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이 부활되어야 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한마디로 해서 현재 상황대로라면 부활해야 합니다.

그리고, 찬성을 해도 좋고 반대를 해도 좋으니, 비겁한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해준대로, 군가산점의 실질적 수혜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실질적 수혜자의 인원은 전체 군전역자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군복무의 결과로 주어지는 혜택이라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소수의 수혜자들에게만 부여할 것이 아니라 타직군의 전역자들에게도 골고루 부여되는 혜택이어야만 하지요. 그런데 군가산점은 소수 인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니까 속 시원한 원호대책이 못되는건 맞아요. 그리고 다른분 중에서도 이 점에 대해 지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군가산점 논쟁에서는 이 좋은 지적이 이상하게 또 배배 꼬여서, ".....그러니까 군가산점을 없애야 한다" 라는 결론을 합리화시키는데 사용됩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남자들이 군대가서 고생들은 다 했는데 그 혜택은 공무원시험 응시자만 받고 있으니, 현행 군가산점 제도는 혜택부여 제도로서 그 기능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이 혜택을 확대시켜야 한다"라는 결론이 나와야만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반대입니다. 군가산점이 충분한 혜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나마 있는 작은 혜택마저도 박탈하는"방식을 선택합니다. 아주 간사한 말장난입니다. 정말로 군가산점이 생색내기용 별 도움 안되는 보상이라면, 충분한 보상을 제도적으로 먼저 확립해 놓고 그 다음에 가서 군가산점을 폐지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제대군인에게 그런 충분한 보상이 어떤것이 주어지고 있습니까? 없지요? 긴말 할것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군가산점이 부활되어야 하는 핵심적 이유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가산점이나마 부활되어야 하는 핵심적 이유"라고 말해야겠지요.

다시 말하지만, 군가산점이 무오류의 정답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군가산점이 정답은 아니라는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죠. 찾아보면 군가산점을 대체할 수 있는 혜택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나라는 군가산점을 없앨 때는 판결 나자마자 동작빠르게 없애버리더니, 혜택을 연구하고 시행하는데는 엄청 소극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군복무자들은 다들 고생을 했는데 단지 공무원 시험 응시자에게만 혜택을 주는건 부당하고, 군가산점은 이런 부당한 측면을 갖고있다"라는 것은 이미 1999년부터 수없이 얘기나왔으며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PC통신 시절이었던 1994년 1995년에도 많이 얘기되던 논리들인데, (그리고 이게 꼭 군가산점 폐지론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핑계로서 사용되었는데) 논란이 벌어진지 20년이 지나고 군가산점 폐지된지 14년이 지나도록 "군복무자 전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게 법규로서 시행된 것이 단 한건도 없다는거 아시나요? 이게 현실이에요. 이런게 현실이라면, 화끈한 혜택을 빨리 연구하고, 그 대책이 나올때까지 군가산점을 부활해야 맞지요.

군가산점이 군필자에게 매우 약한 혜택만을 주고 있으니 군가산점 말고 다른 군필자도 혜택 볼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자는 얘기는 아주 훌륭한 모범답안입니다. 그러나 그 얘기가 "그러니까 군가산점은 지금 없애자. (혜택 잘 주는 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군가산점부터 없애자) 그리고 부활하지도 말자." 라는 결론으로 나간다면 이건 아주 비열하고 간사한 궤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