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1년 청교도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이 최초의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모습을 묘사한 19세기의 그림 1620년 12월 21일에 영국인 이민자 102명은 오늘날 '플리머스'라고 부르는 해안가에 상륙하기 이전에 그곳에 정착해 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1만년 넘게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옥수수와 담배를 경작하고 사냥을 하면서 살고 있던 북미 원주민들입니다. 사실 영국 청교도들이 이주하기 이전에 영국인들은 1607년에 버지니아에 제임스타운을 세웠으며, 캐나다 지역에는 16세기 후반부터 프랑스 모피상인들이 정착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플리머스의 이주자들을 도울 여력이 없었으며, 아마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신대륙에 정착한 청교도들은 척박한 땅에서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적응해 나갑니다. (제임스타운의 포카혼타스 이야기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한 분들도 계실듯) 원주민들은 백인들에게 자신들의 기술을 전해주었는데, 가령 직조기술이나 사냥용 덫을 놓는 기술, 옥수수를 재배하는 방법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원주민들은 그들의 중요한 무기도 백인들에게 전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토마호크(Tomahawk)입니다.
다양한 모습의 토마호크를 들고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 (19세기 후반에 촬영) 토마호크(Tomahawk)라는 단어는 17세기 중반에 영어에 등장합니다. 이 단어는 당시 버지니아에 정착해 살고있던 원주민 부족인 알공킨족의 언어에서 차용된 단어로 토마호크는 원주민들에게 있어 만능연장 역활을 했습니다. 원주민들은 토마호크를 이용해서 나무를 베어 땔감이나 집지을 목재를 마련했으며, 잡아온 사냥감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자를때도 사용했고, 추수할때 낱알을 베기위한 용도로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담배를 피울때도 사용했습니다. 물론 전쟁시에는 이것을 휘두르거나 던져서 적을 공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토마호크는 60cm 이하의 길이를 갖고 있었으며 히코리 목재로 자루를 만들고, 날은 270g 이하로 흑요석으로 제작했습니다. (나중에 많은 부족들이 유럽인들과 접촉하면서 철제 토마호크를 도입하게 됩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두종류의 토마호크를 갖고 있었는데, 하나는 흑요석으로 날을 만들었으며 담배파이프가 달려있지 않은것이며 또 한가지는 순우리말로 '비눗돌' 이라 옮길 수 있는 무른돌인 '동석'을 깎아서 만든 토마호크로 담배파이프가 날에 붙어있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중 전자는 부족민 누구나 들고다니면서 평화시에는 일상생활을 위해 사용하고 전쟁시에는 전투를 위해 사용되었으나 후자의 경우 오로지 추장이나 부족의 주술사들만이 갖고 있었으며, 이 토마호크는 무른돌로 만들어 실전이나 일상용 도구로는 전혀 쓸모가 없었지만, 담배를 태우는 의식이 필요한 각종 주술의식이나 원주민 부족간 전쟁의 종결을 알리는 의식을 행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원주민들의 종전의식은 서로 갖고있던 화살을 땅에 묻고 토마호크에 달려있는 파이프에 담뱃불을 붙인 다음 두 추장이 담배를 서로 나누어 피우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파이프들은 희소성 문제와 동석 특유의 약한 내구력덕분에 매우 드물게 남아있습니다. 한편 캐나다의 프랑스식민지에서도 토마호크가 사용되었는데, 프랑스 식민지의 토마호크는 특이하게도 마치 중세초기에 프랑크족이 사용했던 투척도끼인 '프랑시스카 (Francisca)' 와 비슷한 굴곡진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파이프가 달린 토마호크를 이용해 '평화의 담배'를 피우는 수우족의 모습 (1880년대) 토마호크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프랑시스카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토마호크 유물들은 대체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대체로 금속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체로키족이나 이로쿼이족 같이 백인들과의 오랫동안 외교관계를 맺었던 원주민들이 직접 제작한것도 있지만 대체로 유럽인 상인들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특히 파이프가 달려있는 철제 토마호크의 경우 유럽인 식민지정부에서 원주민부족과의 우호를 위해 외교적인 선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후 파이프가 달린 철제 토마호크는 원주민들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파이프와 전쟁을 상징하는 도끼로서 상징화됩니다.) 금속으로 토마호크를 제작하는 것은 17세기 말엽 영국해군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들은 적함에 도선할때 근접전용 무기로 토마호크를 사용했으며, 상륙해서 원주민들을 만났을때 이들로부터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철제 토마호크와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초기 이민자들도 토마호크를 일상용 도구이자 근접전용 무기로 애용했는데, 때때로 원주민보다도 능숙하게 토마호크를 다루는 유럽 이주민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영화지만,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 - The Patriot> 에서 주인공 벤자민 마틴으로 열연했던 멜 깁슨은 토마호크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혼자서 영국군 1개 소대를 상대로 싸워서 자기 아들을 구출하는 괴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토마호크 던지기를 스포츠로 즐기는 미국인들이 있는데, 그 들의 설명을 빌자면 보통 토마호크는 10~12m 거리까지 던질수 있으며 목표물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전쟁시기에 미군에서 사용된 'Vietnam Tomahawk'의 모습 한편 토마호크는 베트남전쟁 시기에 미육군의 근접전용 재식병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전에서는 거의 쓸일이 없겠지만 일상생활용 도구나 정글숲을 베는데에는 유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베트남 토마호크 (Vietnam Tomahawk)라고 불리는 이 토마호크는 강철로 만들어졌으며, 극히 최근에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미군에게도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토마호크는 일상생활용 도구이자 전쟁용 무기로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실용적인 지혜를 상징하는 무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