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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우물같은게 있었나?
게시물ID : humorbest_3801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8시
추천 : 14
조회수 : 6602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8/18 10:37:0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8/17 04:00:32
초등학교 3학년 때니까 벌써 십수년전 이야기.
시골 깡촌에 살고 있기도 했고, 컴퓨터 게임 같은것 보다는 바깥에서 노는 일이 더 많았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나, A, B, C 네명은 C의 집과 가까이 있는 꽤나 울창한 숲에서 거의 매일 해가 질 무렵까지 놀았다.

몇년동안이나 거기서 놀았던 덕분에 숲의 형세는 구석구석 익혀두고 있었다.










어느 날  여느때처럼 숲에 들어가 놀고 있는데 갑자기 A의 모습이 사라졌다.


혹시 길을 잃은 걸까? A는 평소에 그런 일이 자주 있어서 우리들은 온 숲을 뒤지며 찾았다

5분도 지나지 않아 C의 집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A를 찾을 수 있었다.



나 「뭐했던 거야? 어서 돌아가자」



A 「음, 저기 근데 이런 곳에 우물같은게 있었나?」



A가 가리킨 곳에 확실히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이 분명한 우물이 있었다.
뚜껑이 씌워져 있고, 지붕에서부터 두레박이 매달려 뚜껑 위에 놓여 있었다.

A 「뭐, 뭐하려는 거야?」



A의 말에 조금 공포를 느꼈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

공포는 곧바로 흥미로 바뀌었고 결국 뚜껑을 열어 보기로 했다.
우물은 대강 직경 1미터 정도. 밑바닥이  어슴푸레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깊은 것 같지는 않았다.



C 「손전등도 있겠다...  누가 한번 내려가 볼래?」



C의 제안에 찬성하고 제일 몸집이 작았던 내가 내려가게 되었다.
두레박에 올라타 줄에 매달려 내려가니 우물이 의외로 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위에서부터 친구 세 명이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아주 멀게 느껴졌다.
우물 바닥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 있고 왠지 오래되고 건조한 낙엽이 아니라 신선한 낙엽이었다.

B 「뭔가 있어?」



건네받은 손전등으로 주위를 비춰봤지만 대단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 「음, 아무 것도 없어.」




그렇게 대답하려고 위를 올려본 순간.

안그래도 어두웠던 우물안이 완전히 캄캄하게 되었다.
몇 초 동안 멍하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잠시 후 뚜껑이 닫혔다는걸 깨달았다.


나 「장난치지 마! 열어줘!」

밑에서부터 목이 터져라 외쳐도 전혀 열릴 기색이 없었다.

거기에다 더욱더 운이 나쁘게 갖고 있던 유일한 빛인 손전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울것 같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도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손전등의 빛이 사라져 사방이 암흑으로 변해 버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좁은 공간안에서 캄캄해진 채 갇혀버린 공포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머리속이 이상하게 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 소리쳤다.

그런데 여태까지 꺼져있던 손전등이 갑자기 켜졌다.




캄캄했던 공간에 빛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단번에 안심이 되어, 세명이 뚜껑을 여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조용히 하고 있으면 반드시 열어줄거라고 생각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으니 반대편 벽이 보였다.

방금전까진 깨닫지 못했지만 손잡이 같은 것이 조금 위에 있었다.


도르레 줄을 타고 조금 올라가 손잡이를 잡아당기니 비밀문? 같이 우물벽이 조금 열렸다.

공포심보다는 '닌자같아! 굉장해!' 하는 흥분이 더 컸다.




곧바로 줄을 내려와서  구멍속을 들여다 보는데 단번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2평 정도 되는 공간의 벽 전체에 가득찬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종류도 크기도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내쪽을 향해 있었다.






공포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안쪽에 뭔가 커다란 것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조금씩 빛을 비추니 그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덜너덜해진 바지를 입은 다리, 까맣게 된 손과 셔츠, 가슴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을 비추려고 한 순간

갑자기 머리카락을 붙잡혀서 넘어졌다.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손발을 마구 휘젓고 소리지르며 몸부림쳤다.

닥치는대로 손발을 휘두르다가 무언가에 눌려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손에서 떨어진 손전등이 내 가슴에 올라탄 인형을 비추었고, 내 기억은 끊어졌다.









다음에 눈을 뜬 것은 C의 집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C를 때렸다.


나 「바보! 쓰레기! 죽어라!」



욕을 하면서 때리다가 C의 아버지에게 제지당했다.
A도 B도 C도 모두 울면서 나에게 사과했다.


일의 전말은 이러했다.



내가 내려간 후 아니나 다를까 C의 제안으로 잠시 뚜껑을 닫기로 한 것이었다.
곧바로 열어 줄 생각이었는데 막상 열려고 하니 처음에 둘이서 쉽게 열었던 뚜껑이 움직이지 않는다.

세명이 모두 달라붙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급하게 C가 아버지를 불러서 돌아왔다.

그 사이에도 A와 B는 내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으면서 뚜껑을 열어보려고 필사적이었지만 절대로 열리지 않았다.




C가 아버지를 데려 왔을 무렵에는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A도 B도 완전히 지쳐 있었다.
열리지 않으면 부숴버리자! 하는 걸로 커다란 해머를 C의 아버지가 가지고 와서 뚜껑을 내리쳐 쪼개버렸다.


하지만 우물 밑바닥에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C의 아버지가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니 내가 벽의 구멍안에서 인형들에게 둘러싸인채 가슴에 인형을 껴안고 실신해 있었다고 했다.

우물 밖으로 다시 나오는데 B의 아버지도 힘을 도왔다고.





그리고 방금 내가 눈을 뜰 때까지 A도 B도 C도 꼬박 하루내내 곁에 붙어 있었다.

즉, 나는 하루를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C의 아버지 「쭈욱 이곳에 살아왔지만 저기에 우물같은거 없었어.」



C의 아버지가 내뱉은 그 한마디에 공포가 다시 엄습했다.


그 후 우물은 묻혔다.
스님도 왔었기 때문에 아마 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안쪽에 있던 것은 누군가의 시체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지금도 우물과 인형에게는 다가갈 수 없다.

마네킹만 봐도 식은 땀이 나온다.





길고 시시한 이야기를 읽어줘서 고맙다.



출처 - Feel My Violet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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