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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절감을 위해 춥고 배고픈 훈련 뛰었던 Ssul
게시물ID : military_374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MeRain
추천 : 14
조회수 : 3329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4/01/20 20:18:45
 
 
 
편의를 위해 음슴체 사용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때는 12월 대대간 ATT 전술 훈련이 있던 때였음
 
그해 1월에 있었던 혹한기+BCT는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역대 혹한기 중 가장 땃땃한 편이었으나
 
ATT는 12월 치곤 제법 추위가 매서워서 한 달 뒤 있던 혹한기 보다도 추웠던 훈련이었음
 
다들 아시겠지만 겨울 훈련은 준비 제대로 안해가면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을 거 같은 두려움에 핫팩이고 뭐고 바리바리 준비를 함
 
근데 식량 쪽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긴거임
 
ATT는 전술 훈련이니까 당연히 구형이든 신형이든 전투식량을 먹는게 당연한데,
 
국방비 예산 절감을 위해 새로운 전투 식량을 도입하려 하는데 그걸 처음 시험해 보는 마루타로 우리 대대를 써본다는 거였음
 
군대에선 뭐든간에 첫 시험대상이란 거 치고 정상적인 멘탈로 견뎌낼만한게 없단걸 그간의 짬으로 알고 있었기에 뒷통수가 알싸해졌지만
 
사병들에게 아니 일개 야전 대대에 거부권 그딴게 있을 턱이 없기에 닥치고 먹기로 했음
 
그리고 훈련을 얼마 앞두고 새로운 전투식량 취식법을 교육받게 되었음
 
견본이랍시고 전문하사가 들고 온 새로운 전투식량의 구성운 아래와 같음
 
오뚜기 비닐팩 + 발열체 + 오뚜기 햇반 + 인스턴트 반찬 1찬
 
다들 아 시바 또 국방부 고위인사가 오뚜기에 리베이트를 잔뜩 쳐먹은게로구나 하면서 두려움을 가지고 시범을 관람했음
 
일단 첫번째 문제, 찬이 1찬임
 
이게 거기다 찬의 개념이 어떻냐면, '국'도 '찬'에 포함시킨 개념임
 
즉, 밥과 김치 구성이라면 국이 없거나 밥과 미역국 하면 찬이 없거나 하는 듣도 보도 못한 쌈박한 개념으로 1끼분을 구성해 놓은 거임
 
그리고 계속해서 행보관으로부터 짬을 떠맡은 전문하사가 본인도 처음 해보는 듯 어버버 거리며 시범을 보였음
 
이어지는 두번째 문제는 바로
 
발열체가
 
별로
 
안 뜨겁다는 거
 
아니 시바 전투 식량인데
 
야전에서 쳐묵쳐묵해야하는 전투 식량인데
 
전자레인지 없이는 밥이 제대로는 커녕 설익지도 못함
 
당황한 전문하사는 물량 조절이 실패했나 어쨌나 하면서 다음부터는 발열체를 두개 넣으라느니 어쩌니 실현 불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교육을 마침
 
우리들은 불길한 예감이 점점 맞아 들어가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곱씹으면서 그렇게 마침내 훈련 첫날의 아침이 밝음
 
첫날 집결지로 이동하기 전에 후발대였던 글쓴이는 출발 준비한 상태로 막사에서 첫 전투 식량 취식을 경험하게 됐음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별짓을 해도 밥은 제대로 익지 않았음...
 
애초에 밥이 익지도 않는 구성으로 어떤지 평가해보라고 야전부대에 휙 던져준 국방부 사업 관계자들은 직접 한번 끓여본다는 기본적인 실험을 해볼 생각도 못하고 국민의 혈세를 사용해본 것인지 깊은 의문을 품으며 에라 모르겠다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렸음
 
전자레인지에 돌리니 햇반은 그럭저럭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형태를 갖췄는데
 
찬이 김치였음
 
기억하시겠지만 이 전투식량의 구성은
 
밥 + 1찬임
 
우리는 김치가 반찬이라길래 당연히 볶은김치라도 나오는지 알았음
 
그냥 김치임
 
마트 냉장코너에 가면 파는 그 쪼그마한 배추김치
 
우리는 그렇게 국도 없이, 건장한 20대 남자들이 햇반 1개에 김치 몇쪼가리라는 처참한 구성으로 1끼니를 때우게 되었음
 
그 이후 집결지에서부터 훈련이 어땠냐면...
 
출발 전부터 국방부 사업 내용을 위한 시험이니 부식같은거 절대 챙기지 말라고 빠득빠득 겁을 줘놔서 맛다시 한 봉지, 참치 한캔 못가져갔음
 
아니나 다를까 훈련지에서도 통제관들이 텐트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부식 비슷한거라도 있나 뒤지고 돌아다니는데
 
건장한 20대 사병들과 한창때인 30대 간부들이 한끼에 햇반 하나먹고 강원도 철원 눈밭에서 뛰댕기는 생활이 썩 만족스러울리가 없었기에 다들 눈이 살짝 돌아가 있는 상태였음
 
그래서 나름 짬이나 파워있는 간부들은 만만하다 싶은 통제관한테 밥이 익지도 않는걸 먹고 앉았다고 툴툴거리면
 
통제관들도 할말이 없는지
 
 
"지금 다들 20분만 뎁혀서 먹는데 30분을 뎁히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는 희대의 개소리들을 내뱉음
 
 
 
참고로 조리법 설명서에 적힌 권장 조리시간은 "10분" 이었음
 
 
 
하....
 
 
 
원래 일반 전투식량 먹었던 때는 하루 한 번 고형 연료로 쌀 가지고 직접 밥해먹는게 그렇게 귀찮아서 싫었었는데
 
이때 만큼은 그나마 햇반 1개 보다는 양이 되니까 임금님 수랏상 차리는 마냥 신이 나서 부채질 해가면서 밥을 지어먹음
 
누룽지까지 앉혀서 숭늉까지 마셨다는건 안비밀.
 
 
거기다 우리대대랑 대항했던 상대편 대대는 그냥 일반 전투식량 먹고 있고 우리만 마루타 역할이란 소리에 다들 분노로 정신줄을 89% 가량 놨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두서도 없는 썰을 끄적거려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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