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일본 자동차 시장이 근 20여년간 침체기를 겪고 있다. 버블경제의 붕괴와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금융위기 등이 일본차 시장을 흔들었다. 그 결과 일본 내수 자동차 시장의 소비 심리도 극도로 위축됐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운전자 중 20대 소비자의 비중이 지난 1999년의 16%에서 2011년 기준 8%까지 반토막 났다. 토요타는 젊은 층의 자동차 소비를 끌어들이기 위해 운전면허를 따면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광고까지 만들었다.
이런 현상은 모터스포츠 업계에도 영향을 줬다.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관심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 역시 인기도 떨어지게 된 것. 인기 하락은 다시금 수익 하락으로 이어져 팀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동차에 무심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야 할까? 제조사와 레이싱팀들이 꺼내든 카드는 유명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이타샤(Itasha)였다. 이타샤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차량을 뜻한다. 어떤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는지 오덕(매니아) 향기 물씬 풍기는(?) 차량들을 꼽아봤다.
지난 2013년 9월. 토요타가 GT86(국내명 : 86)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TV 유명 애니메이션인 러브 라이브!(Love Live!)를 테마로 한 이타샤를 제작한 것이다. 1대만 제작된 이 차량은 토요타 쇼룸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차량을 구입하겠다고 나선 많은 사람들 중 토요타가 선택한 인물은 인터넷에서 동그리 파파(Donguri Papa)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애니메이션 애호가였다. 그는 차량 번호판을 ‘2525’로 선택했다. 2525의 일본어 발음인 [니코니코]가 그가 좋아하는 만화 속 캐릭터인 니코마키(Nikomaki)와 비슷하게 불리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86 이타샤가 많은 관심을 끌어서일까? 스바루도 비슷한 차량을 내놨다. TV 애니메이션인 ‘방과후의 플레이아데스’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꾸민 차량을 인터넷 상으로 판매한 것. 플레이아데스는 좀생이별 혹은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뜻한다. 여기서 다시 좀생이별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바로 ‘스바루(Subaru)’가 된다.
차량의 가격은 555만엔(약 5,830만원)이다. 일반 WRX S4가 335만엔(약 3,520만원)부터 시작하니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토요타는 4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하면서 각각의 부속들을 애니메이션 캐릭터화 시켰다. 엔진, 변속기, 전기모터, 4륜 시스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차체, 배터리 등을 캐릭터로 제작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총 40가지나 된다. 이중 주요 10가지 캐릭터들의 설명은 유명 성우의 목소리로 만들어졌다. 토요타는 현재도 프리우스 임파서블 걸 사이트를 운영한다.(toyota.jp/prius/cp/parts/#close)
국내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스바루 광고에 등장한다. 거인들의 난폭한 공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으로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미소녀 피규어 등을 제작 및 판매하는 굿스마일 컴퍼니가 지원하고 있는 일본 슈퍼 GT300 클래스 레이싱 팀이다. 사이버 가수 하츠네 미쿠(Hatsune Miku)를 테마로 꾸민 차량을 출전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매년 새로운 미쿠 캐릭터를 공개하고 실제 피규어로 제작해 판매하면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2011년과 2014년 챔피언을 달성했을 정도로 기량도 뛰어나다.
단순히 차량만 꾸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레이싱모델 역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은 옷을 입기도 한다. 2014년까지는 BMW Z4를 사용했지만 2015년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LS AMG 차량을 사용해 출전하고 있다.
2014년부터 슈퍼 GT300 클래스에 출전한 레이싱 팀이다. 굿스마일 레이싱팀이 하츠네 미쿠를 테카로 했다면 퍼시픽 레이싱팀은 러브 라이브!(Love Live!)를 바탕으로 차량을 꾸몄다. 이 팀은 2011년과 2012년에 페라리 F430에 애니메이션 오징어 소녀(Squid Girl) 그림을 입혀 출전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맥라렌 MP4-12C 레이싱카로 참가했다.
팀 이름부터가 에반게리온이다. 2010년 결성됐지만 지난 2014년부터 슈퍼 GT 시리즈에 참전하지 못하다 다시금 복귀하는 팀이다. 메르세데스-AMG GT3 차량의 외관은 에반게리온 초호기를 본따 디자인 됐다. 후원자금은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조달하며, 1,000엔(약 1만 500원)부터 20만엔(약 210만원)까지 후원금을 받는다.
에반게리온 레이싱 팀의 가장 큰 특징은 차량 디자인 이외에 레이싱걸 역시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처럼 꾸민다는 것이다. 여러 레이싱걸이 번갈아 가며 캐릭터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전속 계약 형태로 한가지 캐릭터만 담당한다는 점 역시 독특하다. 이들 레이싱걸들 역시 꽤나 두터운 팬덤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auto.naver.com/magazine/magazineThemeRead.nhn?seq=17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