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가 요즘 고민이 많다. 나날히 인기가 하락하고 있으며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더 심화되고... 그래서 요즘 지방사립대 교직원들과 교수들은 고민이 많다. 근데... 사실 막상 지방대에서 교수를 하고 계시는 아버님 친구분과 이야기를 해봐도 지방대 다니던 선배나 누나들 말을 들어봐도... 진짜 고민은 따로 있다. 물론 나 역시 경험한 일이다.
인기가 떨어지고 자금이 막히고 그런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욱더 교수님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건 바로 학생들의 태도이다. 지방의 대다수 대학들의 면학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솔직히 우리가 다니는 성대를 비롯해서 이름깨나 날린다는 연대 고대 한양대 한국외대 역시 면학 분위기가 좋다고만은 말하기 어렵다. 그점은 여러분도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지방의 사립대들의 상황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수업진행이 어려운 경우도 태반이고 진짜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다. 대출이나 컨닝은 부정행위 축에도 못낀다.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열의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게 옳으며 대다수 학생들이 그저 졸업장이나 따려는 맘으로 다닌다. 그런 문제가 성대나 고대 연대에도 없는건 아니지만은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나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러니 진짜 공부하고자 지방학교를 간 학생들이 배겨날 재간이 없다. 오죽하면 교수가 똘똘한 학생들을 따로 불러서 편입학 정보를 알려주실까....
심지어 내가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차마 학교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다) 당시 젊은 교수님들이 의기투합해서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맘으로 학생들 공부를 좀 빡세게 시켰다. 학점도 짜게주고.... 그랬더니 당장 다음 번 총학생회가 학우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들고 일어났다. 등록금인상이나 시설개선 같은 다른 여러 문제들도 얽혀 있었지만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바로 학점 문제였다.
요지는 간단하다. 수업의 커리큘럼이 너무 빡세서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거랑 학점이 너무 짜서 취업과 편입에 지장이 많다는 거였다. 그리고 외쳤다.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어이가 없었다. 난 그걸 보고 바로 학교를 나와 버렸다. 언제 어느 시간에 가도 자리가 남는 도서관과 열람실도 더 이상 보기 싫었다. 솔직히 그때 그 시절 나도 일부 교수님들이 심한 것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 여기 성대서 그 몇갑절은 한다. 그리고 내친구들은 그것보다 더한다. 물론 안하는 애들도 있지만....적어도 여기는 시끄러워서 혹은 애들이 많이 빠져서 휴강하는 일은 없지 않은가...
나 아는 누나가 종교재단을 가졌던 충남의 s대에 다녔다. 그리고 때려치우고 나와서 전문대 가버렸다. 왜 그랬는지 끝까지 말안해주다가 내가 하도 조르니까 나중에야 술자리에서 잠깐 말해줬었다. "거기서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공부하는 내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그런 느낌이 너무 싫었다"라고...
또 다른 누나는 자기가 공부를 못한다는 열등감 때문에 성악을 하다가 결국 목을 다쳐서 하는 수 없이 위 누나랑 같은 대학을 갔다. 그리고 2년 간 과수석에 평점은 4.3이었다. 그리고 숭실대에 편입해서 평점이 3.0이다. 난 그 누나랑 친해서 아는데... 솔직히 진짜 공부 안했다. 기껏해야 목차랑 책 한번 읽고 시험보는게 전부였다.
내 친구 아버지는 자기가 교수라는게 너무 싫다고 했다. 벌써 자기 수업이 3년째 폐강이란다. 이유 진짜 간단하다. 학점이 짜다는 이유다. 그리고 한학기에 레포트를 4개나 내준다는거다. 물론 어느 학교나 이런 건 있다. 심지어 하버드도 학점이 짠 교수는 폐강되기 일쑤라고 한다. 하지만 친구 아버지 수업은 전공 수업이었다. 즉, 다른 수업이 차면 친구 아버지 수업이라도 들어와야 하는데 애들이 그럴바에는 차라리 다음 학기로 그 과목을 미루거나 아니면 아예 안듣는다고 했다. 그나마 졸업생과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겨우 인원수 20명 채워서 수업한다고 한다. 50명짜리 전공 수업을 말이다.
