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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무려 8살!) 오빠가 있다고 하면
잘 해주겠다 귀여워 해주겠다 하면서 무지무지 부러워하지만
우리 오빠 같은 사람하고 같이 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이거 원 때마다 민망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요.
민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오빠의 이상한 취향 때문인데요.
여성용품에 대한 애착과 애용이 엄마와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 첫번째 사건. 오빠가 대학 다닐 때-
오빠가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9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 때도 최루탄 터지는 시위가 많았던 때잖아요.
그런 시위가 있는 날이면 오빠가 은근슬쩍 내 방 옷장을 뒤지다 나가는 거예요.
첨엔 뭘 찾는가보다 했는데, 그런 일이 몇 번 있다 보니까 의심이 가잖아요.
그러다 어느 날, 오빠가 내 옷장에서 꺼내는 물건을 확인했는데, 허걱, 생-리-대!
변태라고 막 소리를 지르며(그 땐 제가 막 초경을 시작한 순진한 중학생이었단 말씀) 엄마한테 일렀더니
오빠 하는 말이, “시위할 때 마스크 안에 이걸 하면, 덜 맵단 말야. 다들 한다구.”
윽……. 정말 기분 나빴습니다.
근데, 더 기분 나쁜 건 오빤 내가 생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죠.
두번째 사건. 오빠가 군에 갔을 때-
훈련소도 마치고 몇 달쯤 지났을 때, 오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두근두근 하며 오빠의 편지를 딱 펼쳤는데, 허걱,
“생리대 좀 보내줘. 두꺼운 걸로.”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저는 엉엉 울며, 오빠가 거기서 여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나,
산골 오지라서 여자가 그런 걸 구하기 힘들어 오빠에게 부탁을 했나 했더니
……………………… 알고보니… ……………….
오랜 행군을 하면 군화에 쓸려 뒤꿈치가 몹시 까진답니다.
그래서 그걸 군화 안쪽 뒤꿈치에 대면 땀도 흡수하고 뒤꿈치 보호도 된다나…
하여, 오빠가 제대하기까지 열심히 엄마는 군대로 생리대 우송했답니다.
세번째 사건. 그 오빠가 지금은 회사 다닙니다. 얼마전 취직해서 참 신나게 다니죠.
회사에 예쁜 여자들이 많다고 헤헤거리는 모습이란…
그런데 오빠가 언젠가부터는 엄마나 제 화장대를 기웃거리는 거예요.
오빠는 어렸을 때도 눈썹도 다듬고 가끔 분도 바르고 그래서, 자기관리하나보다
쓰고 싶은대로 맘껏 써라, 그렇게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며칠전에 제가 그날(!)이 되서, 그날에만 쓰는 화장품이 따로 있거든요,
그걸 쓰려고 하니까 세상에!! 에센스가 바닥에 깔릴 정도로만 남아있는 거예요.
너무 기가 막혀서 오빠한테 막 따졌습니다.
“오빠, 이건 여자들이 생리할 때 바르는 좋은 거란 말야. 왜 이걸 썼어?”
그랬더니 오빠 왈…
“여자한테도 좋은 건 남자한테도 좋겠지. … 그리고 좋던데….”
오빠는 도대체 여성 용품들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오빠 애인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장가보내기 걱정됩니다….