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수원지법 410호 법정에서 재판이 끝나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황모(43)씨가 갑자기 방청객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외친 말이다. 이 순간 법정엔 정적이 흘렀다. 일부 방청객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더 이상 인터넷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법정에서까지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씨가 법정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칠 당시 재판부와 검사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못했다. 법정소란죄 등을 적용해 과태료 등을 부과하지도 않았다. 재판장인 김한성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교도관들에게 “데리고 나가라”는 지시만 했다. 법정에서 “김정일 장군님 만세”를 외친 황씨는 2007년부터 인터넷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의 운영자로 활동해왔다.
2008년 인천지검이 황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풀려났지만 북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일어났을 때는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무력으로 확인해준 사건입니다. 김정은 대장님이 하고 계십니다”는 글을 올려 지난 1월 다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김씨의 형량을 징역 1년으로 깎아줬다. 황씨가 이적 표현물을 제작했지만 대한민국의 존립·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본지는 재판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현복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선고가 내려진 다음 일어난 해프닝으로 재판장은 즉각 퇴정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법정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재판부 소관”이라며 “황씨의 법정 행동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최근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나를 따르는 수천 명의 회원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회가 없었는데 마지막에 그렇게 하니 속이 후련했다”고 진술했다.
공판을 지켜본 사이버안보감시단 운영자인 장민철(40)씨는 “종북세력 사이에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것만으론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과시적 행동을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찰은 황씨가 인터넷에선 영웅화되고 있고 그를 따르는 사람이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과 사법질서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선 법정소란죄로 엄히 처벌을 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이런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본다면 법정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