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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를 믿게 되는 심리와 개념있는아이님께 드리는 글
게시물ID : history_5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량수
추천 : 14
조회수 : 76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0/16 14:17:10

환단고기를 왜 위서로 보고 한국 역사 교과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가 무엇인지는 푸시킨 님이 상세히 잘 설명하셨으니 저는 생략합니다. 


다만 왜 사람들이 환단고기에 빠져들고, 좀 처럼 환단고기란 망령이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못하는지를 이야기 하고자 함입니다. 다시 말해 환단고기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인식에 관한 것이죠. 


일단 아래 글부터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체적으로 중앙,동유럽 국민들은 실망스런 과거를 지닌, 아마 더 실망스러운 현재를 지닌,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지닌 나라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패와 불안정을 탓할 누군가를 찾게 된다. 적어도 현세대에서는 개혁을 통해 1989년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이나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분위기 덕을 보지 못한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외국인을 혐오하는 민족주의나 관용을 베풀지 않은 움직임일 것 같다. 낯선 이방인을 비난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손쉬운 일이다.


... 역사는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나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 또는 근본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 만약 적당한 과거가 없으면, 그러한 과거는 언제든 발명될 수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들이 정당화 하려는 현상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나 영원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딱 들어맞는 과거는 대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 이데올로기들의 현대판인 종교적 근본주의와 현대 민족주의 모두 해당된다. 

... 과거는 현재를 정당화 시킨다. 과거는 별로 기념할 가치가 없는 현대를 영광스럽게 만드는 배경을 제공한다.



역사의 밖과 안에서

역사론 - 에릭홉스봄. 강성호 옮김. 민음사 2002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세계적인 역사학자 에릭 홉스 봄의 말입니다. 그의 전공 분야는 19~20세기의 경제인데요.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았다는 뜻이지 경제가 전공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ㅡㅡ;;



여하튼 그는 19~20세기에 종종 나타나는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가 비판하려던 것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파시즘이었죠. 네, 독일에서 히틀러가 황제 같은 대통령이 되었던 이유고,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가 등장했던 이유며, 일본 제국주의로 편입되면서 천황을 중심으로 충성을 맹세하던 근간이기도 합니다. 


위 글은 그가 소련이 붕괴된 후 혼란스런 동유럽 국가의 대학 강연 때 한 원고입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울수록 대중은 자신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중에 역사로 투영되는 것이 바로 환단고기 같은 서적에 대한 신봉이죠. 그래서 에릭 홉스 봄은 동유럽에서 강연을 하면서 저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자 문제가 된 이야기의 본문을 보죠. 환단고기에 빠져들게 된 이유에 대해서 직접 설명하셨네요. 줄쳐진 곳을 보면, 한국사에 대해서 너무 안타까워 하는 대목이 보이죠. 그리고 그것을 혐오할 정도로 싫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그건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 생긴 심경의 변화가 역사라는 것에 투영을 시켰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에게 생긴 정신적 혼란에 의한 문제가 괜히 역사 문제로 번져갔다는 것이죠. 


환단고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우와 이게 우리 역사란말이야?"하면서 접근하기 보다. "뭐 이런 헛소리들을 다 믿냐?"로 시작하죠. 정말 허무맹랑하거든요. 황당하고 말도 안되긴 해도 이 책이 전해주는 내용이 마치 나를 띄워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은 감정을 지니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혹은 세상이 이런 저런 혼란에 빠지고 자신을 낮춰 보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환단고기 같은 책을 믿고 싶어집니다. 아랫 부분에 줄친 부분에서 보다 싶이 그게 옳다고 생각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환단고기가 정말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믿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믿고 싶어지면, 모든 것을 그것에 맞춰서 바꾸게 됩니다. 





자... 진화론도 하나의 이론일 뿐인지라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실증적인 증거들을 통해서 창조론 보다는 진화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죠. 


이런 의문의 시작은 바로 환단고기를 믿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기독교인이 기독교 교리를 믿기 때문에 진화론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창조론 만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작동 되는 것이죠. 



