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일이네요.
당시 저는 대충 우걱우걱 먹어논 지식을 뽐내는게 전부인 중딩이었습니다.
어디서 젊은이의 정치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게 있었떤 저는 아버지께
"투표같은거 해서 뭐해요. 다 그놈이 그놈인데."라고 저녁 식사 시간에 내뱉었었죠.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허허."라고 짧게 웃으시더니, 들고 계시던 젓가락을 놓으시고
냅다 제 빰을 후려갈기셨습니다.
그리고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셨죠. "그렇게 생각하는 것 때문에 이 나라가 아직 이 꼴인 것이다."
좀 옛날 이야기라 대충 이정도로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외에도 이것저것 소리를 많이 치셨지만
잘 기억나지는 않네요. 당시 사춘기였던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해보기도 전에
반발심에 대충 넘어가려고 했었거든요. 어머니께서는 애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애를 때리느냐라
고 하시면서 소리를 치시고, 그 소리에 아버지께서는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때린 것은 미안하구나. 그런데 별 잘못없이 뺨을 맞아보니까 어떠더냐? 별로 기분 좋지는 않지? 투표도 마찬가지란다. 니가 맘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투표를 안한다면, 나중에 그 후보가 무슨 별 지랄같은 짓을 해도 넌 할말이 없는 거란다. 억울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거란다. 그게 민주주의의 정치란다."
그리고 더이상 아무 말 없이 밥을 드셨습니다. 저도 별다른 말 없이 밥을 깨작대다가 자리를 나섰죠.
그래서.....이번에 투표하러 갑니다. 뺨 맞더라도 아무말 못하기는 싫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