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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딩의 필력 수준 ㄷㄷ
게시물ID : humorstory_375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긴앙돼형아
추천 : 5
조회수 : 81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4/22 03:34:00
요즘 초등학생의 작문 수준 ㄷㄷㄷ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가 달라져야 할 이유



최리아 


동생들을 마구 때리고, 조르고, 깔아뭉개는 무서운 누나가 등장한다. 아무데서나 옷을 훌러덩 벗는 남자아이도 나온다.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는 그 아이의 누드쇼는 꽤 길게 보여진다. 그뿐 아니다. 눈만 뜨면 먹을 것을 달라고 덤비는 아이도 나온다. 엄마도 예외는 아니다. 화만 나면 아이의 머리채를 잡아끌다가 내던져버리는 무서운 엄마가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바로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제목의 방송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과 부모의 모습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바르게 고쳐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송에 출연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놀이법과 육아법을 소개하는 전문가들도 여러 명 등장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아빠의 문제점도 점검해 고쳐준다. 그 덕에 방송을 통해 소개된 최고의 말썽꾸러기들은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착해진다. 그 변신과정이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 입장은 솔직히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본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악동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 반 아이들 중에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를 즐기는 아이들이 꽤 있다. 언젠가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만약 그 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모두 “절대 안 된다” 였다. 당연한 대답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아이가 그런 프로그램에 나와 문제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정작 내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는 싫기 때문이다. 그것은 솔직히 당사자의 편에서 생각해 보면 매우 겁나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나를 문제아로 여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정말 저 아이가 자신이 방송에 나오는 것을 허락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방송출연은 엄마아빠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프로그램 출연자 중에는 나 같은 초등학생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 꼬마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아이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그것이 줄 나쁜 점을 알렸다면 분명 꼬마라 할지라도 자신이 그런 아이로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것에 반대했을 것이다. 방송출연을 결정하고 참여한 엄마아빠들조차 방송이 나간 뒤 입은 아이들의 상처로 인해 인터넷 다시보기만큼은 할 수 없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나와 있을 정도다. 

나 역시 그 아이들처럼 아직 어린이다. 방송에 출연한 아이만큼은 아니더라도 굳이 어른들의 눈으로만 살펴보면 분명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내 문제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싫다. 방송에 나온 아이들도 모두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리지만 우리들에게도 지켜져야 할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정말 나쁜 아이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 는 식으로 생각할 아이들은 없다. 우리 어린이들도 부끄러운 것이 어떤 것인 줄 안다.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어리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단지 TV에 나온 모습만으로 그 아이를 문제아로 생각하고 이상하게 바라본다면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 아이가 좀 더 생각이 커졌을 때 자신이 우리나라 최고의 문제아처럼 방송에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때 기분이 좋을까?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아이는 수치심과 함께 화가 날 게 분명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에 등장한 아이들을 질 나쁜 문제아로 단정해버린다. ‘우리 사회에는 잠재적인 범죄자가 넘칩니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에 출연한 아이들을 보세요. 어린애들이 욕하고, 때리고,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이런 아이들이 커서 다 범죄자가 되지요’ 바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낸 황당한 글이다. 이것이 글을 올린 사람만의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방송에서 나와 문제행동만을 계속 보여주는 아이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아라고 낙인찍고 만다. 우리 친구들만 보더라도 반에서 어떤 아이가 무슨 문제를 일으키면 “쟤, 지난 번 방송에 나온 걔하고 똑같지 않냐” 며 대놓고 놀린다. 결국 방송에 나온 아이들은 우리들이 보기에도 최악의 아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이 좀 더 우리 어린이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마치 쇼프로그램처럼 보여주기 보다는 문제행동 자체에 대한 교육방법을 재연해주는 방식으로 한다면 굳이 아이들이 직접 출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방송출연을 통해 많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결코 어른들의 생각에 따라 아무렇게나 놓일 수 있는 인형이나 소품이 아니다. 어린이들 역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그래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곧 방송에 의해 우리 어린이들의 인권이 함부로 무시되어서는 안 될 당연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 위 작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2011년 인권작품 공모전 에세이 부문 초등부 최우수상 수상작입니다.** 2012년 인권작품 공모전은 8. 20.~9. 14. 응모작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에세이뿐 아니라 논문, 영상, UCC, 사진 부문도 응모를 받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권작품공모전 홈페이지(http://www.humangongmo.kr/)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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