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웃어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순간에 처할수록 긍정적 사고 방식으로 맞서야 희망의 길이 열린다는 의미. '빅 초이' 최희섭(26ㆍLA다저스)에겐 요즘이 바로 그런 시기다.
유독 심한 업다운으로 절정과 좌절이 교차하고 있는 올 시즌. 첫 풀타임 주전에 3연타석 홈런, 올스타 홈런 더비가 절정이라면, 3차례의 깊은 슬럼프와 후반기 이후 대타요원으로의 전락과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짐 트레이시 감독의 유임설은 좌절이다. 지금의 힘든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을 포함한 메이저리그 생활 전체가 좌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는 기자 입장에선 '혹시 낙담해 의욕을 잃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긍정적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최희섭의 사례 한가지.
지난 주말 다저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에는 내년 8개국 참가로 열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대한 정보책자가 비치됐다. 다국적 선수가 많은 다저스인지라 그 관심은 훨씬 뜨거웠다. 책자를 뚫어져라 살피며 앉아있던 멕시코 출신 3루수 오스카 로블스(29)에게 최희섭이 다가간다.
최희섭:(능글맞은 표정으로 흰 이빨을 드러내고 환히 웃으며)멕시코는 한국 상대가 안될걸?
로블스:(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장신의 최희섭을 올려다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농담임을 파악하지 못해 다소 썰렁해진 분위기)
최희섭:(손사래를 치며) 아 알았어. 네가 멕시코 대표로 한국전에 출전하면 1루쪽으로 번트를 대. 그럼 내가 무조건 안타로 만들어줄께.
(로블스, 그제서야 환히 웃는다)
완전하진 않지만 통역을 거부한채 영어 익히기와 동료들에 다가서길 주저하지 않는 최희섭. 그 적극적 성격이 여전한 이상 현재의 어려움은 내일의 메이저리그 빅스타에게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타 타율이 극도로 낮았던 최희섭은 전문 대타로 전환한 이후 14타수5안타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밝은 미래를 열어줄 긍정적인 사인이다. '최희섭, 파이팅!' < 미국특파원ㆍh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