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더이상 나 예뻐해 달라고 안 할게.
제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둬.
엄마에게 있어 그 아이, 내 동생은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고
나는 항상 덜 아픈, 아니 어쩌면 안 아픈 손가락이었어.
엄마, 엄마가 그랬지.
엄마는 절대 변하지 않을거라고.
엄마, 나도 그래.
나도 더이상 맏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인처럼 살기는 싫어.
더이상 엄마에게 애정을 구걸하지 않고
엄마가 사랑해주지 않은 만큼 내가 나를 사랑해줄거야.
하지만 엄마, 하나만, 하나만 기억해 줘.
나는 그 잃어버린 10년간,
내가 아닌 그 아이의 누나로, 엄마의 맏이로, 아빠의 맏이로 산 그 10년
나는 정말로 착한 아이였어.
정말로, 정말로 착한 아이였어.
엄마, 정신과에서 그랬다.
내 가슴은, 아직도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다섯살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고 있대.
극복하는 방법은
더이상 엄마는 내 엄마가 아니라
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내 스스로도 인정하고, 또 받아들이는 방법 뿐이래.
나는 엄마가 없다고 생각할거야.
내 엄마는, 그 날.
그 아이가 태어나던 그 날 죽었으니까....
우리는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그치?
엄마도 그 때, 엄마가 죽기 전의 예쁜 아가만을 기억하고
나도, 살아있던 내 엄마만을 기억하잖아.
우리, 그 때로 돌아가긴 너무 늦은 것 같다.
엄마, 이제 받아들일거야.
엄마는 이제 내 엄마가 아니고
그 아이의 엄마야.
나중에, 정말정말 나중에, 엄마가 늙어서 죽고
또 내가 늙어서 죽으면
하늘나라에서는,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