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전에는 반지하 원룸에 살고 있었어요. 방 한칸에 화장실 세탁실 베란다의 흔한 반지하 원룸이었는데요. 첫째가 길냥이 출신이라서 그런지 항상 바깥 세상에 동경을 하며 세탁실에서 변을 보면서도 베란다 문을 열어 달라고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빛을 쏘곤 했어요. 베란다를 열어 주면 1미터가 넘는 벽을 넘고 유유히 제눈에서 사라져 온동네를 한두시간 누비다가 집에 들어와서 밥달라고 저를 겁박하곤 했어요. 정말 눈에 안보이고 찾기 힘들때는 베란다로 나가서 캔 하나 뜯으면 신기하게 어디선가 나타나고 했어요.ㅋ
시간이 흘러 다른 동네 일층 투룸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둘째도 생기고 셋째도 생기고 셋째가 출산도 하고 완전 대가족이 되었지요. 여튼 첫째는 항상 바깥세상을 동경했고 역시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밖으로 나가는데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계단으로 올라와 현관으로 들어와서 나왔다고 밥내놔라고 했어요.
물론 장시간 가출하여 밤새 찾으러 다닌다거나 둘째 셋째는 집을 잘 찾지 못해서 속을 끓인 적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다시 집에는 대려 놓아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부산 촌놈이라서 그런지 당시 태동하던 클럽문화에 흥미를 가졌었고 토요일에 친구와 홍대에 클럽을 갔습니다. 한참 놀다가 집(용인)으로 오는 걸 놓쳐 버린 전 외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살면서 동물을 키우는 분들 모두 외박하면 그렇겠지만 다음날 아침에 안절 부절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분명 집을 나올때 베란다 창문 정검을 했는데요. 잠그지 않고 닫아만 놓고 온게 화근이었습니다. (제가 열쇠를 자주 잃어 버려서 열쇠 없는 날에는 사다리 타고 베란다로 도둑같이 들어 왔었거든요.ㅋ)
등치 큰 첫째놈이 낑낑 거리면서 그큰 창문을 열었나 봐요. 애들은 나갔고 현관이 열려 있지 않으니 들어 오지는 못했고 마침 그날은 새벽부터 비가 오더군요. 그동안 애들이 주로 있었던 포인트를 위주로 온동네를 미친듯이 돌아 다녔습니다.
오전 내내 돌아 다녀 둘째를 찾아 집에 모시고 셋째는 오후에 초최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 오더군요.
근데 첫째는 안오더군요. 열려 있는 현관 문 앞에서 이름을 살살 불러 가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세어도 오지 않더군요. 출근할 시간은 다가 오는데 마음은 초조하고 큰방에 애들을 몰아 넣고 문을 닫고 현관을 열어 놓고 출근을 했는데 퇴근을 해도 애가 안 왔더군요.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다음날 휴가를 쓰고 온동네 다 돌아 다니고 주변에 고양이 소리가 나는 집은 염치 불구하고 초인종을 눌러서 물어 보고 근방 동물과 관련된 병원 샵 보호소는 다 찾아 다니고 전단지 붙이고 인터넷에서도 글을 올려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어요. 찾아 보니까 고양이 가출 탐정이란 거도 있더군요.ㅋ 돈만 깨지고 찾지는 못했습니다. 여튼 월차 연차 삼일 정도 썼는데 결국은 못찾았습니다.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약 한달 정도를 애들 큰방에 몰아 넣고 현관은 거의 열어 놨었습니다. 그리고 왠 술취한 사람이 집에 들어와서 횡설 수설 하는 일을 겪고 나서 저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현관을 닫으면서 이렇게 첫째와 헤어 지는가 싶었어요.
수개월동안 퇴근하면 차밑 다른집창고 쓰래기장 공원 뒷산을 돌아 다녔고 집으로 들어오면 현관 밖으로 나가 주머니에는 캔을 넣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새로고침을 수시로 눌으면서 혹시 소식이 있는지 기다렸어요.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붙여 놓았던 전단지가 비바람에 다 떨어질 무렵 여름에 가출하여 첫눈이 내렸고 큰눈도 내리는 한겨울이 될동안 첫째를 찾을수 없었습니다.
습관처럼 집앞에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속으로는 '애교가 많은 아이니 다른집가서 잘 살꺼야' 작은 희망을 가지며 거의 포기 할때 쯤이였습니다.
역시 습관처럼 냥이네에 가서 목격제보를 보았는데 어떤 분이 비슷한 고양이를 보았다고 하더군요. 전에도 제보를 많이 받았는데 막상 찾아 보면 제 아이가 아닌 경우가 많았지만 그날은 유난히 두근 거리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우선 털 모양과 특정 생김이 비슷했고 그전에 제보의 위치보다 젤 가까운 위치 였거든요.
자동차로 삼십분 정도 되는 거리 였던 같네요. 걸어서 두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였고요. 제가 살던곳이 용인 구갈동 읍사무소가 있던 곳이었고 제보받은 곳은 용인 보정동 이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거리 였지만 그동안의 제보위치 중 제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그 동네 초등학교 쪽에서 봤다는 제보였는데 제보자는 바빠서 뵙지는 못하고 혼자서 동네를 이잡듯 뒤졌습니다. 첫날은 찾지 못하고 둘째날도 찾지 못하고 셋째날도 찾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궁해지니까 정말 부끄러운게 없어 지더군요.ㅋ 셋째날은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혹시 못봤냐고 계속 물어 보는데 초등학교 문구점으로 가서 물어 보는데 봤다고 하더군요. 어디 어디 치킨집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다시 두근 두근 하는 마음으로 치킨집으로 가서 죄송한데요라고 하고 물어 봤는데 주인이 따라 오라고 하더군요. 바로 옆에 비워진 상가로 절 대려 가는데........
아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거기에 첫째가 있었습니다.
이놈이 거의 반년의 기간동안 헤어져 있었는데 제 얼굴은 기억 하는지 이름을 부르니까 꺄용꺄용 거리면서 저를 반겨주고 배를 까뒤집더군요. 산적 같이 생긴 다 큰 제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그동안의 행적을 물어보니 약 삼개월전에 이동네에 왔는데 사람한테 애교를 많이 부려서 초등학생들이 소세지류를 주었고, 상가 사람들이 닭이나 사료를 주고 잘 곳을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
아마 처음 집을 나간 시점에 사람에게 거부감이 없는 애를 누군가 대리고 갔다가 애가 나갔거나 유기 했거나의 상황에서 집을 찾지 못하고 거기에 눌러 앉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여튼 치킨집에서 치킨을 열마리 사서 회사가서 돌리고 제보자님에게도 사례를 할려고 했는데 괞찮다고 하셔서 정말 약소하게 감사의 마음을 문자로 보냈었어요.
감사하고 신기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제 첫째 실종 사건은 훈훈하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이 가출 했거나 실종되신 분들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찾을수 있습니다. 다시 같이 행복하게 살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