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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도발주의)덕질한지 15년된 남자의 인생 역대급 애니메이션들
게시물ID : animation_376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마리학
추천 : 14
조회수 : 1012회
댓글수 : 147개
등록시간 : 2016/02/16 18:48:13







일본 TVA를 찾아보기 시작한게 중학교때 즈음이었으니까 은근슬적 15년쯤 됬네요

그때만 해도 FATE는 선행 데모밖에 즐길 수 없었고 후커(요즘어린친구들은 후커가 뭔지 아시나요? ㅋㅋ 전설의 팥고물)의 발번역 뿐인 프롤로그만 봐도 달뽕이 차오르던 때였는데,

이젠 작화가를 갈아넣는 모 회사에서 번듯히 애니화도 해주고 덕분에 결코 원작에 밀리지 않는 성배전쟁을 애니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해서 요즘 애니들을 보고있자면 왠지 추억에 젖는 그런느낌이네요. 몇몇 추억보정이 과다하게 적용되시는 분들은 역시 애니는 옛날게 최고야 하시지만 ,

역내청같은 것만 봐도 확실히 괜찮은 애니는 요즘도 분명 등장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아무튼! 간만에 좋은 애니를 감상하게 된 덕분에 추억에 젖어 내 덕질인생 역대급 애니는 무엇이었나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이나 예전이나 신작 나올때마다 1주일 기다려가며 챙겨보시는 해비한 덕후분들에 비하면 선택지가 비교적 적을 순 있겠지만,

덕질의 시간이 결코 적은게 아니다 보니 그래도 꽤 많은 애니를 접했다 생각하고 나름 참고의 대상이 될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OVA나 극장판 까지 포함하면 너무 산만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TVA한정으로 선정했다는점 미리 말씀드리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순위는 역순으로 나열했습니다. 제일 나중에 소개될수록 순위가 높은 작품입니다.

시작합니다!







*식령제로 (2008)

식령제로.jpg


너무 재밌어서 몇번이고 돌려봤던 기억이 납니다.

첫화의 반전이 인상깊었던 것도 있지만, 한쿨밖에 안되는 짧은편성 안에 버릴것 하나 없이 밀도있게 인과를 조립해 놓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하가렌이 장편 소년물의 지향점이 된다면 식령제로는 장르물이 단거리를 주파해야할 때 갖춰야할 모든 요소를 충족하는 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혹시나 식령제로를 보고자 하는 분이라면 첫화부터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만한 반전이 포함되어있으니

따로 줄거리검색을 하지 않고 바로 본편을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라제폰 (2002)

라제폰.jpg


너무 옛날작품은 당시 필자의 감식안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너무 어린시절에 감상한 작품들은 최대한 지양하려 노력했습니다... 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제폰은 필자의 애니덕질에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순위에 포함시켰습니다.

여러가지 모티브들을 에바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적과 주인공의 대립구도에서 부터

갈등의 핵심구조, 혹은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들이 에반게리온의 그것들과 닮아있습니다. 주제의식또한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바는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제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좋았지만

그것을 명쾌하게 풀어내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더 어렵게 이야기하고 그러다보니 연출도 점점더 복잡해지고 꼬이고 알 수 없게되고

원작이 나온지 벌써 20년이 넘어가는데도 신극장판이니 뭐니 새로풀어 써내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았다는 뜻일 겁니다.

아마 제작자로써도 만족할만한 대답을 스스로 얻어내지 못한것일태죠.


그에 비해 라제폰은 에바와 유사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보다 명확하고 자신감있게 풀어내는데 성공합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못한, 아직 자아가 성립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남자아이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숙명을 짊어지고 내면적 갈등을 벌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숙명은?

에바가 어쩔줄 몰라하는 이카리 신지를 두고 갈팡질팡했다면,

라제폰은 시간과 기억등 좀 더 과감한 SF적 기법을 이용해 주인공 카미나 아야토를 이끌어가고 성장시킵니다.

그렇다고 연출자가 전면으로 등장해 모든것을 풀어서 해설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인것은 독자에게 보여주고 느끼게합니다.

그것은 에반게리온을 인기있게 만들었던 연출의 확장성과 상징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주제의식은 더욱 견고하게 굳히려 노력했고, 독자로 하여금 나아갈 길을 명확하게 인도합니다.

