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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이들.국제 구호 활동가를 꿈꾸던 수경이의 이야기입니다
게시물ID : sewol_374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숙한곧휴
추천 : 26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10/24 00:57:56
국제구호활동가 꿈꿨던 수경에게

사랑하는 내 딸 수경아.

잘 지내고 있니? 오늘이 우리 딸 생일인데 너무나 가슴이 아프네. 예전 같으면 좋아하는 케이크 사놓고 축하 파티하고 있을 텐데…. 우리 수경이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엄마는 오늘도 너의 사진을 보며 얘기를 한단다. 이제는 습관처럼 버릇이 돼 버린 것 같아.

울 딸 방이 아니면 잠들기가 너무 힘들어. 속 한 번 썩히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잘하던 우리 똑순이. 열심히 공부해서 국제구호활동가가 돼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던 내 딸.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속 깊은 내 딸 수경아, 너무나 보고 싶다.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이제는 널 만질 수도 없다는 현실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는구나.

사고 난 지 일주일 만에 울 딸이 이름 대신 가지고 온 번호 107. 사고가 나고 107일째 되는 날이었던 7월31일은 네 오빠의 생일이었지. 175일째 되던 날인 10월 7일에는 네가 수학여행 가면서 가져갔던 가방이 돌아왔단다. 진흙 냄새로 가득한 너의 가방을 부둥켜안고 한동안 목메어 울었단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들떠있던 너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서. 고이고이 접어둔 채 한 번도 펴보지 않았던 옷이며 양말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더라.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그리운 내 딸 수경아.

꿈속에서라도 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널 꼭 안아주고 만져주고 얘기하고 싶구나. 엄마, 아빠가 널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너무너무 많았을 텐데 제대로 해 준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가슴 치며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었던 게 없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가끔은 엄마의 눈물이 하늘나라로 가는 너를 붙잡는 것 같다. 울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조차도 너에게 미안하구나.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 모두 훨훨 털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려무나.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운 내 딸 수경아, 17년 동안 엄마 딸로 살아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와줄 거지? 사랑해.

김수경양은

단원고 2학년 3반 김수경(17)양은 엄마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 되면 엄마에게 ‘효도쿠폰’을 줬다. 안마해주기, 청소해주기 등 종류도 다양했다. 수경이가 엄마에게만 발행해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쿠폰이었다. 엄마는 수경이 친구들한테서 생일 축하 문자를 받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경이가 부탁했던 것이었다.

2남 1녀의 둘째인 수경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크면서 부모 속 한번 크게 썩이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일을 척척 알아서 했다. 마음씨가 착해서 늘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와줬다. 공부도 잘했다. 커서는 외국에 나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국제구호 활동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수경이는 아침 8시46분께 엄마에게 ‘잘 놀다가 오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한 시간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엄마는 애타게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수경이는 4월22일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107번째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24일은 수경이의 생일이다. 엄마는 딸이 잠들어 있는 경기 평택 서호추모공원을 찾을 생각이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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