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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를 얻다 (좋은 문장 모음)
게시물ID : readers_3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ra
추천 : 7
조회수 : 31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0/25 15:02:30

이를 먹는다는 건

늙어간다는 게 아니라 성장해 나간다는 거야.

나이를 먹는 건 두렵지 않아.

나이만 먹는 게 두려울 뿐이야.

 

 

10대

- 지금 너는 풍선이야. 너는 아주 위험하단다. 감정은 부풀어서 한껏 과장되어 있어. 알록달록 저마다 다른 색깔을 띠고 있지. 만유인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반항하며 하늘로 끝없이 날아가고만 싶어. 바람만 빠지면 언제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쉽게 터지고 크게 상처받을 수 있어. (넌,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사니?, 홍서범, 지성사) 

 

- 10대 소녀의 방에는 MP3 플레이어나 오디오가 있다. 이것은 가족의 소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신의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벽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닮고 싶은 사람의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침대는 상상 속의 생활을 하는 장소가 되어주고 자신과 만나는 기회를 준다. 침대는 둥지이자 용서하는 곳이며 혼자있는 장소이다. 침대에 누워 꿈꾸는 것은 세상에 저항하며 자신을 끌어안는 길이며, 비록 상상 속에서만이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장소로 들어가는 길이다. 또 자위와 첫번째 성경험 등 자신의 성을 마주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렌스 포크, 푸른숲) 

 

- 소녀 VS 소녀: 학교는 자기 자신을 찾는 곳이라기보다는 사회와 부모의 끝없는 기대에 부응하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배우는 곳이다. 소녀들의 세계에서는 모든 소녀가 자동적으로 경쟁한다. 소녀들은 우리 문화가 정해놓은 여성이라는 정의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버려야만 하는 삶(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렌스 포크, 푸른숲).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정말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 소녀 & 소녀: 친구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한다. 나는 수학 천재야, 나는 사람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이야, 나는 인기가 많아, 나는 어떤 부류에도 속하지 않아. 청소년기에는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말하기 위해 친구를 찾는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마음 깊이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렌스 포크, 푸른숲) 

 

- 누구를 위하여 아름다워지는가? 모든 매체들은 소녀들의 몸매를 선정적으로 보여주고 베이글녀(동안에 글래머)를 찬양한다. 소녀들은 사랑받고 싶다. 그리하여 TV 속 아이돌처럼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하고 섹시댄스를 춘다. 자본은 소녀들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소녀들이 자신의 외모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줄 뿐이다. 무엇이 아름다움인지를 깨닫기도 전에 소녀들은 그렇게 어른들의 기쁨조가 된다. 동화 속 공주들이 왕자들에게 받아들여져 '행복해졌다'는 것처럼 소녀들은 어른들에게 받아들여져야만 '행복해지는' 걸까?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고릿적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외모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비단 개그콘서트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름다운 외모는 모든 일의 추천서가 된다( C.H. 스퍼전 목사). 더 나은 삶을 위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누가 욕하랴. 다만 미국 사회의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 앵글로색슨계 백인을 닮고자 유대인은 코를, 흑인은 입술을, 아시아인은 실눈을 성형했던(비너스의 유혹, 엘리자베스 하이켄, 문학과지성사)  것처럼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소녀들이 안스러울 뿐이다. 인생을 아주 조금 더 살아본 언니로서 하나만 말해주고 싶다. 아름다움의 정의는 오직 너 자신만이 내릴 수 있고, 너는 오직 너 자신만을 위해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그리고 너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너는 이미 아름답다고.

 

 

20대

- 스무 살부터 서른 살 사이는 어른으로서의 분별을 갖기에는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불안에 휩싸여 있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단다.(여자에게, 홍익출판사)

 

- 육체적으로는 가장 아름답다고는 하나, 그 시한부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고 까다롭다. 시대미감에 맞춰 아름다워지려 애쓰는 것 자체가 이미 고달프다. 정신적으론 사춘기를 능가하는 질풍노도가 밀려온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세상은 어서 빨리 완성하라고 다그친다. 모든 걸 수용하며 지켜보고 이끌어줄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 뿐인가. 젊어서 즐거우나 늘 불안하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다. 지금 당장 '무엇인지 모를 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미리부터 영약했던 몇몇 친구들을 보면 불안해지다가도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수많은 선택 앞에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20대는 선택을 강요받는 나이다.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선택부터 해야하고 좀 알겠다 싶으면 그 선택에 대한 회의가 온다. 스물여섯이 되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돼서 주체적으로 제 삶을 꾸밀거라고 생각했던 소녀는, 스물 여섯 나이에 이력서를 고쳐 쓴다. 서른 전에 일과 결혼 둘 중 하나는 성공할 거라 생각했던 소녀는, 스물 아홉 나이에 이직을 고민하며 주말엔 소개팅을 한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웃다가도 눈물이 나는 20대. 안정될까 싶어 서른을 기다리지만, 20대가 다 가버리는 것이 못내 아쉬워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울적하게 보낸다. 반짝반짝 빛나는 찬란한 시절이면서 동시에 가장 우울하고 혼란스런 시기가 바로 여자의 20대다.(ELLE 12월호)

