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일입니다.
제가 알기론, 다음주 월요일 부터 이 친구가 휴가라고 하더군요.
저랑 이 친구는 성격상 어디 돌아다니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휴라가로 해봤자.
잠깐 가까운곳에 가서 친구 만나서 밥먹는게 다 입니다.
금요일에 보자고 해서 나갔는데. 느낌이 이상합니다. 보통 휴가되어서 나 만나러 오면 그 친구 부인이랑 애기까지 안고 오는데...
금요일은 그냥 혼자 왔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삼겹살 구워먹고 있는데, 소주를 갑자기 두잔 들이키더니...(실상 이 친구랑 저는 둘다 술을 못합니다. )
'나 지금 가출했다....씨이벌'
표정이 진지합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더럽고 억울해서 그랬답니다.
원인을 이렇습니다.
이 친구 하루 용돈 밥값 차비 합해서 만원도 안 받습니다. 그나마 회사에서 나오는 밥 사먹고, 차비도 교통카드로 타고 다닙니다.
월급번거 전부 집에 갖다줘요. 보너스 같은거 숨기지도 않습니다. 천성이 그래요...
이 친구 이러는거 그집 부인도 잘 압니다.
술도 거의 안마셔, 담배도 안핍니다.
어느 집돌이 답게 이 친구 좋아하는거...게임입니다.
마누라가 주는 용돈 조금씩 모아서 중고로 플스4 샀답니다...
휴가기간에 그거갖고 놀려구요. 근데 그거 샀다고 오만 잔소리 다 듣고 왔다네요.
빡쳐서 눈앞에서 플스 부셔버리고 나왔답니다.
"야...그래도 이야기는 하고 사지 그러냐? 그게 섭섭해서 짜증 좀 냈겠지..." 이렇게 달래봤습니다.
"시벌!!! 지는 손톱에 네일아트 허구헌날 하고, 얼마전엔 가방도 뭐 세일해서 샀다하던데!! 난, 내가 용돈 모은것 까지 허락받아야 하냐?!"
엄청 버럭하더군요. 좀 쌓였던듯...
"집에서 애 보다가 스트레스 쌓이면 네일아트 하는데 가서 이야기 하면서 푼다 그러더라. 너 한테 짜증내는것 보단 낫잖아? 그만해~"
뭐 이런식으로 달래고 말았습니다.
우리집에서 하루밤 자고 갔습니다.
그냥 그친구 마누라 한테는 암말 안했습니다. 전화오면 왔었다고 이야기 해줄려구요. 그냥 저래 놔 두는것도 한 방법인듯 해서요.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중견기업 다니면서 월급도 괜찮게 번다 생각했는데..
이 친구 결혼하고 나서 부터는 더 궁핍하게 사네요...
그래도 결혼하기 전에는 같이 고기도 자주 구워먹고, 산에가서 파전도 같이 먹고, 패러글라이딩 타러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날 본 내 친구놈은...그냥...오만짜증이 다 난 얼굴이더군요.
남편되고, 아빠되는게 저렇게 힘든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