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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윤회
게시물ID : panic_37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화
추천 : 13
조회수 : 18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0/09 19:41:48

 

-윤회(Samsara)

 

 

당신은 윤회를 믿습니까?

믿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윤회나 업에 대해 얕은 지식이나마 있길 바랍니다.

 

제 얘기는 윤회에 대한 얘기니까요.

우리 모두는 모두 윤회의 굴레 속에서 살아갑니다.

전생의 삶을 통해 업을 쌓고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하겠군요.

 

제 윤회의 굴레는 단 한 사람과의 악연으로 시작됩니다.

 

저는 평범한 삶들을 수없이 살아오던중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희미하게나마 기억나는 건 그때의 저는 젊은 남자였습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였지요.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자였습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저였지만

그런 저를 사랑해주는 그녀가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 제 사이를 질시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 사람도 그 중에 하나였죠.

그 사람은 돈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려 했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매몰차게 거절하자 그녀를 죽여버렸습니다.

전 그녀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했고 범인으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죽음은 상관없었습니다.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분노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요.


그리고 저는 어느때와 같이 그곳으로 갔습니다.

 

아,저승이라고 표현해야 겠지만 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곳에서는 환생과 영원히 머무는 것중을 택하게 됩니다.

 

물론 영원히 머문다는 것은 여러가지 뜻입니다.

심판을 받아 소위 지옥이라 불리는 곳으로 간다던지 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아주 큰 죄를 지어 강제로 머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삶에 미련이 없을만큼 윤회를 돌고돌아 지친 영혼들이 주로 그곳에 머물게 됩니다.

 

말이 옆으로 샜네요.죄송합니다.


저는 그 죽음을 겪고 난 후 그 곳에서 '신'을 만나게 됩니다.


신은 항상 다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목소리만 들리기도 하고 시바신이나 오시리스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또 한번의 환생을 선택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생에서 만난 사람을 후생에서 마주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뒤로 정확히 세번의 환생을 더 했지만 그 사람을 만나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네번째 환생 후 9년이 지난뒤

저는 그 사람을 또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때 역시 전 어린 소녀였습니다.


집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제게 그 사람은 다가왔습니다.

그때의 저는 몰랐습니다.

현생에서는 전생을 기억할 확률은 희박하니까요.

 

그냥 젊은 아저씨정도로만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제 옆에서 얼마동안을 놀아주었습니다.

놀아줄 사람이 없었던 저는 그의 호의에 이미 믿음을 가져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또 한번의 짧은 삶은 저승으로 돌아온 제게 분노와 회의감을 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왜 내 삶들에 들어와 비참함을 더해주는 것인지,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복수하지 못하는지,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신은 분노에 찬 제게 물었습니다.

 

"다시 한번의 삶을 택하겠는가.영원한 휴식을 택하겠는가."


저는 머뭇거렸습니다.

사실 또 한번 마주치란 법도 없었고

지금까지 온 삶들에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다른 영혼들처럼 아무 근심없이 쉬고 싶다는 달콤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딱 10번만 더 환생해보자란 마음이 들었습니다.

10번의 삶에서 그 사람을 또 만난다면

정말 말그대로 악연이었고 저는 그 사람을 죽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뒤로 전 지금 다섯번째인지 여섯번째인지

아무튼 또 한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의 저는 한 남자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번 삶은 그래도 지금까지의 업 때문인지 행복하고 아늑한 삶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일곱살난 딸아이를 둔 저는 참 행복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습니다.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태의 전생이 어땠든 몇번이고 또 환생해 이들을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두고 말입니다.

 

2주전 저는 교통사고를 당할뻔 했습니다.

다행히 차가 우회해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목숨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만

쌩하고 달려오는 승용차의 헤드라이트를 보는 순간

굳어져린 몸과 함께 이 모든 것이 기억났으니까요.

제 자신과 약속했던 것들 말입니다.


또 한번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습니다.


물론 2주동안 고민했습니다.

수일을 밤새 고민해봐도 결론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새근새근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봐도 그 사람이 생각났고

출근길 안아주며 사랑한다 속삭여주는 아내를 봐도

그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번 삶을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영원히 잠들겁니다.

 

 

복수했다는 기쁨이 함께할지 아니면

허망함과 후회에 젖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혹시나 당신이 후생을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의 모습은 버리고 좋은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이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 당신에게 복수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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