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한국에 간지 벌써 일년이 되었네요
청소를 하다가 오랜만에 누나가 떠나기 전 주고간 편지를 읽으니 나도 답장이 하고싶어졌어요
직접 보낼 수는 없으니 그 당시 즐겨하던 사이트에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원치 않은 미국으로의 이민은 나를 참 힘들게 했네요
그래도 버티겠다며 아둥바둥 영어공부하러 나갔던 모임 그리고 많은 사람들
솔직히 그곳에서 누나와의 첫 만남은 엄청 무서웠어요ㅋㅋㅋ
처음 몇달간은 별로 가까워지지 못했었네요
우리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나다보니 일부러 조심스럽게 대했던것같아요
계속 만나다가 보니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좋아졌던 것 같아요
어느 날 모임 사람들이랑 다 같이 새벽까지 놀때, 그때 일부러 누나 옆에 있으려고 노력했었는데ㅋㅋ
누난 눈치채고 있었겠죠?
그렇게 어느새 친해지고 어느새 둘이 놀기 시작하고 어느새 연인이 되었잖아요
연애하자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연인처럼 만나는게 자연스럽고 손 잡으며 데이트하고..
시간을 많이 원망했어요
데이트 끝나고 누나 집 앞 차안에서 얘기 할 때 내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한거 기억나요?
누난 일년의 미국 인턴이었기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돌아가야한다는게 슬퍼서 그런말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되돌아갔으면 좋겠네요
신나게 만날 당시는 그런 날이 올지 몰랐지만,,, 막상 누나가 떠난다니까 머리가 하얘지더라구요
마지막 데이트,,,라는게 기뻐야 하는데 우리 둘다 울기만 했었네요ㅋㅋ
시간은 다가오고 우리는 공항으로 같이가고..
LAX에서 비행기 타러가는 누나 뒷모습을 보며 잡을 수 없다는게 제일 가슴 아팠어요
그거 알아요?
나 누나 비행기 출발하고도 공항에 2시간 더 남아있었어요
나도 집으로 떠나면, 그 공항으로부터 벗어나오면, 떠났다는게 현실로 느껴질 것 같았어요
자동차 시동을 걸었지만 아쉬움에 다시 끄고 공항 안으로,.. 누나가 다시 나올것같았거든요
이 짓을 몇번을 했는지 ㅋㅋㅋ 부끄러워서 말 안했어요 아무한테도
영화관에서의 첫 데이트부터 여러 바닷가, 야경, 다른 도시로의 여행 등등.. 하나하나 잊을수가 없는 추억이에요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괴롭게 만드네요
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자 이제는 나의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팔로스버디스!
여긴 가끔 혼자가서 커피 한잔 하고 돌아올때도 있어요ㅋㅋㅋ
누나가 살던 동네,,, 유명한 빵집도 있고 중국음식점도 있고 재미있는 동네지만 더 이상 못 가게 됐어요 덕분에!
맨허튼비치... 남들에겐 마냥 아름답고 너무 멋있는 곳이지만 나에겐 슬픔만 가져다 주는 곳이에요.
누나 떠나는 날 둘이 모래위에 앉아 말 없이 울기만 했었잖아요
그곳만 가면 이게 생각나서 더 이상 거기 못가요 나는
갑자기 생각난건데 누나 수지 동영상 보더니 너무 예쁘다고 저한테 그랬잖아요
나는 누나가 더 이쁘다고 하니 자기는 그런 대답을 원한게 아니라고 ㅋㅋㅋ
그런데요.. 그 때는 말 못했지만.. 내 눈에는 정말 누나가 훨씬 아름다웠어요
이 말을 못한게 한이 되네요
누나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 이민자에서 이제 남들을 도와줄수가 있어요
누나 떠난 당시는 정말 힘들었어요
날 받쳐주던 그런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게... 너무 괴로웠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학교같은건 가기도 싫고,,,
학교 중간고사 첫번쩨 시험 91/100 맞았는데 두번쨰 시험에서 누나 가고나니 60/100 나왔어요ㅋㅋ
교수님이 부르더니 무슨 일 있냐고 물으시더라구요ㅋㅋㅋ
연락안한지도 일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리움은 여전하네요
다 잊은 줄 알았건만ㅋㅋㅋ
내가 잊어보려고 폰에 누나 관련된 건 다 지웠었는데 딱 두개는 차마 못지우겠더라구요
하나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던 장소의 아름다운 유리성당 앞에서 둘이 사진 찍은거..
이 사진은 꼭 결혼사진 같아서ㅋㅋ 괜히 설레더라구요
또 다른 건 누나 떠나기 전 공항에서의 동영상,,
둘 다 퉁퉁 부운 눈이지만 너무 예쁜 동영상
이걸 왜 못지우냐면요 동영상안에서 누나가 한 말 때문이에요 다시 돌아올거라고 했던 그 말..
아닌거 알면서도 그 말에 아쉬움이 남아 지울 수가 없네요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가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누나 상황이 조금만 더 나았더라면...
우리 결말은 바뀌었을까요?
오늘 밤은 꿈에 나와 나만 알던 그 미소 지으며 나를 반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