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는데 만 원짜리 지폐가 날아다니더군요. 서둘러 차에서 내려 횡재한 돈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메모지도 함께 봤습니다"
27일 아침. 제주시 도평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39살 김 모 씨의 이날 하루는 이렇게 참 묘했다.
아마도 그가 메모지를 보지 않고 돈만 챙겨 맛있는 점심을 회사동료들과 먹는데 사용했다면 그렇게 끝난 하루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메모지를 보는 순간 그가 주은 돈(25,000원)이 평범한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메모지는 자원재생 회사에서 이날 아침 발행한 영수증으로 고모씨에게 지급된 34.400원을 증명하고 있었다.
고철 80 단가 380원 금액 30,400원. 양은 2 2,600원, 병 20 1,400원. 합계 34,400원 지급. (금액차이는 아마도 김 씨가 줍지 못한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추정된다)
김 씨는 자신이 주은 돈이 하늘이 그를 축복해 내려준 작은 선물이 아니라, 어느 고철수집상이 무더위를 이기며 하루 종일 모은 것을 자원재생회사에 팔아 번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손이 떨렸다. 방송국을 찾아 사정을 이야기하고 돌려주기로 했다. 결국 이 돈은 제주경찰의 도움으로 주인에게 돌아갔다.
확인 결과 기초수급생활자인 고모 씨가 며칠을 고생해 모은 고물을 이날 아침 팔아 번 돈이었다.
돈이 주인에게 잘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는 "자신의 일을 이웃에게 많이 알려주라"며 웃었다. 이런 사소한 일도 기사를 쓰냐는 핀잔이 포함된 말이다.
역설적인 그의 말과 행동이 아무튼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작고 소박한 배려가 사회를 훈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