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 자게에서 눈팅만 하던 평범한 취미 사진가입니다.
하루 글 제한 2개가 상당히 답답하네요.
(하지만 오유인들은 이게 다행인건지도 몰라요. 그만큼 뻘글이 적게 올라와서...)
어제 오유에서 올린 첫 글이 베오베로 갔네요.
사실, 스르륵에서는 관심조차 받기 힘든 평범한
제 사진에 그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실 줄은 미처 몰랐구요.
괜히 쑥스럽기도 하고 신선하네요.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분들도 많은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용기내서 글 한 쪽 적어보려구요.
(마침 비도 추적추적 내리니 말라 비틀어졌던 감성도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백수고 해서 ㄷㄷㄷㄷㄷ)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마무리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ㄷㄷㄷㄷㄷ
어느 비오는날 토요일 아침
어제 어떤 댓글에서
'환영의 의미에서 호평하는게 아니라 정말 사진이 좋다'고 하셨는데,
스르륵 아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겸손의 의미로 자기 사진을 낮추는게 아니라 정말 평범한 사진들입니다.
단지, 그 평범의 기준이 달라졌을 뿐이지요.
(물론 범인 코스프레 하시는 고수들도 있는게 함정)
시골 냥이
시골 냥이
2004년 봄, 수강 신청을 하는데 학점은 남고,
뭐 더 들어볼 거 없나 하다가
신방과에 '사진 저널리즘'이라는 강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예전부터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겠냐'는 심정에
카메라도 없으면서 덜컥 수강 신청을 해 버립니다.
그리고 제 강의때 DLSR이든 SLR이든 준비를 하라는
교수님 말씀에 제 첫 카메라 '캐논 EOD-300'(필카)과
50mm 1.8f 단렌즈를 구입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스르륵에 가입하게됩니다.
중고로 EOS-5를 살 수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중고를 구입하는게 부담이 돼
EOS-300을 구입했었네요.
근데 알고보니 이 '사진 저널리즘'이 신방과 3학년 전공과목이더라구요?
당연하게도 오토랑 P모드 사용 금지,
매주마다 과제를 내주는데 이건 뭐...
생판 첨 잡아보는 카메라에 더군다나 SLR...
필름 3롤(36*3 = 108장) 찍어서 현상/스캔 해 보면
초첨과 노출이 제대로 된 사진은 고작 3~5장 정도..
과제하느라 아주 혼났습니다.
참고로 저는 컴공과, 신방과 학우들을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바닥을 깔아줬습니다.
그래도 얻은게 많았던 지라 후회는 없어요.
그렇게 한 학기 동안 사진 강의를 듣고,
사진은 완전히 제 취미로 굳어졌습니다.
물론 스르륵에는 눈팅족으로 상주하면서 스르륵 유저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그 시절 사진들입니다. 이때는 대부분 주위 사람들을 많이 찍어서 넷상에 올리기는 힘드네요. ^^;
처음 찍어 본 (슬픈 전설이 담긴...) 야경들
해질녘 사진을 종종 찍었었네요
3040 ㄷㄷㄷ
야키소바
원숭이 놀리지 마세요 맞아요 ㄷㄷㄷ
삐뚤 ㄷㄷㄷ
굉장히 작았던...
덴뿌라 우동인데, 면발이 엄청 탄력있고 묵직했던 =_=b
벳부 대학 썸머스쿨 때 묵었던 숙소...
이 시절 사진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참 민망한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초점나가는건 기본이요, 노출이라도 맞으면 다행이고...
도대체 왜 뭣때문에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이 수두룩 하고...
그마저도 수직수평이 안 맞아 삐뚤빼뚤 ㄷㄷㄷㄷㄷ
그 시절에 독학하면서 본 책들이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 강의',
브라이언 피터슨의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 이 세권이네요.
도서관에서 책 빌려 놓고 읽다가 나중엔 세 권 다 사서 틈나는 대로 읽어봤죠.
저는 바바라 런더의 책보다 브라이언 피터슨의 책에 더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읽기 편하달까... 사진도 큼지막하니 진도가 잘 나가서요.
한권을 여러번 읽는걸 선호해서...
어른의 장난감?
그렇게 시작한 사진이 벌써 12년째가 됐습니다.
그러니 평범의 기준이 바뀔만도 하죠?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르륵 아재들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시작이야 어땠든 3~4년 지나면 어느 정도는 다 찍어 냅니다.
아는 동생에게 사진을 가르쳐 본 적이 있는데,
기본(노출) 떼는데 1년 정도 걸렸고, 이때는 저랑 비슷하게 찍더라구요.
