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의 20대 아들을 ‘안락사’ 시킨 50대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9일 중증 장애에 시달리다 뇌사 상태에 빠진 장남(27)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51)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모 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 중인 장남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고 집으로 데려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장남은 열살 때부터 근육이 변성ㆍ위축되는 유전성 질환인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은 지체장애 1급으로 거동에 큰 불편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셋째 아들도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11일 장남이 집 화장실 변기에서 떨어져 호흡곤란 및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도록 했으나, 장남이 뇌사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말에 ‘차라리 하늘 나라로 편하게 아들을 보내주자’고 생각하고 인공호흡기를 떼어냈다.
A씨는 유전성 장애에 시달리는 자녀 문제로 아내와 불화를 겪다 4년 전 이혼했으며 이후 운영하던 식당도 그만두고 두 아들 돌보기에 헌신해왔다.
아들을 아끼는 A씨의 심정은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아들이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호흡기를 떼어낸 행동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그러나 ▦A씨의 아들이 뇌사 상태에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 ▦장남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셋째 아들을 돌봐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