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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퀴어로서 살아간다는 것.
게시물ID : humorbest_3792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민Ω
추천 : 160
조회수 : 18565회
댓글수 : 1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8/15 02:34:3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8/15 01:55:29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살고있는 평범한 게이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들으셨을때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요.
"씨발! 더러운 게이새끼!"라고 외치거나, 무덤덤하거나, 꺄악꺄악거리며 좋아하거나.
보통 저 세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겠네요.

저는 재미를 찾으러 온 오유에서 조차 저희를 희롱하는 듯한 덧글들을 볼때면 꽤나 힘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보기 좋지 않은 리플들 중 하나가, "게이는 우리들의 친구입니다." 혹은, 엉덩국씨의 만화죠.(개인적으로 엉덩국씨 자체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게이 희화화 만화는 개인적으로 보면서 너무나도 힘이 들었고, 인간적인 모욕감마저 들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퀴어로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유의 어떤 글을 보고 방금 들었습니다. 
1년 전, 친한 여성 친구에게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있다고 말을 했더니 곧장 그 아이에게 가서 그 사실을 일러 바친 것 이라거나,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웃팅을 당했을때. 그 혐오스러운 눈빛들도 어쩌면 제가 방금 깨달았던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인해 생긴걸지도 모르겠죠.

개인적으로, 동성애가 이성애와 다른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령 그것이 제가 그 당사자이기에 나온 이기적인 생각이고, 동성애는 이성애에 비해 크게 질떨어지는 문화라고 해도 저는 이 게이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을거라고 마음먹은지가 꽤 지났네요.
하지만, 그 결심 이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삶이 힘들어 지네요. 동성 친구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그 앞에서 걸그룹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건 참을수 있지만, 한 커피숍에서 "야 내친구 L이 레즈비언인데.."로 시작하는 더럽다는, 그리고 불결하다는 얘기들을 엿들었을때에는 정말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이글을 보는 여러분, 저희에 대한 얘기를 함부로 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처럼, 게이는 당신의 친구고 가족이고 형제일수도 있습니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사실 퀴어친구는 생각보다 여러분의 주변에 많을겁니다. 
그들에게서 커밍아웃을 받았다고 놀라지도 마세요. 그건 그 사람에게 인간적으로서 인정을 받은 겁니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퀴어라는 것을 당신에게 얘기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당신을 얼마나 아끼고 믿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통 커밍 아웃을 하진 않습니다. 그가 호모포빅인지 뭔지도 알아보지도 않고 덥썩 커밍아웃을 해버리는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니까요.

그냥 새벽에 두서없이 써본 글 입니다. 한번 읽어주시고 추천이던 반대던 한번이라도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네요 ^^

아, 혹시나 모르시는 분이 있을것 같아 얘기합니다.
퀴어는 성적 소수자들을 통틀어 가르키는 말이고, 커밍아웃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퀴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아웃팅은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신이 퀴어라는게 들통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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