그러다가 2년차 부터는 자기스타일(구도, 보정)이 묻어나오더니,
3년차 부터는 누가 더 낫다라고 할 수 없겠더군요.
그래서 스스로 '범작이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다'라고들 하는거죠.
쪼렙은 벗어 낫지만, 만랩은 머나먼... 그런 상태를 스스로가 더 잘 아니까요.
더군다나 스르륵에는 정말 고수들이 드글드글한 곳이니까 더욱 그렇죠.
이번 기회에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면,
부디 오늘부터라도 취미 사진가가 돼 보세요.
폰카든 디카든 필카든 DSLR이든 카메라만 있으면 지금 당장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노출에 대해서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처음이 어렵지 노출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사진이 확 바뀔겁니다.
이쁜 사진이 찍히면 기분도 좋고, 친한 사람들한테도 보여주고 싶고,
오유에 올려 자랑도 하고, 그러다보면 사진이 더 찍고 싶을겁니다.
다들 그렇게 시작해 취미로 남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만랩짜리 초절정 고수가 되어 현업에서 활약하시기도 합니다.
직장인이 되어도 공부는 꾸준히... ㅠㅠ
우리는 '왜' 사진을 찍고 싶어 할까요?
저는 '음식'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거 먹을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먹고 싶고,
혼자 먹는거 보다 여럿이 모여서 먹는게 더 맛있잖아요?
요리 잘 하시는 분들 보면 막 나눠주고 그러잖아요.
사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좋은거, 멋진거, 예쁜거, 멋진거, 재미있는거, 희한한거,
감동적인거, 충격적인거 같이 보고 싶고,
내가 느낀 감정을 나누고 싶은 그런 마음 아닐까요?
오유인들 반응에 신나서 장농에 꼬깃꼬깃 꼬불쳐둔 사진을 꺼내오는 아재들의 모습은
사진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같이 보고 같이 느끼는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죠.
보여주려고 찍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이나 무단도용이 아니라면
사진 사용을 흔쾌히 허락하시는 거구요.
그리고 제 생각입니다만, 사진은 남한테 자꾸 보여줘야 늡니다.
그러니 많이 찍어 올려서 보여주세요.
사진 찍어서
'이건 이쁘니까 나만 볼꺼야! 아무도 안 보여 줄꺼야! 꽁꽁 숨겨 놓고 나만 봐야지! 으흐흐흐흐~'
하시는 분.... 계실까요? ^^;
꾸준히 찍다보니 회보지 표지 응모에 얻어 걸리기도 하구요 ㄷㄷㄷ
사진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시작해보세요.
찍다 보면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기실거고,
그러면 노출에 대해 알아보시고,
내 사진 취향과 내가 찍고 싶은 사진 뭐라는게 명확해지시면
그 사진에 필요한 장비를 알아보시고,
그렇게 몇 년 흘러가면 어느새
'민망하지만ㄷㄷㄷㄷㄷ', '발로 찍었어요ㄷㄷㄷㄷㄷ' 하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죠.
첨부터 잘 찍는 사람은 흔지 않아요.
잘 찍은 사진보다 의미 있는 사진이 더 좋구요.
잘 찍었고 못 찍었고를 떠나 나한테 의미 있는 사진들을 많이 남기세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자나요.
뭐라도 남겨보세요. 조바심 내지 마시구요.
한장 한장 공들여 찍어서 쌓다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기록이 쌓여있을겁니다.
퇴근길 풍경
'사진 저널리즘'에서 들었던 내용들은 대부분 다 까 먹었는데, 이것 하나만 아직까지도 선명히 뇌리에 남아있네요. 교수님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인데…
'니가 See 한 걸 가져오지 마라. 그런거엔 관심없다. 니가 Look at 한 걸 가져와라. 난 그런게 보고 싶다.'
그저 바라본 것과 응시한 것/주시한 것/시선이 머문 것의 차이겠죠.
저도 사실 이 차이를 정확히는 설명 못하겠습니다.
여전히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지인의 카페에서
사진에도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여러 관점이 있구요.
어떤 사진을 좋아하고,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자기 취향을 빨리 파악하실수록 좋습니다.
사진은 정말 좋은 취미이며, 카메라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평생을 함께 할 친구죠.
(비록 장농 속으로 들어갈지라도 ㄷㄷㄷㄷㄷ)
이번 글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안구정화 타임-
PS1. 사실, 사진 12개까지 올릴수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ㅠㅠ
PS2. 나비 같은 곤충은 어디로? 식게? 동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