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2년과 5개월정도가 지났어요. 이제서야 나는 좀 괜찮아 지네요. 당신과 내가 사귄 날 만큼이 지나서야 괜찮아지네요. 미안했어요. 고마움보단 미안함이 더 큰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당신이 나에게 준 사랑보다 제가 당신에게 입혀버린 상처가 더 큰걸요. 당신과 헤어지고 전 저를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사귀는 동안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나때문에 얼마나 많이 고통스러웠을까. 그 아픔은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크기겠죠. 저는요. 제가 저지른 잘못을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어딘가에서 우연히 당신을 만나 용서받기 전까진 전 용서받지 못할 거에요. 당신이 용서해준다고 해도 전 마음 한 구석에는 죄값이 남아있을 거에요. 전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받지고 못했기에 당신에게 준 상처를 준 댓가로 지금까지 아파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새로 만난 인연에게도 상처를 줬고 헤어졌어요. 잘됐다고 생각해도 전 어쩔 수가 없네요. 모든 건 제가 잘못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사실은요. 이제는 저도 괜찮아지고 싶어요. 충분하다고 생각돼요.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힘듬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고, 되돌릴 수 없는 잘못들을 또 저질렀어요. 더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정말 죄송해요. 제 잘못의 죄를 여기까지라고 스스로 정해버려서. 그래도 저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당신이 저에게 남기고 간 물건들부터 사진들까지. 다 남아있네요. 다 지우고 버리려고 해요. 우리의 추억이었지만 지금은 저에게는 절망으로 변해버린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물건이 있는 장소에 가는 것도 저는 두려워요. 그곳이 당신이 남아 날 원망하고 있을까봐. 당신은 제가 준 물건들을 다 버렸을까요. 당신이 돌려준 물건들은 제가 빌려준 물건들 밖에 없네요. 옷과 편지들, 그리고 그외의 물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부디 제 마음처럼 그 것들도 차가운 바닥에 버려져 있기를 바래요.
제 행동하나 말투하나에도 당신이 남아있음을 가끔 느껴요. 무심코 어떤 행동이나 단어를 사용했을 때, 당신이 자주 했던 행동과 말투가 자연스럽게 저에게 녹아있는걸 느낄때, 마음이 아려오네요. 당신은 예전에 사라졌는데, 당신의 일부가 나에게 남아 제가 되었어요. 가끔 떠오르는 기억은 처음 사귄 날, 손잡을 때에는 물어보지 말고 잡으라고 했던 당신이 잠깐 헤어지고 다시 만난 날에는 손을 잡아도 되냐고 물어봤었죠. 또, 2015년 1월 1일. 친구의 언니가 전화와서는 나현이가 죽었다고 했던 것도요. 그때도 마음이 부숴졌는데. 나현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매년 1월 1일에 찾아가고 있어요. 나현이 보러. 당신은 찾아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당신과 함께 했던 곳에 가면 당신이 떠올라요. 그래서 대구에 가도 잘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이유에요. 당신과 함께한 모든 곳에서 당신을 만나야만 했어요. 작년에 기억나요? 두 번이나 마주쳤잖아요. 각기 다른 곳에서. 그 날 이후로는 대구 중앙로 부근에만 가면 손이 떨리고 앞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했어요. 아마도 제가 당신을 완전히 놓아버리기 전까진 계속 그럴 거 같아요. 나중에 다른 곳에서 마주친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며칠 전까지 제 세상은 무너져 내렸고, 더이상 일어날 수 없을 거 같았어요. 당신이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이렇게 힘든 체로 나를 만나왔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내가 헤어진 건,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당신을 힘들게한 저 때문이었어요. 이기적이지만.. 당신과 제가 사귀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저때문에 괴롭지는 않았을텐데. 그러면 저도 힘들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요. 결국 잘못의 원인은 모두 저에게 있는데. 미안해요. 이제.. 이제 조금씩 앞으로 갈게요. 가다가 힘들면 쉬기도 하고, 주저 앉기도 할게요. 카페에 들려 레모네이드도 사서 마실 거에요. 걸어갈게요. 가끔씩 뒤돌아보고 힘들고 우울도 하겠죠. 그래도 먼 훗날에는 지금보다는 앞에 있을 거 같아요.
저를 좋아해서 고마웠어요. 제가 상처를 줘서 미안했어요. 당신을 잊진 못할 거에요. 점차 기억에서는 흐려지겠지만 전 당신을 잊지 않으려 노력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