 

- 스무 살, 어른들은 습관과 의무 속에서 살고 아이들은 충동과 잔소리 속에서 살며 스무살은 몽상과 도주의 욕망 속에서 살아간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우린 다들 초조해서 무언가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혹은 무슨 일이든 일어나야 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경험을 했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초조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험을 해버리지만 여전히 초조한 것이다. 첫 경험 뒤엔 다음 경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스물 다섯, 바닷물이 파란 것은 바다가 다른 색은 다 흡수하지만 파란색만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거부했던 그것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을 규정한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스물 네 살에 가능했던 변화와 선택의 가능성이 나이가 들수록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이 쓸쓸하다.(여자의 스물넷, 여린, 권순우)

 

30대

- 이십 대에는 서른쯤이면 인생의 중대한 터닝 포인트가 올 거라 막연히 예상했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밥벌이라는 컨베이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김지수, 홍시)

 

- 이렇게 서른을 맞을 줄은 몰랐다. 서른이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이 한눈에 조감되고 인생의 길목에도 가로등 같은 것이 켜져 있을 줄 알았다. 인생을 십진법 단위로 인식한 것부터가 환상이었다. 열 살이 되어도 아홉 살과 다르지 않았고 스무 살이 되어도 열 아홉 살과 다르지 않았는데 어쩌자고 서른이라는 나이에 그토록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김형경)

 

- 더 이상 방황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확고한 가치관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도 새로 시작할 수 있고...사랑에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하지도 않는 나이.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하루하루 적당히 살아가지도 않는 나이. 인생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지도 않는 나이. 머리는 적당히 차갑고, 가슴은 적당히 뜨거운 나이.(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 외로움을 일일이 살피고 넘어가기에 나의 30대는 지나치게 바쁘고 번잡하게 돌아가고 있다.(도쿄만담, 정숙영, 중앙북스)

 

- 사회는 성실한 구성원이 되길 바랐고, 회사는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이 되길 바랐으며, 가족들은 마음 넓은 아내와 딸이 되길 바랐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남들이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그것이 진짜 '내'가 아님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0대 여자들은 안다. 멋진 인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걸. 어려운 현실마저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이란 걸. 맞닥뜨린 현실은 차가워도 가슴은 뜨겁고, 피부의 탄력은 줄어도 삶의 탄력은 더 팽팽해진다는 걸. 청춘에서 한발 비켜섰지만 그로 인해 진짜 인생에 바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30대 여자라면 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다. 일도 삶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30대 여자들만의 특권일 것이다.(서른 살에 다시 쓰는 성공 다이어리, 황소영&유용미, 랜덤하우스중앙)

 

- 20대가 나비라면, 꿈꾸는 서른은 등에 현실이라는 무거운 집을 지고 기어야 하는 달팽이다. 제자리 걸음만 하기엔 억울하기에 가다가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한이 있더라도 묵묵히 가고야 만다.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글을 쓴답시고 끼적거리기 시작할 때 나는 적잖이 힘들었다. 은행 잔고는 빠른 속도로 비어갔고 세월은 빛의 속도로 흘러갔지만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의 중턱까지만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도쿄만담, 정숙영, 중앙북스)

 

-20대 때는 제법 잘도 연애를 했다. 20대의 내게 연애란 1년생 화초 같았다. 흙과 햇빛만 있으면 알아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꽃을 피웠다. 그런데 서른을 넘기고 나니 씨앗조차 날아오기 힘들다. '연애'라는 연한 뿌리가 자리를 잡기에 '나'라는 토양은 너무 단단하게 굳어버린 거였다. (도쿄만담, 정숙영, 중앙북스)


