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헌터로 했는데 정말 지칠정도로 했다. 2시간 넘어가니깐 그 때부턴 정말 정신력 싸움이더군. 집중력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구도였다. 처음 2:2 상황. 우리가 처음까지는 초반공격으로 한놈을 엘리까지 몰고 갔다. 그 후 조이다가 한번에 몰아쳐서 승리하는 일반적인 경기겠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그건 오산! 상대는 생각외로 끊질겼다. 11시와 12시를 먹은 녀석(테란)은 끝까지 방어하면서 순간순간 드랍쉽을 이용했다. 우리는 방심하면서 멀티도 제대로 뛰지 않았다. 서로간에 산발적인 공격이나 전면전도 없었다. 서로 드랍위주로 소규모 전투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원소모가 많지 않아서 경기가 오래 갈 수 있었다. 1시간 반정도 가니깐 이제는 적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공격이라도 하시지 그러세요?" 건네는 말은 예의를 지키는 말투였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공격해 볼 수 있으면 해봐라고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체력의 문제인가? 정신력의 문제인가? 2시간 가까지 되니 눈도 아프고 어께도 아프고 따분해 지기도 했다. 내가 게임을 하는건지? 온게임넷 게임방송을 보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또 이어진 침묵.... 그러다 기적이 일어났다. 물론 상대방에겐 기적이지만 나에게는 지옥이었다. 우리편이 네트웍이 끊겨서 튕긴것이다. 순식간에 1:2 상황.!!! 하지만 그래도 멀티가 많고 센터를 장악한 내가 유리하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급변한 구도에 적응하기 위해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드랍쉽 공격 횟수가 늘어 났으며 유저가 2명인 잇점을 이용하여 사방에서 동시다발로 드랍 공격이 들어왔다. 나는 이것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때로는 적잖은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전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육체적 피로만 증가할 뿐이었다. 그러다 다시 또 정전상황이 왔다. 상대를 살피며 변화없는 시간이 계속됐다. 한동안 이리저리 이것두 만들어 보고 저것도 만들어 보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원이 전부 떨어졌다. 남은 자원은 무한정 캘 수 있는 (물론 한번에 1씩 늘어나는) 가스만 쌓이고 있었다. 상대방의 자원은 아마 오래전에 떨어졌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gg 치지 않는 그들의 의지가 존경스럽기 까지 했다.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하며 인생을 얘기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현실은 현실!!! 내가 포기하면 defeat! 에 1이 올라가는 수모를 상대에겐 1승의 영광이 가게 되는 냉정한 세계임을 잘 알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자원은 이미 바닥 났을 텐데 그동안 무었을 했는지도 궁금했다. 3시간 쯤 지났을 때 그 쪽에서 제안이 들어 왔다. all ally 하지요? 순간 나는 나의 자존심과 앞으로 겪을 고통사이의 저울질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됐다. 대답이 없는 나에게 상대편은 계속해서 졸라댔다. "님하~~ 올얼라이해여~~", "졸려 죽겠어여~~" 그래! 인생은 타협이라는 것도 있는 거야..! 나는 당당히 동맹을 맺고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곤 전원뽑힌 기계처럼 스르르 침대로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안타깝게도 꿈에서 그 마치지 못한 게임을 이어서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