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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를 보고...
게시물ID : sisa_321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PQR
추천 : 15/2
조회수 : 8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8/08 14:59:03

장진영作 - 국밥과 희망 (80년대 풀빛판화시선 표지로 쓰여졌던 판화입니다 )

국밥과 희망 (詩人 김준태)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인간의 눈빛이 스쳐간 모든 것들을
인간의 체온이 얼룩진 모든 것들을
국밥을 먹으며 나는 노래한다.

오오, 국밥이여
국밥에 섞여 있는 뜨거운 희망이여
국밥 속에 뒤엉켜 춤을 추는
인간의 옛추억과 희망이여.

어느날 갑자기
수백 대의 이스라엘 폭격기가
이 세상 천지 곳곳을
납작하게 때려 눕힌다 해도
西베이루트처럼 짓밟아 버린다 해도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인간은 결코 절망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은 악마와 짐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노래하고 즐거워한다.

이 지구상 어린 아기의
발가락이 하나라도 남아서
풀꽃 같은 몸짓으로 꿈틀거리는 한
오오, 끝끝내까지 뜨겁게 끓여질 국밥이여
인간을 인간답게 이끌어 올리는
국밥이여 희망이여...

*
김준태(金準泰)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조선대 사대 독어과 졸업
1969년 <시인>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
시집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산문집 <시인은 독수리처럼> 등이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과 광주전남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고 조선대 인문대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나는 81학번이다.

박정희 18년간의 군사 독재정권이 전두환의 쿠데타에 무너지고..
박정희 보다 더 무서운 전두환의 군사정권이 시작되면서
광주뿐만이 아니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학생과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박정희 정권엔 학생 위주의 저항과 항쟁(투쟁) 이었다면,
전두환 정권때엔 전국적인 시민,국민으로 이어지는 처절한 저항과 항쟁이었다.
그 중 가장 처절한 희생양이 광주다.

1981년 그 당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나는...
대학 1학년 1,2학기 등록금을 내고 총 한 달정도 교문을 개방 한 것 같다.
서울대학교는 1년 내내 교문이 폐쇄 되었다고 한다.

한 낮엔 거리에서 흩어져 도망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시장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주머니를 털어 아무 말 없이 소주 한잔 마셨다.
그리곤, 너, 나 할 것 없이 이 정권에 무력한 우리 자신을 비관하며 엉엉 울었다...

지금 돌아와 가만히 앉아 있자니 또 다시 주(酒)식이 생각 난다...
주식이 나의 유일한 食이다...

비도 물이요, 술도 물이요, 세상사가 다 물이다...

2007년 지금...
정말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


[김영동-아침의 소리(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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