릴때면 좋았던 기억은 전혀 생각이 나질 않고 실수로 내뱉은 말과 이 지경까지 오게 한 서투름과 어설픔만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그 애가 너무나도 보고싶었고 연락을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미련이라 생각해서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가슴이 자꾸 미련이 아니라고 말하는거 같더랍니다. 그래서 언제 연락할 지 계속 고민만 하던 나날들 이였습니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그 애를 본 오늘, 그동안 버텨온 제 자신이 무너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다행입니다. 그 남자친구분 딱 옆에 붙어서 환하게 웃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 애를 마지막으로 봤을 땐 저를 원망하듯 보는 그런 표정이였는데, 오랜만에 웃는 모습을 봤거든요. 아마 제가 연락했어도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었을 겁니다. 다행이에요..
흔히들 똥차가고 벤츠 온다고 하더랍니다. 저는 벤츠인척 하려고 했던 똥차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그래야 지금 그 애가 만나는 분이 벤츠일테니 말이에요.
그 애랑 같이 길을 걷던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도 정말 묻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끝을 내려니 무슨 말을 할 지 모르겠네요. 그냥 어디에든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었던 건데. 어….작년에 보잘것없던 제 마음에 꽃을 피워줘서 고마웠습니다. 평생 못 잊을겁니다, 진심으로 행복했고 사랑했습니다.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