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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
게시물ID : sisa_380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꿀벅쥐
추천 : 1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18 14:08:45

긴 글이지만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링크 들어가셔서 보고싶으신 분만 보세요.

http://deulpul.net/3945856


아래는 글 중 일부입니다. 

바쁘신 분은 발췌부분이라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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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려면 근본부터 배워라

독일은 공산 동독을 아우르며 승리한 자본주의 국가지만, 자본주의를 가장 신랄하고 근본적으로 비판한 마르크스도 저 거대한 책더미 속에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이 현대 자본주의의 많은 잘못을 수정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마르크스에서 비롯되는 사상의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제 나라에서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찍고 팔리고 읽히는 마르크스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금서가 되어 왔다. 한 시대를 열어젖힌 또 한 명의 선구자 리영희의 책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군대에서 하힌리히 만이나 카를 마르크스의 책이 금지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겠는가. 독일에서 사회 제도가 성숙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기형적인 제도가 고착하고, 이제야 허겁지겁 독일로부터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이렇게 한국과 독일은 껍데기뿐 아니라 심연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이 독일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 미덕은 청소년 직업 교육 시스템이나 의료 서비스 구조가 아니라,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모두의 의미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용인하고 사회의 지력을 향상시키는 안목과 열린 자세이다. 지력이라고 하면 김대중 식 신지식인, 박근혜 식 창조 경제 따위부터 생각날지 모른다. 이런 얄팍한 돈벌이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굵은 줏대가 되는 인문학적 지력, 생각하는 힘을 말하는 것이다. 

현상에서 극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서둘러 배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문제는 훨씬 깊은 데 있다. 이 깊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치유하지 않고서는 독일 배우기는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거나, 혹은 시도하였으나 실패한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배우려면 근본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제도 몇 개를 모방하여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어느 결에 습득한 부정적 정체성의 근간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국민일보>의 이 기획 시리즈가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앞선 나라로부터 배우겠다는 기획이면서도 '그 나라를 넘어'라는 무모한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 일상화된 지긋지긋한 경쟁 마인드를 갖고서는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리즈를 시작하는 기사에 걸린 대문 사진부터 '돈'이다(위 사진). 책더미 사진과 좋은 비교가 된다. 이래가지고서는 백날 쫓아가도 우리 가랑이만 찢어진다.

덧붙여, 독일 배우기가 잘 된다 해도, 우리가 독일을 배우자고 매달리는 동안 독일은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도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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