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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투명인간
게시물ID : humorbest_372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웃탁
추천 : 18
조회수 : 3858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7/21 22:54: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7/21 14:10:06
♬BGM:new trolls-adagio♬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
maybe to dream.
to dream...

[커지는 반주소리]

'흠?'
실눈을 뜨자마자 현악기의 파동은 귀와 눈을 울리고 그 진동으로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몇 시지?..벌써 5시 반인가..'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찾아물고 어정쩡한 자세로 침대맡에 걸터앉는다.

'하루가...또...지겹겠군...'
하얀연기가 몸으로 흡수되어 밤사이 생성되었던 체세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내 몸을 죽일지도 모르는 이 마약같지않은 마약이 다 타들어가면 나는 띵한 머리를 붙잡고 욕실로 걸어간다.

나?

나는 올해로 28인 평범한 사회초년생이다.

나의 평범한 일상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학창시절 딱히 문제아나 우등생도 아니고 나름대로 놀았다면 놀았을 평범한 학생시절을 보내고 남들과 비슷한 수능점수를 받아 눈치작전에 막판 밀어넣기까지해서 후보입학으로 힘들게 온 지방 국립대학교에서 1학년때는 미친듯이 놀다 2학년 1학기에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열심히 공부해 그럭저럭 졸업 직전에서야 힘들게 사회가 원하는 평균 학점과 토익점수를 맞추고 가까스로 졸업 후 취업전선에 돌입하게 되었고, 전선(戰線)이라는 말이 무색하지않게 생각지도 않았던 28번(내 나이와 같은 숫자라는)의 힘든 좌절끝에 얻은 기회는 지금의 직장을 만들어주었고, 결코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평균의 연봉을 받으며 독립.

행운이라면 14평짜리 신축원룸을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에 얻어 자취하고 있다는 점 정도.

누구나 그렇듯 당장 자신앞에 일이 놓여있을 때는 박진감넘치는 인생의 스릴을 느끼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그 모든 것들은 평범한 일상의 쳇바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구 최고의 평범한 남자가 아닐까.

앞으로 나는 지구 최고의 평범한 여자를 찾아 아웅다웅 다투며 사랑을 키워가고 결혼을 해 다시 지구 최고의 평범한 가족을 만들어내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겠지.

#무료감#
#공허감#
#상실감#

나를 둘러싼 어두운 기운을 물줄기로 씻어내리고 거울앞에 선다.

'섬찟..'
요새 들어 한기를 자주 느낀다. 이 더운 여름에 에어콘을 틀어놓지않아도 그다지 덥지 않은 시원한 집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기와 냉기로 이루어진 미지의 물체가 어깨끝부터 아래로 쓰다듬는듯한 느낌이랄까...
혼자 살며 영화를 너무 보게된 탓일까? 
생리현상에 대해서도 미지의 존재를 개입시키다니...역시 영화, 커피, 담배를 줄여야한다.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연다.

'우유가 떨어졌군. 어제 사지 않았나?'
요새 나는 식탐이 늘었다. 
외로운 남자의 부작용인지 집에 먹을거리를 사놓는 족족 다먹어치우고 이 정도로 먹어대다간 밥값대는 걱정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얼마남지 않은 우유를 빵과 함께 털어놓고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하나둘씩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모인다. 어쩌다보니 매일 이 시간에 함께 출근하게되어 매일 같이 서있는 사람들. 어색한 눈인사를 서로간 나누고 자리를 잡으면 편안하게 서서 말없이 버스를 기다린다.
어쩌다 평일에 안보이게되면 서로의 안부를 가장 궁금해하고, 해고인지 퇴직인지 자가용을 샀는지 모를 그의 사정을 가장 염려해주는 사람들이지만 우습게도 대화가 없다. 

1003번 버스.

중소기업이 모인 산업단지로 가는 버스다. 
모두들 버스에 올라 각각의 자리에서 음악을 듣고, 신문을 보고, 노트북을 꺼내는 행동을 취하면 버스는 출발한다.

귀에 꼽은 이어폰을 통해 나는 다시 New trolls와 만난다.

wishing you to be so near to me
finding only my loneliness...

