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릉동의 건축 8년 된 아파트 14층에 사는 A씨와 바로 아래층의 B씨 부부는 층간소음 문제로 종종 심하게 다퉜다. A씨 가족들은 일상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수준 이상의 소음을 내지 않았는데도 B씨가 과민 반응을 보이며 괴롭힌다고 반발했다. 반면 B씨는 천장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없어 찾아가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결국 지난 1월 B씨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A씨는 "'주거 침입'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 '전화 걸기' '문자메시지 보내기' '고성 지르기' '천장 두드리기' '주변에 허위사실 유포' 등 평온한 생활을 침해하는 B씨의 행위 일체를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B씨가 각 항목을 어길 경우 1회 당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결정도 함께 신청했다. 두 사람은 1월말 심문기일 때도 대리인 없이 법정에 나와 언성을 높이며 공방을 벌였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A씨가 낸 가처분 신청 일부를 받아들였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A씨 집에 들어가는 행위,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나머지 신청은 기각했으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케 했다. A씨 손을 들어주면서도 아파트 출입구나 엘리베이터 등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이웃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정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설령 A씨가 주장한 행위를 했다고 해도 서로 이웃에 거주해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층간소음의 원인이나 정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B씨 측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B씨가 소음 발생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A씨에게 연락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B씨가 A씨를 괴롭힐 의도로 지나치게 면담 강요 등을 할 경우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어 "B씨가 이번 결정을 위반할 개연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간접강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위반할 경우 별도로 간접강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이웃간의 층간소음 문제가 법원에서 표면화된 것"이라며 "당사자가 이웃 사이라는 점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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