그리하여 라제폰은 에바를 인용했지만 에바에서 찾기 어려운 좀 더 발전된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합니다.







*바라카몬 (2014)

바라카몬.jpg


실제로 필자가 힘들었던 시기에 많은 위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단순한 만화적 상상력에 머물뿐인 교훈과 위안이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에 대입해놓고 생각해 봤을때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연출해내는 방법도 무리가 없습니다. 1쿨에 걸맞게 간단하고 명료한 전개를 보이나 결코 가볍지 않고,

겉멋들지 않고 경쾌하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성숙한 느낌의 연출입니다.

삶을 마주하는 바른 태도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감명을 받아 현제 필자를 형성하고 있는 가치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입니다.


앞서 소개한 식령제로가 장르액션물의 귀감이라면 바라카몬은 감히 치유물의 모범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건슬링거걸 1기 (2003)

건슬링거걸.jpg


지면을 통해 소개될 작품들 중 가장 많이 돌려본 작품입니다. 전 애피소드를 상시 휴대하고 있으며,

상당히 옛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도 얼마 전에 다시 되돌려본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필자가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원작이나 이후에 방영된 2기는 시청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건슬링거 걸은 1기 그 자체만으로 완성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코믹스버전인 원판에 비해 오히려 애니판을 제작한 MAD HOUSE 측에서 오히려 작품을 완성시킨 느낌입니다.


관계와 애착,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고 은유적으로 잘 포착해낸 작품입니다.

육체적으론 한계를 초월했지만 오히려 인간으로선 한계에 도달한 소녀들을 전면에 내새움으로써

겉으로 보기엔 연민에 매몰되기 쉬운 서사구조이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겉으로 해설하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고 수준높은 은유나 묘사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이 해석하고 감상할 여지를 넓혔습니다. 때문에 곱씹을수록 다섯소녀가 빚어내는 다양한 감정의 풍미를 깊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플라네테스 (2003)

플라네테스.jpg


꿈에 대한 가장 현실적은 드라마를 SF라는 가장 비현실적인 수단으로 빚어냈습니다.

그 과정에 어떤 억지나 과장도 없으며 오히려 힘을 빼고 농담을 던지는 순간이 가장 어른스러웠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류가 가진 가장 원대한 가치와 가장 소박한 가치 어느것하나 빼놓을것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원작에비해 호흡이 길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지만, 너무 힘이들어간 원작보단 느긋하게 힘을 내려놓은듯한 애니판을 저는 좀 더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작품들중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만큼 높은 순위에 놓았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2015)

울려라 유포니엄!.jpg


케이온으로 비웃음을 산 쿄애니의 독기품은 비수.


2009년 쿄애니에서 제작된 여고생들의 재기발랄한 음악동아리 활동을 담은 케이온!이라는 애니가 상당한 히트를 쳤습니다.

그렇지만 많은분들의 인기를 얻은만큼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따라왔던 것이

바로 케이온!의 줄거리가 전혀 음악동아리 활동으로써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케이온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경음악부로써의 활동이아닌 그냥 여고생들의 시덥잖은 잡담이나 일화같은것들 이었으니까요.


그런 일각의 비웃음을 의식하기라도 했다는듯 약 5년이 지난 지금 쿄애니는 울려라! 유포니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됩니다.

이렇듯 유포니엄을 이야기하면서 케이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것이, 아무레도 같은 제작사의 비슷한 소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 작풍은 케이온과는 다른 결과로 드러나게 됩니다.

애니메이션과 현실이라는 온도차이를 잘라내고 이시대 고교생의 청춘을 가장 극적이고 예리하게 도려낸 현실감 높은 다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포니엄의 취주악부의 리얼리티가 부각되고 주인공들의 갈등과 고통이 첨예해지면 할 수록 들었던 느낌은

오히려 케이온의 경음악부 활동도 아예 말이 안되는것은 아니었을것이란 이해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케이온이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애니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쿄애니가 진심을 다한다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의 반증.

연출이면 연출 작화면 작화 서사면 서사 어느것하나 빠질것 없는 명작중에 명작입니다.







마지막. 대망의 1위는


바로








*PSYCHO-PASS 1기 (2012)

PSYCHO-PASS__PSYCHO-PASS1.jpg


SF느와르의 절정입니다. 마마마로 유명한 우로부치 겐의 사상과 고민, 철학의 정수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실 에로게 작가였을때부터 우로부치 겐은 필자가 자주 접하던 작가였습니다.