몇해 전 우리 학교에 새로 오셨던 어느 교수님이 잠깐 그러셨다. 자기가 성대 온건 오직 하나! 제대로된 수업을 하고 싶어서라고... 그날 따라 애들이 날씨가 좋다고 휴강하자고 외치자 교수님이 그러셨다. "나 전에 학교에서 왜 여기 왔는줄아니? 거기선 교수지만 여기서는 부교수인데 말야. 거기서 난 시험문제 어렵게 내고 학점짜다고 욕 많이 먹었다. 하지만 난 고집했다. 왜냐면 내가 최고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제자들은 들은 최고로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과대표가 내게 와서 이문제에 대해서 항의했다. 내가 화가나서 공부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하자 그애가 말했다. 교수님은 서울대 교수도 아니면서 왜 우리는 서울대 제자들 다루듯이 하냐고.... 그날로 학생들에 대한 정이 떨어지고 학교를 떠나고 싶었다고... 그리고 성대에 왔다고..그러니 니들만은 자기를 도와달라고..." 더 덧붙이자면 그 학교에서 내던 시험문제 그대로 성대에서 냈더니 시험문제가 평이했다고 게시판에 올라왔었다고 하신다.
성대와 몇몇 지방대학에서 가르치는 어느 강사님은 "서울에 있는 너네가 얼마나 좋은 대학을 다니는지 깨달아야 된다. " 라고 말하면서 그분이 경험한 지방 대학들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학부 수업의 경우 지각생이 절반에 가까우며, 그나마 수업이 시작되면 낮잠을 자거나, 신문, 잡지등을 펼쳐놓고 보는 경우가 많고, 시험 중 컨닝이나 기타 부정행위로 적발되면, 오히려 남 취직이나 편입하기위해 점수따려는걸 방해하냐고 큰소리로 항의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퀴즈와 과제를 내겠다고 제안하니까, 학생들은 일치단결하여 수업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가 취직이나 편입준비 때문에 자신들은 도저히 학과공부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르치던 한 대학의 대학원수업에서는 30 명에 가까운 인원이 수강을 했는데, 상당수의 수강생이 도저히 석박사 과정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과제를 내주면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남의 과제를 그대로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이름만 바꾸어) 베껴서 제출하는 것은 양반에 속하는 일이고, 심지어는 이렇게 어려운 과제는 못하겠다고, 내준 과제를 수업시간에 집어던지고 간 대학원생도 있었다고 한다. 수업 후에 커피 한잔 하자면서 불러내어서, 시험이나 과제는 되도록 내주지 말고 서로 알아서 쉽게 쉽게 살자고 회유하는 엉뚱한 대학원생도 있었고, “박사과정 수업이면무조건 A+ 아니면 못 주어도 A이상의 학점은 반드시 줘야 되지 않느냐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학생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마지막 수업이 끝난 다음에 대학원 학생대표란 자가 와서, 수강생 들에게 좋은 학점을 주지 않으면, 당신에게 큰일이 있을 거라는 협박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지방 사립이 내가 아는 것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발전의지가 강한 순천향대나 울산대 가톨릭대들은 그래도 안 그런다고 안다. 내 후배들 말을 들어보면 전체적인 수준은 성대만 못 한다 해도 상위권의 애들은 성대 못지않게 공부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정도의 지방대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전체 사립대 중에서 일부일 뿐이다. 동창들이 나를 빼고는 모두가 경기도나 지방의 사립대에 다녀서 들어보면 솔직히 내가 아는 바와 거기서 거기란다.
**....나도 대학 서열로 나누고 차별하는거 진짜 싫다. 그렇지만 차별 그 이전에 지방사립대 스스로도 분명히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왜! 서열철폐 운동의 중심이 수도권 명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왜! 지방 사립대 교수들이 학벌철폐 범국민 서명 운동에 서명을 안하시는가? 왜! 지방대 교수들이 아끼는 제자에게 먼저 편입원서를 내밀수밖에는 없을까? 이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 보았으면 한다.
재단의 지원금이니 사회적 차별이니 이런 것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더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제발..제발.. 변해라! 니들이 먼저 실력으로 서울대의 목줄을 노리란 말이다! 왜 니들이 설대놈들보다 무식한게 당연한 일이냔 말이다. 그 인간들은 뭐 고딩때부터 경영학 원론을 배우고 입학했더냐! 어째서 그들의 숨통을 못 노리냔 말이다...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누구도 손잡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난 아직까지는 학벌철폐 운동에 전혀 동감하고 싶지 않다. 먼저 스스로 서열이 얼마나 좆같은지 보여달란 말이다! 제발..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