- 예전의 서른 살은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크게 두드러지는 나이가 아니었다. 누구나 20대 중후반이면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서른 살은 그저 일과 가정을 꾸려 나가기에 여념이 없는 나이일 뿐이었다.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어느 정도 승진이 보장되었고 지금처럼 40대에 은퇴하라는 압박을 받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신없이 바쁘지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에 힘껏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서른 살은 고달프고 우울하다. IMF 사태이전의 사회 초년생들은 지금보다 물질적으로는 덜 풍요롭게 자란 세대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취업난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서른 살은 어린 시절 경제 호황기의 수혜자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대학 입학 전후로 IMF를 겪고 그 여파로 심각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20대를 보내고 서른 살을 맞이한 것이다. 이들은 취업 준비로 젊음을 다 소진해 버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숨 가쁘게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 스무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고 확고하게 단정해 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려 곤혹스러웠다. 내부의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 수록 일부러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겨 대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 2천여 명 되는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지 8년, 나는 이 회사에서 서른한 살을 맞이했다. 몇 년째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미 업무 외의 일로 내게 말을 걸지 않지만, 모르는 사람은 저렇게 일방적으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친해지기 위해서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감정이 도저히 용납하지 못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노란색 귀마개 스펀지를 꺼내 손가락 끝으로 돌돌 말아 귀에 꽂았다. 자리로 돌아온 조금 전의 (떠들어대던) 여직원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짓는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15분을 허비하면 그 만큼 잔업을 해야 한다. 더구나 조금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되면 커피나 저녁을 먹자고 할 것이고,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거절하는 것은 죽을 만큼 지긋지긋하다. 나는 외톨이다. 그 누구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고독을 떨쳐버리기 위해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고독해도 좋다. 회사 사람들은 나를 '비뚤어지고 사람을 싫어하는 인물'이라고 뒤에서 쑥덕거리곤 하는데,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비뚤어진 것은 인정하지만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만 잡담과 사교에 서툴 뿐이다. 나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시절의 내가 훨씬 어른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억지로 웃거나 관심도 없는 아이돌의 콘서트에 가기도 했다. 친한 척 다정한 척하는 친구들이 싫어할까 봐 즐겁지 않아도 즐거운 척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주위 사람들과 익숙해지지 않고, 나는 물에 뜬 기름처럼 사람들과 멀어졌다. 나는 막연히 살아왔다. 마음 속으론 싫어하면서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그저 물 흐르듯 살아온 것이다. 무턱대고 싫어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사람들이 권하면 거절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실수를 저지른다. 뚱뚱한 여자가 "살을 좀 빼야 하는데"라고 말하면 "그게 좋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차라리 잠자코 있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도, 그런 마음이 노골적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 눈이 부어 콘택트 렌즈가 들어가지 않아서, 나는 오늘 은테 안경에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데다 늦잠까지 자는 바람에,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한 갈래로 질끈 동여맸다. 여자이기보다 일을 먼저 생각한 결과다. "무슨 여자가 그래? 거래처와 회의를 하려면 적어도 화장 정도는 하고 와야지." 어깨가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비듬투성이에 지저분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잠자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 사실 내 통장에는 상당한 금액의 돈이 들어 있다. 그래서 정규요금으로 티켓을 구입해도 되고, 낮에 도시락을 먹지 않아도 되며 열여덟 살 때부터 살고 있는 낡은 아파트가 아니라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저렴하게 여행하기 위해 금권상점에 다니고,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또한 이사하기도 귀찮고 필연성을 느끼지 못해서 계속 낡은 원룸 아파트에 살고 있다.(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 선생님과 저는 동갑인 데다 똑같이 이혼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제멋대로 동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결혼은 지긋지긋하다는 마음과 전업주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는 "나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과 각오가 생기면, 재혼은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저처럼 자립하지 못한 사람은 몇 번을 결혼해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뿐일까요?(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 실패를 두려워해서 열심히 일하고, 남이 싫어하지 않았으면 해서 무난한 성격을 갈고닦고, 남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다보니 자기 얘기를 할 타이밍을 놓치는. ‘골드미스’ 운운하는 꼬리표를 훈장처럼 생각하고 으쓱대는 게 아니라 그냥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새 나이를 먹은 것뿐이다. 반짝거리는 청춘의 거품이 꺼진 뒤에도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패배한 것도 아니고, 승리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상처는 스스로 핥아 낫게 하는 수밖에 없다. 성별에 관계없는, 결혼 여부를 떠난, 그 깨달음이, 30대 독신녀들을 위한, 그들에 대한 소설들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이다.(골드미스 혹은 패배한 개의 상처 핥기, 이다혜, 한겨례21, 070911)