회사는 바쁘게 돌아간다.

모르는 사람과 친한듯 통화하고 아는 사람과는 소리높여 싸운다.

선배들은 모두 어린 아기들과 같다. 
언제나 자신이 최고인듯 대해줘야하고, 필요할 때 항상 내가 곁에 있에 있기를 바라며, 짜증을 받아내야줘야하고, 기분이 좋다가도 또 변덕부리기가 다반사다.

토할 것 같은 업무량. 
다행스럽게도 내 적성은 이 일을 받아주었고 나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그럭저럭 일을 처리한다.

오후 느지막히 능동을 가장했던 수동적 일처리가 끝나고 나면, 어린 아기들은 항상 나와 함께 니코틴과 알콜의 늪을 같이 헤엄치길 바란다. 
그들의 물놀이에 동반되는 응석과 투정마저 지쳐서 못할 정도가 되면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반겨줄 이는 없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조그만 자유를 누리는 곳이다. 
집에 가까이 갈수록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차분해진다. 

'휴...집에 왔구나'
뜻 모를 안도감을 느끼고, 문을 연 후 인버터 등 아래서 신발을 벗기위해 고개를 숙인다.


'섬칫...'
방금 뭔가 그림자가 보인듯하다. 다시 미지의 존재가 내 어깨를 쓰다듬는 느낌이다. 
아무도 없는 집이 무섭다.

'아니겠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해본다. 동공의 움직임이 늦은 탓인지 눈앞이 어둑어둑하다.

"역시 잘못봤어"
혼잣말, 하지만 한켠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BGM:camel-stationary traveller♬

'으...시원하구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받아두던 욕조물의 온도를 맞추고 탕속에 몸을 누인다.

내가 이 집에 대해 평가할 때 싼 가격을 제외하고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내 사이즈에 맞는 욕조가 있다는 것이다.

따뜻한 욕조안에 내 몸을 누일 때, 하루동안의 내 몸에 덕지덕지 붙은 일상의 피로가 주변의 물에 스르르 녹아들어버리는...그래서 나는 욕조가 좋다.

가슴께 몸을 따스한 물에 담그고 눈을 감는다.

상념(想念)...


회사
성공

목표
인생
운명
사랑.
사랑..
사랑이라...

베아뜨리체를 사랑한 스탕달은 그랬다.
정열적으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절반, 그것도 아름다운 쪽의 절반을 잃은 것과 같다고...
내 인생의 공허감은 인생의 절반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인가?

"웃샤!"
복잡해진 머리에 피곤함을 느끼고 서둘로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간다.

'언젠가는..언젠가는 생기겠지...이 지겨운 인생을 끝내고...내 절반의 인생이...다시...시작될꺼야...'
생각 끝에 잠에 빠져든다.

오늘도 여기서 하루가 멈춘다.


'킁'
익숙치않은 냄세가 난다. 구수한듯 알싸한 향기.

'으..윽..'

"일어나셨어요?"

'(화들짝)웃!'

낯선 여자 목소리!위험하다!

"헉. 누구야!"

'씽크대 쪽인데!'
흐린 눈을 몇번씩 비비며 쳐다보려하지만 놀란 탓인지 내 눈동자는 촛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흐릿.흐릿..

눈앞이 점점 선명해진다.

역시 여자다.
나를 보는 얼굴이 웃는듯한 표정에서 순식간에 묘한 표정으로 바뀐다.

홀린듯 나를 응시하는 여자.

왠지 모르게 몸이 나른해진다.
하지만 손에 든 식칼...
너무 무서워 오줌을 지릴 것 같다.

"헤헤헤..."

칼들 거꾸로 쥐고 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려는 여자...그녀와의 거리는 한 6~7미터정도 되는것같다

'사뿐..사뿐..'

"헤히히..."

'아아악!오지마!당신 뭐야!칼 버려!'

젠장...

말을 해야하는데...말이 나오지않는다...이 정도로 겁을 먹다니...당황스럽다.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다.

아니 이미 멎어버린 것 같다.

'사뿐..사뿐...'

