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있는 지역은 시골이에요. 저는 학생이구요. 세월호 참사 있고 나서 200일. 다들 신경 안쓰는 줄로만 알았어요. 노란리본도 학교에서 2-3명정도밖에 안했구요. 그래서 다시 만들어서 친구들이랑 하고다녔거든요. 근데 지난번에 실종자분 시신 발견했을 때, 그 이후로부터 거리에 현수막이 걸렸어요. 노란색에 잊지않겠다는 의미들이 담겨있는. 하교하면서 친구랑 보고 놀랐어요. 그래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아직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슬퍼하고 있었구나. 사실 저 되게 무섭고 슬펐어요. 아직도 노란리본 하고 다니냐는 말에. 교복에 달린 리본 보면서 그만 떼라고 하는 말씀에. 다들 잊어버린 것 같아서. 근데 다들 놓지 않고 기억다는 거잖아요.. 저 진짜 죄송했어요. 내가 뭐라고 함부로 생각했나 하고.
또 얼마전 있었던 세월호 생존자 가족분들과의 대화. 제가 포스터를 잘못봐서 날짜를 잘못알고 못 갔는데, 저희 반 친구 하나가 갔다왔다면서 말해주더라구요. 다른 친구 하나랑 셋이 모여서 얘기했는데, 다들.. 말로 설명 못 할, 그.. 말은 하는데 정말 너무 슬펐어요. 눈에 눈물고여서.. 가족분들이 잊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셨던 게 정말 너무 슬펐어요. 그리고 다른 반도 다녀온 애들 있다그러더라구요. 아직 기억한다고... 리멤버 팔찌도 제가 준 친구들 빼고는 못 봤는데, 거기 다녀와서 받은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들도 노란 리본 달거나 팔찌 차고계신 분 계셔서, 아직저희 학교 하교길엔 수많은 노란리본이 걸려있어서, 저 진짜 고맙고 힘도 되게 많이 났어요.
그만 둔 줄 알았던 촛불집회도 매주 목요일에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번주부터는 기다림버스도 출발하고. 촛불집회도 정말 .. 애기들도 같이 나와서 촛불들고 서 있는데 찡했어요.
솔직히.. 이런 생각 하면 안되는거였는데도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아직 세월호 얘기에 눈물만 나는데도 고작 어린 학생인 내가 뭘 할수 있겠냐고. 근데 이런 일 겪고 집회도 나가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모르면 내가 알게 하면되고 한사람 한사람 바뀌어가면 모든게 바뀔거라고. 설령 그게 안 된다고 해도 나만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기억할거라고.
다음주엔 친구들이랑 같이 가려구요. 친구랑 같이 개인현수막도 걸고, 유가족분들 편지도 쓰고, 다음에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기다림버스도 타고 팽목항에서 함께하고 싶어요. 물론 그러기까지에는 부모님을 설득해야하겠지만.. 벌써 편지쓰자는 말에 친구들은 흔쾌히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마침 다음주가 시험도 끝나는 주겠다, 집회도 같이 가고. 사실 별로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본인들이 하고싶다 그래서 조금 놀랐어요. 제가 너무 부정적이었나봐요.
앞으로도 잊지 않을거에요. 잊고 싶지도 않구요. 그리고 의외로 '몰라서' 못했던 게 많았어요. 저도 집회 하는 줄도, 현수막 걸수 있다는 것도 몰랐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주변에 많이 알려줘야겠죠. 그래야 다들 기억할 수 있겠죠.
사실 왜 우리 언니, 오빠, 부모님을 죽였냐는 질문은 참 더할 것도 없이 당연한 질문인데. 왜 이렇게 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걸까요.. 그래도, 저는 정의는 죽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걸 아니까, 포기하지 않을거에요. 어서 아침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