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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관이 국민 목숨줄 자르는데 "인센티브"를 주겠답니다.
게시물ID : medical_1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rJo
추천 : 18
조회수 : 4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0/26 16:28:06




혹시 또 불똥이 이상한 데 튈까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병원협회'라는 곳은 '병원 경영자들의 모임' 입니다.

병원장, 이사장 등 말그대로 '병원의 오너'들의 모임이며, 병원 역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니만큼 모임의 성격 역시 '의사들의 모임'인 의사협회와는 많이 다릅니다.

동네 의원급의 원장은 여기 포함되지 않으며, 3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의 오너 중 일부가 여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기사 내용 앞뒤 상황을 요약하면, 

1. 매년 건보공단과 의료계 각 단체들이 수가 인상에 대한 '협상'을 합니다. (말이 협상이지 건보공단에서 올해는 너 얼마 하고 던져주는 형국입니다.)

2. 병원협회에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의 2.2%라는 인상안을 받아들이면서 그 부대조건으로 기사에 나온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운동을 벌여 그 성과가 있을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라는 안까지 받아들입니다.

3.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협상은 의사협회에서 맡아서 하는데, 총액계약제 등을 2.2% 수가인상의 부대조건으로 내걸어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약사협회에서는 2.9%를 가져갔습니다. 대체조제의 비율을 큰 폭으로 늘려달라는 부대조건과 함께요. 대체조제는 의사가 약을 처방해서 약국으로 처방전이 가면, 약사가 마음대로 성분만 같은 다른 약으로 바꿔서 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글 아래에 설명 들어갑니다.)



즉, 말하자면 국민들(의료소비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걷어 의료기관(의료제공자들)에게 잘 분배해주어야 하는 국가기관이 보험수가를 인상해 주는 조건으로 생명연장치료를 중단하자는 국민적 캠페인을 병원협회에서 벌여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 문제가 상충하는 아주 민감한 사항을 단순 경제논리로 그대로 쳐발라버린 거죠. 이게 만일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다면 병원협회에서는 병원 수익 창출을 위해 저런 말도 안되는 캠페인을 벌였을 것이고, 병원협회가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들은 드디어 의사들이 돈에 미쳐 환자 목숨까지도 돈 안되면 버린다고 인식했을 겁니다.



캠페인을 벌일 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모두가 분노해야 할 일이며 그 분노의 대상은 건보공단과 병원협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건보공단과 병원협회의 감언이설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다수의 의사들 역시 병원협회를 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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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집니다만, 그래도 성의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대체조제에 관해서도 덧붙입니다.

대체조제란?


먼저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하지요.

같은 성분의 약이 여러개가 있을 수 있는데, 보통 오리지널약과 제네릭 약으로 나눕니다. 

오리지널 약은 그 약물을 처음 개발한 제약사에서 만들어 파는 약이고, 제네릭 약은 그 약물의 합성 방법을 가지고 다른 제약사들이 만들어 낸 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성분이 같으면 효과가 같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다릅니다.

작용하는 성분이야 같겠지만, 이것이 흡수되고, 몸안에서 대사율이나 그런 것들이 차이가 있어요. 예전에 한번 크게 다뤄진 적이 있었는데, 평균적으로 제네릭 약의 효과가 오리지널의 70~80%에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졌지요.

이 부분이야 뭐 약사님들께서 더 잘 아실겁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에는 약품 이름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오리지널을 쓰건 제네릭을 쓰건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을 쓴다는 거지요. 그런데 대체조제라는 것은 그 약국의 사정에 따라서 혹은 약사의 판단하에 약사가 같은 성분의 다른 약으로 바꿔서 약을 조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말인즉슨, 예를 들자면 의사가 환자에게 고혈압약을 처방하고 한달 후에 다시 환자를 만나서 혈압을 체크해 봤는데, 이상하게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고민을 하겠지요. 환자가 약을 안먹어서 그럴 수도 있어 물어봤더니 약은 꼬박꼬박 잘 먹었답니다. 생활 습관도 평소랑 똑같이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일단 한번 더 지켜보자고 같은 약을 다시 한달치 처방 후 그다음달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혈압이 잘 조절되네요. 역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가져온 약봉투에 적힌 약국 이름이 지난달과 이번달이 다른 겁니다. 지난달에 받은 약 중에 남은것을 가져오라고 해 보니 의사가 처방한 약은 오리지널인데 첫번째 약국에서는 제네릭 약을 넣어놨습니다. 의문이 풀린 거지요.


여기서, 환자가 한달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원인은 과연 누가 제공한 것일까요?


그런데 국가에서 이러한 대체조제를 20배 가량 더 늘릴 것을 약사협회에 주문하였습니다. 2.9%라는 의료단체 중 최고의 수가 인상을 보장하면서 말이지요.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뻔하지 않나요?


아. 그렇게 하면 의사들이 리베이트 받는 것을 차단할 수 있냐는 공격이 예상되니 거기에 대해서는 미리 답변해 놓지요.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거나, 아예 성분명 처방(처방전에 처음부터 성분명으로만 처방하는 것)을 하게 되면 약품의 종류를 정할 권한이 의사에서 약사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위에서 말한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선택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발생할 것이고,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게 좋은지는 임상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이 더 정확하겠지요. 또,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리베이트는 없어지겠지만,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대상이 약사로 넘어가겠지요. 결국 리베이트를 줄이겠다는 목적의 대체조제 혹은 성분명 처방은 그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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