계속 다가오는 그녀 이제 3m

'아...누구야!으아!살려줘!저리가 흐헉'

비명은 마음속에서 메아리친다. 

이제 끝이다. 

내 혀는 이미 작동을 멈춘 것 같다. 

뇌사상태?뇌는 죽어도 몸은 살수있다고? 거짓말이다. 심장과 혀는 멎어도 뇌 활동은 이렇게 빠르지 않은가...아...멋대가리 없는 평범한 인생이여...뇌사가 아닌 체사(體死)가 존재한다는 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채 종말을 고하노라...

'사뿐..(정지)'
내앞에서 멈추는 그 녀

"엥?"

"헤헤헤~놀랐죠?"

'(어리벙벙)'

"어머, 장난을 너무 심하게 쳤다보네. 미안해요~"

'(멍~)'

"엣, 남자가 이렇게 간이 작아서 어떻해요?핏..."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씽크대 앞으로 가 야채를 다듬는 그 녀.

"아아!"
앗...혀가 돌아왔다! 내 심장도 쿵쿵거리며 뛰고 있다.
아...살았구나...

"저기요!"
힘찬 나의 목소리...

"네~말씀하세요~듣고있답니다"

저 뻔뻔한 대답...얼굴도 참 뻔뻔하고...근데 좀 햐얗고...귀엽게 생기긴 했구나...
어디가면 이쁘다 소리 듣겠네...뭐 눈썹도 진한 편이고 통통하긴해도...아니 좀 말라보이는데?..
어 좀 갸냘파보이기도...어디 아픈 곳이 있나? 괜찮을까? 내가 도와줘야하나? 뭐....뭐야! 내가 왜 걱정을..여긴 우리 집이라고..저여자는 쫓아내야해! 

"저기. 여기 제 집인데요?"

"아~그렇구나~그럼 어쩌죠?"

어쩌긴 어쩌다니! 당연히 나가야죠! 하지만...

"그러게요...여긴..제 ..집..인데..어쩌실..려구요..?"

개미목소리를 내는 나의 성대...왜! 머리와 다르게 수줍어 하는거냐!

"헷~뭐~어쨋든 아침준비하고 있으니까 빨리 씻고 와서 드세요. 그러고 우리 이야기해요."

"네?"

"빨리요~회사 늦는다구요~"
뭐지? 저 여자? 누가 나에게 가사도우미를 붙여준건가?
열쇠는? 집 열쇠는 아무한테 준적이 없는데? 그럼 저 여잔 귀신?유령? 

어! 이미 난 죽은건가!

"아휴~정말~빨리요오~"(질~질~)

나에게 다가와 내 팔을 잡고 욕실로 끌고가는 그녀... 그녀의 손에서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온기가 느껴진다.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타인의 향기...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이 풀린다. 
이 여자...정말...사람이구나...

"네네..알았어요..씻고 오죠..."

"아휴...이제 말을 좀 듣네~깨끗하게 씻고 나오셔야해요~"

세면대까지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가볍다.
우리 집 욕실까지 바닥이 이렇게 푹신푹신했나?
고양이 세수를 얼른 마치고 밤새자란 수염을 급히 깍는다.

'빨리 나가보자!'
다시 욕실 문고리를 잡고 열려한다.

'혹시...다시 욕실문을 열고 나가면 모든게 꿈이지 않을까?'
불현듯 든 생각에 밖으로 쉽게 나가지 못한다.

어리벙벙했던 몇 분이 지나고 욕실로 오는 단지 몇초 사이에...
나는...약간의 행복을 맛본것같다...
이성의 친절함은 형식적이나 업무적인 것 이외에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나갔을때 이게 꿈이라면...왠지 모르게 허탈하다...
아무도 없었던 어제까지의 텅빈 집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상실감이 나를 감싸안는다...

'깨끗하게 씻고 나오셔야해요~'
그녀의 말이 생각난다.

'다시 씻어야겠군.'
깨끗히 세수를 한다. 대충 비누로 씻었기에 한번도 쓰지않았던 폼 클렌징이라는걸 처음 써봤다. 면도도 다시한다. 귀밑부터 쉐이빙을 잔뜩바르고 깔끌하게 신중하게 한다.
머리도 감는다. 샴푸를 하고 린스도 꼬박꼬박 한다.
천천히 씻으니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다.
얼굴을 닦고 머리에 물기를 대충 털어낸 뒤 수건을 목에 걸고 다시 문고리를 잡는다.