- 나는 세속의 금들을 넘어서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죄가 되는가 안 되는가는 오직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고
때로 죄책감 따윈 완전히 사양할 수도 있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스무 살 땐 누구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식대로 살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검은색 트렁크를 들고 아주 멀리 떠나기만 하면 완전히 다른 생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서른 살에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먼 곳에도 같은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 대해서도 과대망상은 없다. 세상이란 자기를 걸어볼 만큼 가치 있지도 않다. 그것은 의미 없는 순간에도, 의미 있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상영되고, 누구의 손에도 보관되지 않고 버려지는 지리멸렬한 영화 필름 같다. 세상은 외투처럼 벗고 입는 것. 벗어버릴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누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 것인가. 서른 살에는 다만 자신이 아직 자신이 아니라는 것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나를 초대한 이 세상에 도무지 익숙해지지도 않을 것 같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서른 세 살, 사람들은 옷을 입은 채로는 바닷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옷을 입은 채 바닷물에 빠지는 것도 인생이다. 마음 속에 금기를 갖지 말아야 한다. 생은 그렇게 인색한 게 아니니까. 옷을 말리는 것 따윈 간단하다. 햇볕과 바람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 것이다. 살갗이 간고등어처럼 좀 짜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현실성의 독을 닦고 싶어한다. 끈끈한 권태와 불감증과 절망적인 무료함과 생의 공백을 소독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일탈을 시도하곤 한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나이를 좀 더 얻은 때 

-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 것에 사회적 판타지를 투사해 노년을 삶의 완숙기로 설정한다. 이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실제로 노인이란 존재는 쇠약한 육체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연장선에 있을 뿐인 존재다. (그러나 개인은 진화한다, 남재일, 강)

 

- 내가 유일하게 감정의 질풍노도를 느끼며 울고 웃는 시간은 드라마를 볼 때뿐이고, 지금과 같은 무전여행은커녕 집 앞 술집도 마음 편하게 들락거리지 못할 거야.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를 걱정하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도 할 수 없는 일들의 한계선을 그어가며 살아가지는 않을까? 간혹 100%를 써버리지 못하고 더 마음껏 자유롭지 못했던 젊음을 후회하며...(책에 미친 청춘, 김애리, MIDAS BOOKS)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온 세월만큼의 경험이 우리 내부에 쌓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직간접적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우리 내부에 있는 수많은 모순과 싸우면서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면들과 부딪치면서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 자신과 타인에 대해 관대해지면서 그동안 두려워서 억압해 오던 욕망을 허용하고 풀어 놓을 수 있게 된다. 욕망을 즐기고 삶의 활력으로 삼을 수 있는 힘 또한 얻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욕망에 좀 더 솔직해지고, 충실해지며, 과감해진다. 이제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요구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기쁨을 나누며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가게 된다. 따라서 나이 들어 하는 사랑은 더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 나이 든다는 건 무난한 삶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것.(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김혜경, 글담출판사)


- 집을 지어 가는 과정은 우리가 늙어 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 데에 익숙해지고, 부당한 일들을 참아 내게 되며, 욕심을 줄이는 방법을 알게 된다. 집을 지으면서 우리 가족들은 덧셈과 뺄셈이 익숙해졌고 조금씩 약아지면서 현실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에도 '세상에 본성이 나쁜 사람은 없다.'라고 서로를 다독였다. 집은 될 듯, 안 될 듯 조금씩 늑장을 부리며 그렇게 완성되어 간다.(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김혜경, 글담출판사)


- 세상엔 모질게 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통신판매 전화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그 아이디어는 별로라는 말도, 그 프레젠테이션은 가망이 없다는 말도, 그만 지겨우니 헤어지자는 말도 죄다 모질게 해치워야 하는 일이다. 어른이 될수록 자꾸만 더 모질게, 더 독하게를 요구받는 기분이다. 자고 나면 자꾸만 자꾸만 모질게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난다. 모질게 살아야 할 이유도 모른 채 자꾸만 독해지라고 쪼아 대는 세상이다.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중 김정아 인터뷰, 김혜경, 글담출판사)

 

-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와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같이 살고 있다. 둘 다 결혼할 예정은 털끝만큼도 없는 만큼,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것이다. 파트타임 아줌마들은 나를 보며 종종 "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면 애인이 생기지 않을 거야"하고 말한다. 하지만 언니에게서 떨어져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해도 생활 자체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편에 대한 존경과 경외, 일종의 포기와 안심 위에 존재하는, 특별히 즐겁지도 않고 특별히 불만도 없는 일상. 결혼하면 그 생활에 아이가 더해진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그 쪽이 더 우울했다.(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 안티에이징이라. 나도 젊어보이고 싶다. 하지만 '나답지 않는 젊음', '나답지 않은 아름다움'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나이'의 짐들은 던져 버리고, 비록 부끄럽고 남루한 것이더라도 나다운 것을 주워 입고 싶다.

