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커지면서 시민들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내부에 '메르스 예방을 위한 생활 속 센스, 팔꿈치로 버튼 누르기'란 글을 붙여 눈길을 끌었다.
이 아파트 인근에서는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자택 격리 중이던 50대 여성이 몰래 지방으로 내려와 골프를 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여성은 단순 공간접촉자로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주민 불안이 가시지 않자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서 감염병 전파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자 이런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반상회나 부녀회 등 주민 모임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메르스 발생지역인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카페 게시판에는 "요즘 메르스와 관련해 말이 많고 여론이 좋지 않아 부녀회 회의를 잠정 연기한다. 알뜰장도 보류하는 게 좋을 듯하다"라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김포시의 한 아파트 주민 송모(30·여)씨는 "아파트 반상회와 동네 벼룩시장이 모두 취소됐다"며 "다른 동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메르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메르스 예방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메르스 가정 지침'에는 현관 앞에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위생 카운터'를 차리자는 제안을 담았다.
집에 들어오기 전 마스크를 벗어 위생 카운터의 개인별 주머니에 넣고 소독 분무기로 신발과 휴대전화, 가방을 소독하자는 내용이다.
집안에 들어서면 겉옷과 양말을 벗고 화장실로 직행, 손발을 씻는 일련의 '검역 조치'를 함으로써 메르스 전염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질병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임신부나 산모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면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산모와 아기가 밀착하는 '캥커루 케어'를 했다는 한 산모는 "주변에 캥거루 케어를 하는 사람도 줄어 나도 하기가 꺼려진다"며 "나는 마스크를 해도 아이는 하지 않는 상태이고 간호사도 당분간 자제하라고 해 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지인이 출산하면 병원으로 축하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이 예의이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를 메르스 감염 위험에 방문을 미룬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아예 피하거나 약속을 잡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 기업체 홍보담당 직원은 "한 달 전부터 잡은 식사 약속을 대부분 취소했다"며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중에 약속을 다시 잡자'고 전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6/04/0200000000AKR20150604071100004.HTML?input=1195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