'훕~'
문고리를 열자 향긋한 찌개냄세가 코를 찌른다.

"아~정말 깨끗하게 씻었나봐요~호호~남자치곤 꽤 오래걸리네요~아!어떻게 아냐구요? 남자씻는거 본적 없어요~다른 사람들이 남자들은 되게 빨리 씻는다고 그러더라구요~남자들은..~"
식탁에 않아 나를 바라보며 재잘거리는 그녀..

'다행이다...꿈이 아니라서...'

"후훕~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어?왜 웃죠?헤헤"
웃는 나를 보며 해맑게 따라웃는 그 녀...좋아해버릴 같다...
이름이 뭔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상관없다...
저 웃음이 곁에 있다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BGM: Stratovarius - forever♬

"어쨋든 잘 먹겠습니다..."

"네에~부모님 빼고 남이 해주는 아침 먹어본 적 처음이죠? 입에 맞을려나 모르겠네요?예상은 했지만 반찬이 너무 없더라구요. 냉장고에 물이랑 우유밖에 없다니요.(툴툴~)"
쌜쭉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투정을 부리는 그녀. 하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된장찌게에 김치, 김, 참치 통조림...
남이 보면 별것아닌 식사같겠지만, 나에게는 귀빈용 코스요리로 느껴질 정도의 황송한 아침식사다.
라면도 끓이기도 귀찮아서 왠만한 음식은 시켜먹고 3분요리와 조리된 음식 이외에 음식재료 등은 일절 사지않는 나에게 집에서 요리한 음식은 명절이외에는 먹을 기회가 없었으니까...

"우아...맛있네요...왠만한 식당의 찌게보다 훨씬 맛있는걸요?"

"헤헤..맛있다니까 다행이네요~그럼 한 공기 다~먹고 가세요~"

"고마워요...그런데 어떻게 여길 오셨고 누군지에 대해서 말해줄래요?"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알아야 할 사실을 용기내어 물어본다.
그녀는 웃으며 말없이 내 옷장을 열고 양복을 꺼내 침내에 누이고 이리저리 넥타이를 맞춘다.

"말해주기 싫음 꼭 안해도 되지만...그래도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

"당신 내가 궁금한게 아니라 내가 당신곁에 계속 있을건지가 궁금한거 아닌가요? 후훗~"
헉...예리한 아가씨다...정확히 내 맥을 짚어 내는군...

"걱정마요~영훈씨. 제 이름은 우렁이각시~로 할까요?호호 당신이 여기 있다면, 전 앞으로 쭉 당신옆에 있을꺼에요...
흠...어제 입고갔던 수트는 드라이맡겨야겠네요~오늘은 이거 블랙을 입고 가세요~넥타이는 블루계열이고 커프스는 이거 격자모양으로 하시구요~어서 빨리 안드시면 출근시간에 늦다구요~"

"네?....하...하..하하하하..그래요...고마워요...그럴께요"
뭐..어때...저정도 아름답고 지혜로운 권력이라면 작은 내 자유 정도는 마땅히 침해받아야하겠지...

꿀인지 밥인지 모르게 달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자 침대에는 가지런히 정돈된 옷을 집는다.

'어디서 갈아입어야하나? 욕실바닥이 젖었을텐데...'

"나 절대로 안볼께요~갈아입으세요~"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침대위에 쪼그려 앉아 말하는 그녀...
너무나도...귀엽다...

"저기..대신 뒤돌아서서 앉아주세요..."
순정만화의 주인공이 되버린듯하고 복에 겹다 못해 깔려죽을 것만 같다..
빠르게 바지를 갈아입고 와이셔츠를 입는다.

"킥킥...다봤지롱요~별거 없던걸요?킥킥.."
그녀는 넥타이를 들고 내 목에 메준다...
내 품 앞에서 넥타이를 매주는 그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아름답다. 

