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X할! 지금 월드컵이 문제냐? [담아옴]
게시물ID : bestofbest_377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raara
추천 : 279
조회수 : 11949회
댓글수 : 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6/25 20:46:10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6/25 19:08:59

X할! 지금 월드컵이 문제냐?

 

2010. 6. 23. 수요일
아이아스

 

 

그래, 총리실에서 압수 수색을 하던 말던

우리집이 털린 것도 아닌데무슨 상관 있겠어.

그저 16강에 가냐 못 가냐랑

이번 응원녀는 얼마나 야한 옷 입었는지만 관심 사항이지 뭐.


 

 

오늘 새벽에  나이지리아전 다들 재밌게 봤어? 객관적으로 봐도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았던 한판. 비겨도 원정 첫 16강 진출이 가능했던 한판. 아침에 하이라이트 보니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었던 모양이야.

 

중간에 실수도 있었고 멋진 장면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올라갔으니까 됐지 뭐.

 

다들 기분 좋지? 근데 솔직히 필자는 아니야. 어제도 자기 전에 '부디 16강에 진출하지 말았으면...'하는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거든.

 

혹시 오타라고들 생각할까봐 다시 한번 얘기할게. 어제 필자는 16강에 진출하지 '말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고.

 

매국노? 이기주의자? 야구 팬? 뭐라고 불러도 좋아.

 

솔직히 우리나라 축구가 16강에 오르든 우승을 하든 필자 먹고 사는데 눈꼽 만큼도 도움 안돼.

 

하지만 지금 경제적인 이익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소중한 '자유'와 '인권'이 심각하게 손상 받은 중요한 사건이 16강의 열기로 흥청거리는 동안 어영부영 흘러가게 생긴 판에 다들 지금 월드컵이 문제야?

 

스포츠가 3S 중 하나라는 말이 너무나 절실하게 와 닿는 순간이다. 

 

어떤 평범한 시민이 자기 블로그에 BBK 관련 동영상 올렸다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사무실 뒤집어 엎어서 경리 장부 뺏어가서 2달 간 내사하고 용역 준 은행에 압력 넣어서 사업 망하게 하고 경찰에 수사를 '지시' 했대. 한번의 무혐의 후에 재수사 지시에 의한 검찰 수사 결과는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따른 기소유예.'

 

공직윤리지원관에서 공직자도 아닌 민간인을 내사한 거야 검찰 경찰이 워낙 바쁘니까 도와준 거라고 그러려니 해줄게.

 

근데 허위사실 유포랑 명예훼손을 수사하는데 경리 장부가 왜 필요하지?

거기에 거래처를 찾아가서 거래를 끊을 것을 압력을 넣었다고? 언제부터 기소유예 당하면 가산 몰수형이 부활했지? 지금이 조선시대야?

 

결국 괘씸죄로 걸린 김에 잡아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잡아 넣어서 '우리한테 게기면 이렇게 된다.'하는 것을 만방에 보여주는 일벌 백계 차원의 개수작인 건 애들도 알만한 상황이다.

 

처음 가카가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고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훼손 될 것이고 다시 냉전 시대의 한반도 긴장과 공안 정국이 올거라고.

 

필자 그때 코웃음 쳤다. 물론 가카가 보수적이고 불도저 기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고. 이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치고도 좀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근데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불과 4년 전에 살던 그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야.

 

그래도 지난 '미네르바' 사건 때는 검찰과 법에의한 심판이라는 형식이라도 지켰다지만 이번에는 아예 영장이고 뭐고 없이 아무런 수사 권한도 없는 총리실 산하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사무실 뒤집어 엎고 은행 찾아가서 압력 넣었다고?  니들이 무슨 용팔이냐? 하긴 어쩌면 실제로 총리실 직원을 가장한 용팔이들 아니었다는 보장도 없는 판이다. 

 

가카의 정책이 시대를 역행하는 거야 어제 오늘 일 아닌지라 왠만한 일은 이제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가고 있어. 하지만 적응이 됐다 싶어지면 또 한번 사람 깜짝 놀라게 만들 일을 하나 하나 만들어내고 계시는 것을 보면 역행하는 시대의 종착점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예 선사시대로 돌아가서 가카 서거하시면 고인돌 건설 노역에 징발 당한 다음에 순장 당할 일 생기는 건 아닌지 조차도 슬슬 걱정이야.

 

 

농담 처럼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지금 무지 겁나. 모니터 앞에서야 맨날 센척 하지만 밟으면 꿈틀도 못해보고 터져 죽을 버러지 같은 일개 민초가 용감해 봐야 얼마나 용감하겠어.

