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첫글이 밀리터리 게시판이네요.
나로호 발사 연기 소식을 보고 예전 생각이 나서 글 쓰게 되었습니다
재미없고 짧은 이야기지만 여친도 없고 돈도 없고 다 없으니까 음슴으로......(사실 한번 써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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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경,
나로호가 첫 발사를 할때쯤이었음.
병661기로 공군에 입대한 나는
약 1년 반의 인고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
이제 막 병장을 달기 일보직전의 순간에 도달했었던거임!!
상병 6호봉이었나????
5-6-7-8아니면 5-6-7-7이니까 7호봉이었나??
아무튼 병장진급 직전이었음 그때가..
나는 잠깐 경계병 생활을 하다가 (공군 출신이면 내 병과도 짐작하실거임)
몇개월 뒤에 행정병으로 사무실에 내려가게 되었음
행정은 당연히 하고, 인사도 하고 보급도 하고 군수도 하고 뭐도 하고....
면회실도 했지만!! (재미있었음 참~ 보직도 면회실관리병이었음)
이 얘기랑은 별로 상관없으니까 패스하고....
아무튼 그렇게 지내다가
때는 2009년 8월 25일, 그날이었음!!!
그날이 병장 진급하는 날이었음!!
(입대가 2월 25일이었고, 공군은 몇개월 될때마다 진급을 딱 함)
그날따라 미리 군장점가서 오바로크 박은 A급 전투모랑 전투복을 딱 입고
짬도 차면서 잘 닦지도 않던 전투화에 약칠도 하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음.
그리고 간부들한테 돌아가면서 진급 신고 딲!!!
'병장 XXX, ~~일부로 진급을 명받았습니다 어쩌구저쩌구'
ㅋㅋㅋㅋ 간부들도 공군 병장이 얼마나 긴지를 아니까
막 비웃기는 했는데 그래도 축하한다고 앞으로 일 열심히 하라고 해줬음.
그런데 아침에 간부들이 보는 신문을 딱 보니까
마침 오늘이 나로호 발사날이라네?!
뉴스에서 몇번 봤으니까 발사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내 진급날이랑은 겹칠줄을 몰랐던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간부들이랑 고참들, 후임들한테 막 떠벌리고 다녔지
"나로호도 제 병장 진급을 축하하려고 발사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제 군생활 남은날을 축하하려고 축포를 발사하는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돌아보면 이게 내 말실수인듯....)
막 이렇게 말이야
간부들이랑 고참들도 막 비웃고 말이 되냐고 ㅋㅋㅋㅋ
후임들도 비웃고 ㅋㅋㅋㅋ 몇몇은 축하도 해줬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반은 농담으로 그렇게 떠벌리고 다녔는데,
근무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또 말은 되는것 같기도 하고 그런거임
'남은 내 군생활과 앞으로 제대후의 내 미래를 축하하려고 발사하는거 아닌가? ㅋㅋㅋ'하는
묘한 합리화도 막 되고 그런거 아니겠음??
여튼 그날도 다 저물고 오후 4시반쯤 지났을거야 아마도 (16시반일수도 ㅋㅋㅋ)
보통 간부들이 5시에 퇴근하니까 일이 쌓인거 아니며는 그때쯤 슬슬 퇴근준비를 하거든
대장 퇴근하고 간부들 슬슬 퇴근하니까 칼퇴근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그러는데
그날따라 티비앞에 옹기종기 모인거임
'저 로켓 발사하는거 한번 보고 가자!' 그러면서 ㅋㅋㅋㅋ
나도 가까이는 아니지만 약간 멀찍이 서서 지켜봤음
내 병장생활 축하 발사를 지켜보려고 ㅋㅋㅋㅋㅋ
막 시간이 지나면서 5시 임박할 즈음에
좀있으면 카운트도 하고 어쩌고 하는 아나운서 말 들릴때마다
내 가슴도 점점 쫄깃쫄깃해지는거 아냐.... ㅠㅠ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던 로켓덩어리였는데
그날따라 내가 한 말도 있고해서
'실패하면 어쩌지... 진짜 병장 생활 조지는거 아님?' 그런 생각도 들고
막 기분이 오묘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운트 할때는 더 그랬음 ㅋㅋㅋㅋ
옆에서 '와 발사하려나보다' '와와'그러는 소리도
잘 안들리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발사 직전에는 잘 기억이 안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카운트하고 발사도 했음 ㅋㅋㅋㅋㅋㅋ
막 굉음도 내고 연기도 내는데
'저러다 안되는거 아냐?'싶다가
불꽃을 내면서 서서히 떠오르다 막 치솟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
비록 공군이지만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에 별 관심도 없던 내가
이날만큼은 저 발사장면을 보면서 감개무량해지는 거임!
막 이유없이 뿌듯하고!!! ㅠㅠ
옆에서 간부들이랑 고참후임들이랑 같이 보고 있었는데
서로 와 감탄 하다가도 실실 웃으면서 나한테
'야 축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X병장님 축하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그랬음 ㅋㅋㅋㅋㅋㅋ
나도 괜시리 뿌듯해서 축하도 다 받아주고 그랬던것 같음 ㅋㅋㅋㅋㅋㅋ
발사 하고 나서 다들 퇴근할사람들은 퇴근하고
잔업할 사람들은 일 하러가고 흩어지는데
나는 그 점이 사라질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음
그러면서 다짐했음
'아! 저 솟아오르는 나로호가 내 남은 군생활을 축하해줬으니까
앞으로 더 알차고 보람된 군생활을 보내야겠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정도 바른생활어린이 다짐은 아니였지만
남은 군생활 잘하고 제대하고 나서도 잘해야겠다 새삼 다짐한건 사실이었음
그리고 나도 나머지 잔업도 하고
인트라넷도 좀 보고(공군 인트라넷이 좀 재미있는것도 많아서 자주 들어가 봤었음) 그랬는데
틀어놓은 티비에서 점점 불길한 소리만 하는거임
뭐가 잘 안 분리됐다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상궤도 진입이 안된것 같다느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그래도 잘 안착하지 않겠어?'이러고 있는데
어느순간
"발사 실패!!"
딱 뜨면서 아나운서가 막 떠드는데!
남아있는 사람들 전부다 날 쳐다보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부터가 벌써 동정 반 비웃음 반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니 병장생활은 시작부터가 실패다 임마 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느낌이었음
내가 아침에 사람들 앞에서
"제 군생활 남은날을 축하하려고 축포를 발사하는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라고 했는데
진짜 축포가 터져버린 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울고 싶었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일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잘 병장 보내고
제대는 했음
역시 나로호의 버프(?)인지 한 두세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예비군 2년차..........! ㅋㅋㅋ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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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얘기는 아니기도 하고,
쓰고나니 재미없기도 하지만
나로호 생각나니 추억처럼 생각나서 한번 써봤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