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겪은 기이한 일을 써보겠습니다; 3년 전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인데요 제가 점심시간에 밥을 대충 마시듯이 먹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그냥 다른 날과 다를 것 없이 평소처럼 뛰면서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요. 평소에도 늘 밥을 대충대충 빨리 먹고 준비운동 없이 축구를 매일 해왔었는데 이상하게 그 날따라 가슴도 답답하더니 딱 한 번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픈 거에요. 그래서 잠시 1분?정도 앉아 쉬면서 숨고르고하다가 괜찮다 싶어서 다시 운동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골키퍼하던 친구에게 패스를 받고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하면서 앞에서 저를 마크하러 오는 애들이 몇명인지 눈으로 세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찾아오더라구요. 아픔 같은 건 없었습니다. 단지 이상했던 건 몸 안쪽에서 부터 뭔가 너무 뜨거운 공기가 목구멍으로 넘어왔고 외부에 있던 공기들이 제 코와 입으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리라도 지를까했는데 뜨거운 기운에 막혀 소리는 커녕 작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더라구요. 여기까지가 제 기억의 끝입니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그게 심장마비라고 하더라구요. tv에서 보던 심장마비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를 수도 있으나 제가 느꼈던 심장마비는 '아프다' 가 아닌 '죽는구나' 였어요. 근데, 제가 꿈을 꾼 건지 제가 살던 세상과는 다른 곳을 봤어요. 일단 뭐 제가 쓰려져있는 모습이라던가 그런 것들은 전혀 보지 못 했구요. 그냥 사방의 모든 곳이 깜깜한데 멀리서 터널의 끝 마냥 작은 빛줄기가 보였어요. 근데 그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어요; 마치 배가 고파서 미칠 것 같을 때 종업원이 들고오는 주문한 음식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 빛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으면 미칠 거 같더라구요. 참고로 저는 종교나 신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뭐 그 곳이 아버님의 품이라던가 천국이라던가;; 그런 느낌이 아니라 그저 가고싶었어요. 몇 시간을 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말 오래 걷고 또 걸었는데도 아주 조금 가까워지더라구요. 그렇게 안타까워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더니 흰 천장이 보였습니다. 정신을 차린 거죠. 그 때 양호선생님이 운동장 옆 스탠드에 앉아 계시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거 보시고는 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을 모두 따셨더라구요. 전 완전 땀범벅이 되어 있었구요. 나중에 들은 거지만 양호 선생님이 응급 처치를 너무 훌륭히 그리고 빠르게 해주셨던 거죠. 음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이 꿈인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전 그게 진짜라고 믿고 싶을 뿐이구요. 그렇게 새 삶을 선물받아 살아가는 저에게 1년 전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요. 저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신 양호 선생님이 저와 똑같은 심장마비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구요. 퇴직하고 집에서 혼자 주무시다가요. 제가 잠깐의 가사상태에 빠졌을 때 보았던 그 곳은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 됩니다. 아주 멀리 보이는 조그마한 빛줄기임에도 큰 위안을 받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었거든요. 그 곳이 좋은 곳이라면 존재했으면 합니다. 세상 모든 좋은 분들과 너무 마음씨 착하셨던 양호선생님이 근심걱정없이 잘 지내시게 말입니다. 오늘이 선생님의 기일이라 묘지를 들리고 오는 김에 생각나서 글 남겨봐요. 평소에 영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가 많아서 그런지 가위에 자주 눌리는 저도 오늘만큼은 그 모든 공포보다 아쉬움과 씁쓸함이 더 크기에 가위조차 눌리지 않을 거 같네요. 글 읽으신 모든 분들도 좋은 밤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