 

오늘 새벽에도 일어나자 마자 월드컵 경기 결과 확인도 하기 전에 그 동안 딴지에 올렸던 글 부터 다시 한번 쭉 정독했어.  지금도 언제 까만 옷 입은 아저씨들이 우리 병원 방문해서 챠트하고 기타 장부 싹 걷어갈까 봐서 병원 문 열릴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라는 중이야.

 

딴지에 가카 비판한 걸로 높으신 어르신들이 괘씸죄 적용해서 의사 면허 박탈해 버리면 필자 평범한 백수도 아닌 빚 투성이 노숙자 신세 되는 거 시간 문제거든.

 

 

지긋 지긋한 베트남 전을 종전 시키고 경제 회복에도 성공한

훌륭한 행정가였던 닉슨 대통령.

하지만 미국인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거짓말을 한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깨끗한 무능 보다는 부패한 유능이 훨씬 낫다고 주장하는

어떤 나라랑 참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래도 평범하게 일하고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경찰서 한번 안 가고 살아 온 필자가 왜 '상식이 있다.'는 죄목으로 용팔이의 방문을 두려워해야하는데? 여기가 무슨 내전 중인 전쟁터야?


그 동안 우리의 선배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들은 이미 하나 둘 짓밟혔고 이제는 인간으로써의 기본권 조차도 위태로워진 우리는 이제 정원에 메인 개처럼 주는 밥이나 잘 얻어먹으면서 월드컵이나 보고 좋아하면 그 뿐인 존재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어.

 

독재자가 백성을 다루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고 해.

 

1.스포츠를 통해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애국심을 고취시켜라.

  열광한 대중들을 상대로 정권의 적을 국가의 적으로 바꾸는 것은 쉬운일이다.

 

2.잠을 적게 자도록 만들어라.
 피로한 대중은 정치 같은 복잡한 것들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우리나라의 근무 시간이 OECD 최고 수준이라며?)

 

3.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되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미담을 많이 보여줘라.

 

 70~80년대 독재 시대에는 그래도 열정과 정의에 넘치는 대학생들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취업 문제 때문에 고3 보다 더 힘들게 공부해야하는 산업 예비군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라 공부해 봐야 대부분은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언제 교체 당할지 모르는 톱니바퀴 신세겠지만 가끔은 주식 같은 재테크로 대박을 터뜨리거나 대기업 간부까지 올라가서 기득권 층으로 신분 상승하는 친구들 얘기가 전설처럼 들려오지.

 

이게 어제 필자가 축구 중계 안 보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부디 져서 탈락하기를'하고 바랬던 이유야.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나라였으면 국무총리의 사임을 지나서 대통령의 탄핵도 가능할 듯한 이 중차대한 사안이 월드컵 16강의 열기에 묻혀서 은근 슬쩍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다들 정신차리고 뛰어난 행정가이자 정치가여서 상대 후보를 큰 표차로 압도하고 재선에 성공한 닉슨 대통령이라 해도 워터게이트 사건 한방에 대통령 사임 시켜 버린 미국을 생각해 보자.

 

정치가라는 작자들이 함부로 거짓말하고 자기 직권 남용하면 그 댓가가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줘야 정치인들이 국민 알기를 무섭게 알기 마련이다.

 

인터넷에 글 몇편 올린 괘씸죄로 언제 우리의 일터와 가정이 군홧발에 짓밟힐지 모를 이 중차대한 사안을 월드컵 열기와 경제 지표 상승이라는 사탕 몇개로 스리슬쩍 넘어가버리면 우리는 아침에 이유 없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도 저녁때 밥만 잘 챙겨주면 꼬랑지 살랑 살랑 흔드는 똥개다.

 

복날 거꾸로 메달고 두들겨 패던 중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똥개는 깨갱거리며 도망쳤다.

하지만 몽둥이를 숨긴 주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누렁아 이리와, 안 때리고 예뻐해줄게."라고 부르자

망설이던 것도 잠시 똥개는 주인의 품으로 달려왔다.

똥개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지경을 당하고도 월드컵에 열광하고 경제 지표 좋아졌다고

스리슬쩍 넘어가면 우리도 똑같은 똥개다.


 

우리는 더 이상 사과를 구걸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국민사과문이나 읽고 고개 한번 숙인 다음에 몇년 지난 다음에 그때 반성해야 했던 것은 우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었네 어쩌네 하는 그 따위 사과는 그냥 개나 물고 가라 그래라.

 

진짜 사과는 상대가 겪은 아픔 이상을 겪거나 잃은 것 이상을 보상해 주는 걸 의미한다는 것 잊지마.

 

은수저를 망가뜨린 사람은 금수저를 사줘야하고 매연을 뿜어낸 공장 사장은 그 굴뚝 옆에 집을 짓고 평생을 살면서 속죄해야돼. 그게 바로 '사과'니까!

 

당신들이 좋아하는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분의 아들이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우리와 똑같은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는 것 잊지마.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