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할 만큼 알차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열심히는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살아온 몸짓을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자기소개서라는 이름이 허망하다.
말이 좋아 자기소개서지, 결국엔 뽑아주십사 하는 출사표인 셈인데.
그렇다고 소설을 쓰려니 내 존재가 비루해 지는 듯.
소녀감성 넘치는 후배 말이라도 들어보면 자소서 쓰면서 울었다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내가 쓰려니 빈 문서만 하얗다.
쓰면서 자신의 실수 탓하는 사람이나, 첫 문장을 두드리지 못하는 사람이나.
이 허접한 괴리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거야말로 멍청한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