 

 - 심리학자들은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에 환상을 품는 일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다고 말했다. 어릴 때 우리는 영웅을 보고 자란다. 소년에게 있어 영웅 숭배 정신은 거의 신앙에 가까워서 간단히 배제할 수 없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가 한결같이 영웅 숭배를 테마로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존 업다이크는 미국 남자들은 모두 꿈에 패배한 소년이라고 쓴 적이 있다. 어른이 된 우리들은 예전에 자기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영웅성이 부족하든지, 어쩌면 영웅과는 전혀 동떨어진 존재가 되어 버린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우리는 자신이 우주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게 되고, 그 슬픈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여자에게, 홍익출판사)

 

- 사랑이라든가, 행복이라든가, 그도 아니면 희망 같은... 이제는 제게서 너무나 멀어져버린 그런 단어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버려가는 과정일까요. (꿈, 공지영)

 

- 젊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덤벼들어도 제멋에 아름답지만, 늙어서까지 꽃불을 누르지 못하는 인간은 추하디 추한 법이야 (나 황진이, 김탁환, 푸른역사) 

 

- 태초에 산은 모든 생명체에게 똑같이 30년의 수명을 주었다. 그러나 말, 개, 원숭이가 30년이란 세월이 너무 길다며 15년을 신에게 반납했다. 그래서 신은 45년(15*3)의 세월은 인간에게 주며 말했다. '피조물 중 네가 가장 창조적인 것 같으니 이 세월들을 네게 주겠다. 30년은 너의 것이니 네 멋대로 살아도 좋다. 하지만 30이 넘은 날부터 15년은 말의 삶을 사는 것이니 말이 뛰듯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 후 15년은 개의 삶을 사는 것이니 개가 집을 지키듯 네가 이뤄놓은 것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 15년은 원숭이의 삶을 사는 것이니 원숭이들처럼 지혜롭고 여유롭게 살도록 해라.'(세상을 향해 짖는 즐거운 상상 , 서기흔, 아이앤드아이) 

 

- 30대에는 욕망의 평준화로 이루어지고 40대에는 미모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50대에는 지성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60대에는 물질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80대에는 목숨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

 

- 마흔 즈음, 더 젊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사람들은 묻는다. 더 젊어져서 무엇을 하려느냐고. 글쎄. 좀 더 젊은 패션을 따를 수 있고 더 젊은 생각을 하고 더 젊은 문화를 누리고 더 먼 곳으로 여행을 하고 단념했던 무언가를 새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도 한 번 쯤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더 젊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늙어가는 여자에겐 젊어지는 것 자체가 전력을 다해야 하는 과도한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삶이며 동시에 맹목이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이 나라에선 마흔이 넘으면 다른 삶이 없다. 다른 철학이 없으니까 솔직히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스무 살엔 혁명을 했다 해도 마흔만 넘으면 모두 현실 속에 귀순해 버린다. 저항이든 혁명이든 새로운 모럴을 창조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처자식을 버리고 바랑 하나 둘러메고 속세를 등지지 않는 이상. 왜 이 땅에선 개인적인 모럴이 생기지 않는 걸까. 왜 젊었을 때는 다르기 위해 반항한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똑같은 것을 추구하게 될까. 왜 좀 더 다양한 생이 없을까. 개인적인 창의성의 부족이라는 이유가 아니라면
달리 수긍할 만한 변명거리가 무엇일까.(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 변신에 성공한 나비는 더이상 풀잎을 먹지 않는다.(나비, 전경린, 늘푸른소나무)

 

 

당신의 삶은 일류인가, 삼류인가.

이겼는지, 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자신의 삶에 얼마나 충만했는지가 중요하다.

 

 

* 문맥상 혹은 느낌상 맞지 않는 문장은 제가 임의로 수정해서 기록했기 때문에 일부 문장은 책 원본과 다릅니다.

* 좋은 문장 있으면 함께 공유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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