사람들이 환단고기를 믿는 사람들에게 왜 환빠라면서 몰아붙이고 조롱하고 깍아내리는 이유는 그들이 이런 자신의 믿음을 "사실"로 규정짓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나는 진실이고 너는 거짓이다!"라고 외쳐대기 때문이죠. 역사적 유물이라고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환단고기가 세상의 모든 진실을 품고 있다는 듯이 말이죠. 네, 흔히 인터넷 상에서 광적인 기독교인들이 비난 받는 것과 같은 이유 입니다.


사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비난하고 있다면, 그 비난이 어디서 시작되고 왜 그렇게 되는지도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좀 처럼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물론 이것을 감당하기에는 언제나 소수가 되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어렵기는 합니다만...


반듯이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라겠습니다. 



덧붙여서.... 자세한 대답은 푸쉬킨 님이 하셨으니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하고 또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유물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역사에서 증거가 되는 사료는 1차와 2차 3차로 나뉩니다. 1차는 해당 시대에 해당 이야기를 쓴 것이고, 2차는 해당 시기가 아닌 이후에 쓰여진 것이 되며, 3차는 1차와 2차를 종합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시대로 비교해 보면, 기자들이 쓰는 기사를 1차 사료, 2차는 10년이나 20년 뒤에 사람들이 쓰는 자서전, 3차는 이들을 모두 묶어서 어떤 인물에 대해 쓰인 위인전 같은 것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역사에서는 10~20년 정도가 아니라 100~200년 정도 이후에 쓰여진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글자라는 것이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의 한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글이 생기기 전 시대의 문제인데요. 아무리 글자로 고대에 어쩌고 저쩌고 써놓아도, 글자가 없던 시기에 혹은 많이 사용되지 않던 시기에 있던 일을 정확하게 적는 다는 것은 어렵지요. 때문에 글자가 사용되지 않았던 시기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물입니다. 유일하게 1차 사료가 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중국의 은나라로 알려진 상나라도 흔히 정사라고 불려지는 책들에 등장하고 여기저기에 기록의 흔적을 발견했어도 갑골문 이라는 해당 시기를 알려주는 유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상의 나라였을 뿐이었답니다. 


때문에 환단고기가 아무리 글자로 이렇게 저렇게 쓰였다고 해도, 그네들이 제시하는 시기에 관한 유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헛소리로 치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구요. 또한 환단고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출처의 불분명함이 사람들을 더욱 환단고기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구전으로 전해진 것을 정리 했다고 해도 푸쉬킨 님이 삼국유사의 예를들면서 설명했듯이 그것들을 역사로 인정하기에는 이런 저런 살이 너무 붙어서 신뢰할 수가 없게 되죠. 


이런 구전의 문제는 흔히 연예인들에게서 퍼지는 각종 루머들로도 쉽게 확인 할 수가 있죠. 물론 그중에는 사실도 있긴 하지만 이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보니 없는 이야기도 나오고 약간의 사실에 이런 저런 황당한 이야기가 붙게 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환단고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환영을 받고 연구(?) 되었던 것은 그만큼 세상 살이가 어려웠고 정신적으로 기대고 싶은 것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1998년도 IMF사태 이후 꽤 많은 사람들이 PC통신을 통해 환단고기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런 붐이 KBS에서 방영된 역사 스페셜에서도 다루어졌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혹했었습니다.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역사로 잘난 척하는 중국도 사실은 우리 조상님들 발아래 있던 별거 아닌 놈들이었고, 그 영토도 엄청났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역사를 좋아하게 되고, 역사를 공부하게 되면서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상식이고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왜 안되는 지를 알게 되더군요. 특히나 역사에 대한 깊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역사는 영토가 넓다고 잘난 것이 아니고, 누가 누구를 지배해서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 마지막으로 나만의 역사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좀 부실하게 가르치는 것은 맞습니다. 더불어 스스로 생각하고 찾게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외우게 하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중고교과정이지요. 교과서를 토론 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백날 바꿔봐야 학교의 선생님들이 바뀌지 않고, 세상이 중고생에게 원하는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 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엉망진창인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심리적인 불안이 합쳐져서 환단고기를 믿게 된 것 같으신데, 정말 궁금하시다면 역사에 대한 책들을 제대로 읽어보시고 또한 폭넓게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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