팬텀 오브 인페르노나 사야의 노래는 제가 즐겼던 그의 히트작들중 하나였는데요.

그로테스크한것을 좋아하고 절망적인 연출을 즐기는 그의 특성상 아무레도 어둡고 잔혹무도한 작가라는 편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으나

그는 사실 인간이 가져야하는 가치를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누리는 대전제를 역전시키고 오히려 인간을 수탈당하는 약자로 전락시킵니다.

그러한 우로부치의 서사에 인간으로써 독자들이 불쾌감을 갖는것은 오히려 당연한것일태지요. 그러나 그런 그의 서사는

단순히 그의 악취미적인 기호에 따른것이 아닌 마마마의 훨씬 이전, 팬오인과 사야의 노래에서부터 비롯된 고민의 흔적입니다.


우로부치 겐 작가의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없으니 정리를 하자면,

PSYCHO-PASS는 효율과 합리가 어디까지 인간의 인간성을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물음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야의 노래에선 극단적으로 혐오감을 유발하는 괴물을 이용했고 외계의 존재를 이용해 인간의 가축화를 이야기했던 마마마에서 더 나아가

PSYCHO-PASS에서는 인간이 인간의 안정과 평화를위해 인간다움을 침해하려한다면 과연 인간을 어떡해야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동안 우리마음의 브레이크를 걸어왔던 것이 인간이라는 최소한의 테두리라면 그것을 초월한 이번 우로부치의 물음은 너무나도 날카롭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로부치도 자기 자신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속시원히 내리고 있지는 못합니다.

작품선정에 비단 1기로 한정한 것은 2기의 작가가 우로부치겐이 아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쿠마가이 쥰의 2기가 소기의 성과가 전혀 없었냐면 그것은 아니지만 역시 '역대급'이라는 이름에 걸맞기 위해선

적어도 우로부치정도의 고민과 사유가 내포된 '답'을 지어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과연 PSYCHO-PASS의 질문은, 우리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도 한번 보시고 고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이상 제 15년 덕질의 총본산이자 제 마음속 역대급 애니 7편입니다.

물론 여기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명작으로 소문이 자자한 몇몇작품을 보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4월 뻥이라던지 아노하나 라던지..)

아무레도 힘이 가득 들어간 클리셰들보단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보다 제 취향에 부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여기 선정된 1군급 말고도 차마 언급하지 못한,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지만 '역대급'이라는 단어에 차마 눈물흘리며 잘라낸 1.5군급, 혹은 2군급 애니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서 열을토하며 찬사했던 우로부치겐의 또다른 작품 취성의가르간티아 라던지,

너무 본지 오래되서 제외시켜버린 엘펜리트나 기억이 감정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 제가페인,

어제 완결까지 주파하고, 이런 감상문을 쓰지 않으면 안될만큼 애니뽕에 차오르게한 역내청도 좋았고.

러브코메디물로는 영원한 제 마음의 원탑 토라도라 라던지, 최근에 재밌게 봤던 은수저,

자칭 본즈빠이면서도 차마 올리지못했던 노라가미나, UN-GO, 일본어보다 우리말 더빙으로밖에 본 기억이 없는 도쿄매그니튜드 8.0

(결국 리스트의 본즈작품은 라제폰 하나뿐이었네요..ㅜㅜ)

재탕한 횟수로 따지면 부동의 원탑일 사이버포뮬러시리즈, 극장판이 인상깊었던 타마코마켓, 안경미소녀가 귀여웠던 경계의 저편,

치요가 너무 귀여운 노자키군, 우주명작 시로바코, 사무라이를 다룬 시대극치곤 무협물로 빠지지 않고 제법 현실적이었던 납치사고요,

내게 누자베스를 알려준 사무라이참프루, 육아의 즐거움(?)을 알려준 토끼드롭스 까지.


제법 좋았던것들만 따져도 이렇게 많은양인것을 보니 생각보다 스쳐지나간줄 알았던 덕업의 양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아무레도 개인의 취향이 진하게 들어간 감상물? 순위메기기? 이니만큼 읽으시는 분들의 불호도 상당할것이라 각오하고 있습니다.

반대나 비평 달게 받겠으나 다만 모든 의견에 제가 대답 혹은 피드백할 생각은 없다는 것만 염두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내 머릿속 추억,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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