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로 자신을 알린 윤민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내 딸 윤민아.
오늘은 유난히 네 생각이 나네. 몇 번을 울었는지…. 내 목숨이라도 주고 널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너무 서럽고 원통하다. 이렇게 어이없이 널 보낼 줄이야. 너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옆에 꼭 붙어 있을걸. 더 잘해줄걸. 후회만 남는다.
네가 집에 없으니까 이상해. 문득문득 “윤민이가 어디 갔지?” 하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가 곧 “이제 없지” 하며 슬퍼한단다. 지금도 너의 둘째 언니가 혼자 자는 걸 보고 “윤민이가 어디 갔나?”라고 잠시 멍하게 생각했단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되나 봐.
보고 싶다, 윤민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돼. 왜 네가 없는지, 왜 내 새끼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네가 좋아하던 닭강정, 아이스크림, 마늘 햄, 우유, 찐 감자, 이젠 먹을 사람이 없네…. 학교 갔다 오면 매일 간식 달라더니 거기에선 맛있는 거 먹고 있니?
어제도 슈퍼 가는데 눈물이 나오더라. 내가 슈퍼에 갈 때마다 “나도 갈래”라며 따라나오던 네가 생각나서 혼자 가는 길이 어찌나 슬프고 서럽던지. 윤민아, 네가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이 시간에 엄마는 진상 규명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닐 준비를 한단다. 이게 너를 위한 일이라 믿고.
윤민아, 네가 없는 하루가 또 이렇게 간다. 아무 의미도 없고 희망도 없는 하루가. 그냥 서럽고 원통해서 눈물만 나온다. 돌아가고 싶다. 네가 있던 3월로….
최윤민양은
단원고 2학년 3반 최윤민(17)양은 갈비를 좋아했다. 밥에 갈비를 올려 먹곤 했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세 딸을 데리고 갈비를 먹으러 가면 늘 막내딸 윤민이를 위해 갈비와 함께 공깃밥 하나를 따로 시켰다. 얼마 전 엄마, 아빠는 두 딸을 데리고 갈비를 먹으러 갔다. 하지만 아무도 공깃밥을 시키지 못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간식을 달라고 조르던 아이였지만, 키 160㎝에 몸무게가 40㎏이 채 안 될 정도로 몸집이 작았다. 하지만 엄마를 닮아 가늘고 긴 손가락과 발가락이 예뻤다.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 칠하는 것을 좋아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발톱에다가 분홍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흰색 꽃 모양을 넣었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8일 만인 4월23일, 엄마는 ‘발톱에 꽃무늬 매니큐어’가 칠해진 아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 아이가 윤민이인 것을 금방 알았다고 한다.
아빠 최성용(52)씨는 생업을 포기한 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장례지원분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마 박혜영(51)씨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진상 규명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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