"평소에 포인핸드로 매죠?"

"네?"

"넥타이 매는 법이요~포인핸드는 깔끔하게 안매면 후줄근해보인다구요. 
오늘은 깔끔하게 하프윈저로 매줄께요. 일하다 힘들다고 넥타이 풀면 안되요! 꼭 주름 안가게 행동하세요~"

평소 내 생활을 비디오로 보고 있는 것같이 말하는군.

"자~됐어요~커프스 평소에 안하죠? 그래도 오늘만 해요.오늘은 특별한 날이 될테니까요~"

'당신이 있기에 오늘이 특별한 거겠죠...'
차마 낯간지러워 말하지 못하고 얼굴만 빨개진 내게 그녀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가방을 건네준다.

"다녀오세요~일찍 오세요~식사 준비해놓고 기다릴께요"
배웅해주는 이가 있고 기다려주는 이가 있는 곳에서의 출발이 이런 기분인가?

"아~혹시 늦으면 집으로 전화할게요..회사일이 길어지면 늦게 올수도 있거든요...그래도 최대한 빨리 오도록 할께요..선배들이 혹시 잡으면..늦게 올수도..있는데요..사정이.."

주저리주저리..

'쪽~'
헛..방금..내 볼에 촉촉한 그녀의 입술이 왔다갔다. 

"영훈씨는 꼭 일찍 오실거에요~빨리 나가세요~늦겠어요"
발갛게 익은 볼..그녀도 수줍어한다...

"고마워요.다녀오겠습니다"
시간은 평소와 같지만 바깥의 공기는 평소와 틀리다.

이 공기, 이 바람, 이 햇살...모두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아니 나와 그녀를 위해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버스정류장에는 평소와 같이 어둡고 꿈을 잃어버린 표정을 지닌 사람들이 서있다.
이제 난 이들과 틀리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항상 보는 만년대리느낌의 대머리 아저씨는 이런 내가 신기한지 멍하게 날 바라본다...

'까닥'
평소때 같으면 고개를 돌렸겠지만 오늘은 눈인사를 건넨다.

'휙~'
고개를 돌려버리는 대머리...

'저 자식, 예의가 저렇게 없어서야..뭐..그래 너희는 꿈을 잃은 사람들이니까..내가 이해해주지...하하'
저멀리 버스가 들어온다.

1003번 버스...
평소에는 닭장차처럼 보이던 저 버스가 오늘은 꿈과 희망의 동산으로 나를 안내해줄것만 같다.

'툭' '툭'
오늘따라 날 밀치고 새치기로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뭐야. 아는 사람들끼리. 왜이렇게 새치기를 하지? 휴...그래...내가 참는다 오늘은~#

"안녕하세요"
힘찬 목소리로 기사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탄다...

'부르르릉~'
(휘청~)

"아저씨 아직 앉지도 않았는데 출발하시면 어떻해요?"
백미러로 날 힐끗 쳐다보더니 신경안쓴다는 표정으로 운전하는 기사 아저씨..
평소 무뚝뚝한 표정의 그였지만, 오늘보니 정말 밉상이다.

'쳇,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시는구만...'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본다.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오늘따라 운치있다.

'음악이나 들을까? 아니...오늘은 바깥 구경이나 하며 가자~'

나의 바이오리듬의 감성지수는 오늘 200%다...
내 주위에 앉아있는 꿈잃은 자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이오~'라고...

버스에선 낭랑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타고 아침뉴스가 흘러나온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뉴스내용은 항상 어둡다...
하지만 왠지 오늘의 뉴스는 즐거운 내용으로 가득할 것만 같다...

"삐~~오늘 지역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젯밤 부산시 남구 XX1동 한 원룸빌라에서 28살 이영훈씨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얼마전 직장을 구해 회사를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던 이씨의 사인은 수면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일주일전 술에 취해 헤어진 뒤 소식이 없어 걱정하던 직장동료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잠긴 이씨의 집을 열고 찾아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4달전 젊은 직장여성이 동일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채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샀던 곳으로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일대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다음 뉴스를 말씀드...."

그녀와의 아침이......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여기는...나는...도대체...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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